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섭 기자의 말말말> 최저임금 올리겠다 호들갑떤 정부.. 450원 인상하고 방망이 쾅쾅

 

최저임금제(minimum wage)란 노동시장에서 노동의 댓가로 책정된 임금의 최저 수준을 법으로 정하는 것으로 국가가 노·사간 임금결정 과정에 개입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책정해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법으로 강제해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다.

 

또 근로자의 생계비와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과 소득분배율을 고려해 전 사업장에서 동일하게 정하는 것으로 최저임금은 시간이나 일, 주 또는 월 단위로 결정하되 반드시 시간급을 명시해야 한다.

9일 새벽에 마무리된 내년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어느해보다도 노동계와 경영자 측으로 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최저임금이 얼마로 결정되더라도 논란은 피해가기 어렵다는 말들이 돌고있는 가운데 내년 최저임금이 6천30원으로 결정되는 순간

최저임금위원회가 사회적 필요성을 저버렸다는 노동계의 따가운 시선과 비난에 휩싸였다.

 

실질적인 수혜자인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더 올려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경영계에선 동결하거나 인상폭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결국 내년 최저임금 시급이 올해보다 450원(8.1%) 오른 6030원으로 9일 새벽 결정됐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과정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노와 사가 명분에만 집착하면서 협상다운 협상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 1만원 인상론을 들고 나오면서 최소한 두자릿수 인상을 기대했으나 경영계는 중소·영세 업체의 경영난을 들어 동결을 주장했다.

 

결국 양측의 입장이 아닌 공익위원들이 마련한 심의촉진 구간의 중간선에서 방망이가 두둘겨 졌다.그렇게 호들갑을 떨더니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인상률(7.1%)보다 1%포인트 오른 8.1%에 그쳤다. 이런 결과가 나올 거였으면 굳이 최경환 경제부총리까지 나설 필요가 있었는지 묻고싶다.

 

최저임금이 최저임금위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정부의 입김에 의해 결정되는 후진적 구조라는 사실이 증명된 것으로 보여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하다.매년 이런 면피성 교섭을 되풀이할 것이라면 굳이 노사공 합의방식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최근 10년간 근로자와 사용자위원들의 합의로 최저임금 인상안을 별 무리없이 의결한 것은 2008년과 2009년 두 차례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머지 기간에는 대부분 공익위원안이 표결에 부쳐졌고, 그때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용자위원이나 근로자위원들이 퇴장 또는 불참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럴 바에야 최저임금 결정공식을 정해 매년 공식에 따라 자동으로 결정하고, 5년마다 보정하는 대안을 검토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들이 나을만도 하다.

올해는 특히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고 분위기도 좋았다. 정부도 연초부터 최저임금을 올리겠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데 판도라상자에서 나온것은 고작 450원 인상이 전부다.작년 인상액 370원에 선심쓰 듯 80원 더 얹어 줬다.

 

6천원을 넘겼다는 것만 가지고 정부는 생색내기용으로 활용하려는 꼼수가 엿보인다.5와 6의 차이는 숫자 하나의 차이지만 시각적으로는 커 보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제대로 인상하려면 일단 공익위원 구성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도대체 6천30원이 왜 '공익적 금액'인지를 명쾌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만 대표성도 없는 공익위원들은 아무런 해명도 못 하고 있다.

 

뭔가 대표성을 갖고 최소한의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위원들로 구성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는 이유다.

 

최저임금 심의과정에 직접 참여했던 "김진숙 홈플러스노조 서울본부장"은 우리 사회가 노동의 가치를 얼마나 홀대하는지를 느꼈으며 경영계가 30원 인상안과 35원 인상안을 내놓았을 때 인상안의 액수가 낮아서 화가 났던 게 아니라 노동자로서 자존감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녀는 노동자위원으로서 최대한 최저임금 협상에 성실히 임하면서 최저임금을 정하던 기존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최저임금은 한 식구가 먹고살 수 있는 생계비를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고 위원회에 제안하기도 했다고 했다.

 

한발 더 나아가 주휴수당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고시할 때도 시급과 함께 월급을 명기하자고 요구했고 공익위원들도 그녀의 주장에 동의를 표했다. 억지 주장이 아닌 합리적 주장이라는 위원들의 공감 때문이다.

 

하지만 협상이 막판으로 치달을수록 기존과 똑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결국 노동계가 제기했던 문제들은 후순위로 밀리고, 위원회는 얼마를 올리고 방망이를 두드릴 것인지만 부각됐다고 했다. 

 

헌법은 대한민국을 민주주의공화국으로 명시하고 있다.최저임금이 결정되던 날 여당의 유승민 원내대표는 퇴출이나 다름 없지만 그래도 모양새 좋게 자진 사퇴라는 명분을 앞세워 기자들 앞에서 헌법 1조1항을 거론하며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심정을 전했다.

 

대한민국 헌법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고, 32조는 “국가는 사회적 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최저임금제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다.

그리고 34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돼있다.

 

연초부터 최저임금을 올리겠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정부가 고작 450원 인상을 결정했다, 그리고 의무를 다했다고 온 천지에 떠들어 댔다.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국민의 권리가 하루 일당 3천600원 더 받는 것이라면 노동자들은 이런 국가에 어떤 기대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지 답답하다.

 

결국 헌법은 입법기관에서, 그리고 삶의 현장에서 이번 결정으로 두 번 내동댕이쳐진 꼴이 됐다.법은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했지만 법이 무슨 죄인가. 사람이 죄인 것이지..결국 법보다는 주먹이 먼저라는 논리가 설득력 있어보이는 이유다.

 

최저임금이 결정되자 민주노총은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박근혜 정권은 국민에 대한 '배신의 정치'를 감행했고,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은 최저임금위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할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협상에 최저임금 당사자가 참여했지만 정부와 공익위원은 기업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였고 노동자는 안중에도 없었다며 "노동부가 최저임금을 고시할 때 이의제기를 할 것"이라고 정부를 향해 일침을 놓았다.

 

현재 대한민국 전체 근로자의 18.2%에 해당하는 342만 근로자의 임금은 내년 최저임금 126만6220원보다 작다고 한다.만일 1년이 지난 내년 이맘때 342만 근로자 가운데 최저임금 기준을 충족시키는 근로자가 얼마나 나올지 "기자"도 궁굼하다.

 

일면식이 없는 누군가가 최저임금 6030원으로 한 달을 살아본 적이 있으며 최저임금 6030원으로 한 달 동안 가족을 부양해 본 적이 있는가”라고 물어올때 과연 우리는 무어라 답 할 수 있을까? 자신있게 그럴수 있다고 대답할 자! 그대는 누구인지 만나보고 싶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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