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국회에서 열린 2015년 추경 관련 당정협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중앙뉴스=신주영기자]예상치 못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국내 경기가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꺾였다.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 경기 둔화, 그리스 채무 협상 난항 등 대외 변수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경기 반등 시점은 대체로 8∼9월 이후로 미뤄지는 분위기다. 메르스 여파가 진정된 가운데 수출·물가 등 주요 경제지표가 점차 좋아지고, 추가경정예산(추경) 및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난다는 전제에서다.

 

◇ 수출, 감소폭 줄었지만 계속 마이너스 

 

메르스 영향이 나타나지 않은 5월 국내 산업활동의 위축을 불러온 것은 수출 부진이었다.

6월에도 수출은 감소폭이 줄었지만 6개월 연속 마이너스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월 수출이 469억5천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8%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지난 1월부터 6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다행히 감소폭은 줄었다. 

 

올해 수출 감소율은 1월 0.9%, 2월 3.3%, 3월 4.3%, 4월 8.0%로 확대됐고 5월에는 10.9%로 두자릿수를 기록했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는 수출이 상반기보다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엔화 대비 원화의 상대적 강세 현상이 마무리되고 있어 가격 경쟁력 약화 우려가 완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수출 부진 정도가 완화된다는 의미이지 방향성 자체가 바뀔 정도는 아닐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수요 부진과 중국 경제 위축, 미국 금리 인상, 그리스의 채무협상 난항에 따른 유럽 불안 등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도 최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1.5%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경제 성장에서 수출의 기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 저물가에 디플레 우려 지속…서민물가는 '뜀박질'

 

물가는 반년 넘게 0%대 상승률이 이어지면서 경기 회복 전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2월 0.8%로 떨어진 이후 올 6월까지 7개월 동안 1% 아래를 맴돌았다. 

 

연초 담뱃값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효과(0.58%포인트)를 빼면 2월부터 5월까지 4개월 연속으로 물가가 하락한 셈이다.

 

6월 물가상승률은 0.7%로 전달보다 0.2%포인트 상승폭이 커졌지만 디플레이션 우려는 여전하다.

 

정부는 하반기로 갈수록 소비자물가에 상승 요인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유가가 완만하게 오르고 있고, 지난해 유가 하락에 따른 기저 효과도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석유류 가격 하락폭은 5월 19.3%에서 6월 17.0%로 축소됐다.

이는 디플레 우려를 일부 완화하는 것이지만, 가뭄으로 인해 채소 가격이 치솟는 등 생필품값 상승에 서민 생활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6월 들어 배추와 파 값이 1년 전보다 각각 90.9%, 91.9% 뛰었고 무(34.3%), 마늘(21.0%), 고춧가루(11.1%)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달 27일 서울시 버스와 지하철 요금은 27일 첫차부터 각각 150원, 200원 인상되는 등 서민 생활에 밀접한 대중교통비도 인상 추세다.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가계소득 상승이 정체된 면이 있어 서민이 체감하는 물가는 더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또다시 밀린 경기 반등 시기…"3분기 중반까지 미약"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가운데 메르스 사태까지 터지자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50%로 내렸다. 정부는 추경 편성을 포함한 '15조원+알파'의 재정 보강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금리 인하 효과는 4∼6개월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데다 추경 편성도 국회 승인을 거쳐야 해서 시간이 걸린다. 

 

전문가들은 저조한 경기 흐름이 최소한 7월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이 맥을 못 추는 사이에 내수가 그나마 경제를 지탱했지만, 5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내

수마저 메르스 사태가 터지기 전에 이미 증가세를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제조업 생산, 출하, 가동률이 동시에 악화된 것은 경기 하강기의 전형적인 특징"이라며 "경기 재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리 인하와 추경 효과가 나타나는 3분기 중반까지는 경기 불안감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외 여건이 개선되고 정책 효과가 나타날 3분기 후반부터 경기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추경 '구원투수' 될까…커지는 기대감 

 

경기 '구원투수'로서 추경 편성에 대한 기대가 커진 가운데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에서 추경 편성 협의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주 월요일(6일)에는 (추경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추경 규모를 약 15조원으로 잡고 이달 20일 이전에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기로 했다. 

 

악화된 경제지표가 속속 확인되자 메르스 사태뿐만 아니라 경기 전반을 떠받치기 위한 추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었다. 

 

최 부총리는 당정 협의회에서 "외부 충격을 극복하고 우리 경제가 모멘텀을 다시 회복하도록 과감하고 선제적 정책 대응 노력이 요구된다"며 "경제 물줄기를 돌리고 메르스 사태를 조기에

종식하기 위한 추경 예산안을 편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