1주일 새 시총 1천650조 원 증발, 코스피 시총보다 더 큰 자금 허공으로...

'중국증시 거품 키운 주범, 중국 정부' 니혼게이자이신문·당 기관지 인민일보 보도

 

[중앙뉴스=박철성 칼럼니스트(언론인·다우경제연구소 소장)]중국 증시에 폭탄이 떨어졌다. '버블 경고'가 이어지더니 19일, 결국 폭락사태를 빚은 것. 이로 인해 자살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폭락세는 주간 기준으로 2008년 6월 이후 최대 낙폭. 1주일 만에 시가총액 9조2천400억 위안(약 1천650조 원)이 증발했다. 코스피 시총보다 더 큰 자금이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다.

 

중국 관영 CCTV는 최근 주가 폭락으로 자살을 택한 개인투자자(이하 개미)가 30여 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또 최근 중국 인터넷에 올라간 한 장의 사진은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한 젊은 여성이 주가 폭락에 충격을 받아 투신자살한 사진이었다.

 

이보다 며칠 전에는 후난 성 창사에서 170만 위안(약 3억 원)을 빌려 주식을 매입해 손실을 본 남성이 투신해 숨진 사건도 있었다.

 

또한, 랴오닝 대학의 한 교수 역시 주식투자 실패를 비관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기도 했다. 이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은 중국증시 버블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에 쏠려 있다. 버블 붕괴로 신용거래를 부풀려온 중국 개미들이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19일, 상하이종합지수는 4,478.36으로 마감했다. 지난주 말 5,166.35에서 1주일간 13.3% 하락했다. 5,100선에서 4,500선 밑으로 급격히 추락한 것. 선전 증시도 이날 6.03% 폭락한 1만5725에 마감했다.

 

중국 신경보(新京報)는 "유효 증권계좌를 보유한 투자자 1억7천500만 명이 평균 5만2천800위안(약 940만 원)의 평가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고 타전했다.

 

▲ 한때 잘나가던 중국 증시였다. 급락세로 추락하는 이유는 뭘까.     © 사진=키움증권 영웅문 캡처.

 

전문가들은 그동안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비롯한 정부 정책에 힘입어 급하게 오르던 증시가 조정국면을 맞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한때 잘나가던 중국 증시였다. 급락세로 추락하는 이유는 뭘까. 중국 증권사들이 꼽은 폭락원인은 대략 4가지다.


첫째는 당국의 신용거래 규제.

주가 상승기에 빚을 내 신용거래에 나서는 개미투자자들이 늘자 증권감독 당국이 대책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개인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둘째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금리 인상 움직임.
하반기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이를 신호탄으로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증시에 투자한 글로벌 펀드들은 6월 들어 속속 자금을 빼내고 있다.

 

셋째는 지수 급등에 따른 경계매물.
상하이 지수가 5월에만 30% 가까이 폭등했다. 따라서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지난주 상하이 지수가 13% 넘게 폭락했지만 올해 들어 주가가 100% 넘게 오른 종목은 여전히 700여 개나 된다. 주가 급등으로 대주주들의 보유지분 가치는 큰 폭으로 올랐다. 너도나도 지분매각에 나서고 있다.

 

중국 경제망에 따르면 올해 들어 17일까지 상하이증시와 선전증시에서 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한 기업은 1,234곳. 매각 지분액은 4771억 위안(약 85조 원)에 달한다. 대주주들의 잇따른 지분매각은 증시가 고점에 왔다는 신호탄이다.

 

끝으로 대규모 기업공개(IPO)로 인한 물량 부담.
지난 17일부터 이달 말까지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23개 종목이 신규 편입된다. 그런데 궈타이쥔안 증권 한 종목에 몰린 청약자금만 2조3500억 위안(약 420조 원)에 달한다. 투자자들이 신주청약을 위해 한꺼번에 주식을 팔아치워 낙폭을 키웠다는 해석이다.

 

특히 중국 당국이 시장과열을 잠재우기 위해 앞으로 대규모 IPO를 허가할 전망. 따라서 증시 물량부담은 당분간 주기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증시 버블을 키운 것은 바로 중국정부"라고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무엇보다 중국증시는 상승세가 너무 극적이었다. 1년 전 불과 2,000선이었던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달 일시적으로 5,000선을 돌파했다. 2007년 버블 당시의 80% 수준까지 회복했다. 중국증시 시가총액은 10조 달러로 1년 새 3배 늘었다. 이는 도쿄증권거래소 1부 시장의 두 배에 이른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원동력은 개인투자자들이다. 이들은 중국에서 매매되는 주식의 3분의 2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에 투자하는 대출금액은 5조 위안(약 893조 원)을 넘었다.

 

한 투자자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500만 위안을 빌려 시작한 주식투자가 1년 새 1,000만 위안으로 2배 늘었다"면서 "그러나 증권사가 주최하는 만찬에 가보면 초기 투자보다 10~20배 번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연 수입 100만 위안의 안정된 직장이지만 만족할 리 없다"고 말했다. 그는 광둥 성의 한 국영기업 간부였으나 전업 투자자로 돌아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4월 21일 사설에서 "중국증시 버블을 부추긴 주범은 사실상 중국 정부"라면서 "중국정부가 증시 강세장은 현재 초기 단계에 불과하며 거품이 아니라고 보증을 섰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등 잇따른 통화완화 정책을 펼쳤다. 중국의 1년 만기 예금금리는 2.25%.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1.2%에 불과하다. 결국 물가를 뺀 실질 예금금리는 1% 안팎으로 낮아진다.

 

예금보다 주식투자라는 환경을 정부가 연출한 것이다. 경기둔화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증시 살리기에 집중한 것이다.

 

이는 동화 '허풍쟁이 남작'에 나오는 '늪에 빠졌을 때 자신의 머리카락을 잡고 앞으로 가서 탈출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여기서 늪은 실물경제이고 머리카락은 주식이다.

 

한편 중국 부동산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는 것도 오히려 증시 버블 붕괴 신호로 읽히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70개 도시 중 20개 도시에서 신규주택 가격이 전월 대비 상승했다. 이것은 증시 과열을 우려한 일부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향했다는 것을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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