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 수출 상담    


[중앙뉴스=신주영기자] 중국 경기 둔화로 한국 경제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중국 수입 급감에 최대 교역국인 한국의 수출은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이 그동안 중간재를 한국에서 많이 수입했지만 내수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한국 수출이 줄어드는 점도 문제다.  '차이나 드림'을 꿈꾸고 중국 내수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소비심리 악화에 고전하고 있다. 

 

특히 중국경제가 '거품 붕괴'로 인해 주저앉으면 한국은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최근 들어 더 심해졌다.

 

"거품 붕괴 직전인 1990년의 일본과 너무도 흡사하다", "증시가 금융 위기 직전의 미국보다 더 심각하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나온다.

 

중국 경기 우려 속에 한국이 기술에서는 일본에, 가격 경쟁에서는 중국에 밀리는 '넛 크래커'(nutcracker·호두 까는 기계) 상황이 '역(逆) 넛 크래커' 형국으로 바뀌는 점도 경계할 요소다. 

 

엔화 약세로 일본에는 가격 경쟁력이 밀리고 기술력을 높인 중국산에 한국 제품이 위협받는 처지에 놓였다. 

 

◇ 대중 수출 감소 '타격'…"中가공무역 비중 감소 대비해야"

 

올해 중국의 수입은 크게 줄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연간 수입 증가율은 2010년 40%에 육박했지만 이후 쪼그라들어 지난해에는 1.1% 증가에 그쳤다. 

 

올해 들어 수입 증감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올해 1~5월 중국의 수입액은 6천35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 줄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는 한국 수출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수출액은 올해 들어 6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한국의 수출 회복이 점점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며 중국의 경기 둔화를 불확실성 증대의 최대 요인으로 꼽았다.

 

대(對)중국 수출 감소에 더해 중국 성장 전략의 변화도 한국 수출을 발목을 잡을 복병으로 떠올랐다. 

 

1980~90년대 중국은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가공무역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임금 상승과 무역흑자 확대에 따른 통상압력 가중 등의 문제가 나오자 중국은 전략 수정에 들어갔다. 

 

중국의 성장 전략은 결국 수출에서 내수 중심으로 바뀌었고 가공무역을 줄이고 스스로 만들어 수출하는 비중을 늘리면서 한국의 수출도 타격을 받았다.

 

중국의 총수입 대비 가공무역 비중은 지난 2000년 41.1%에서 지난해 25.2%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중 원자재 수출도 올해 1분기에 작년 동기 대비 15.2% 줄었다.

 

오세환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가공무역에서 최대 수입 상대국은 한국"이라며 "중국의 가공무역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여 가공무역 비중이 큰 한국의 대중 수출에 구조적인 위협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효춘 코트라 상임이사(중소기업지원본부장)는 "산업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 기업들의 눈높이에 맞춰 부가가치가 높은 중간재 제품을 생산해 공급하는 것도 한국 기업의 위기 극복 전략이 될 수 있다"며 "고부가가치 중간재를 생산하면 중국 기업 뿐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시장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3선 도시 공략…중간재 부가가치 높이자

 

중국의 경기 둔화 장기화로 가공무역과 연계된 중간재를 주로 공급해 온 대중 수출·투자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에다 그리스 사태까지 겹쳐 중국의 수출이 감소하자 한국의 대중 수출도 올 5월까지 27% 줄어드는 등 직격탄을 맞는 기업도 적지 않다.

 

고임금 등 투자환경 악화와 경기 둔화에 이어 증시 대폭락으로 소비 심리까지 위축되다 보니 투자업체 중 국내로 귀환(U턴)하거나 인도, 베트남 등지로 이전(P턴)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게 코트라 측의 설명이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수출이나 투자업체들이 2·3선 도시를 집중 공략하면서 중간재 상품의 부가가치 제고 및 브랜드 파워를 높여나가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 상하이, 톈진, 충칭 등 4개 직할시와 광둥성 선전을 지칭하는 1선 도시나 연해지역은 이미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진출한데다 한국 상품도 범람, 적극적으로 내수 공략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성·시·자치구 정부의 성도(省都)나 시, 자치구의 중심 도시 등 2선 도시를 공략하거나 2선 도시보다 규모는 작고(인구 500만명 수준) 구매력도 떨어지지만 3선 도시로 가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한류 바람이 여전히 세게 불고 있어 한류 혜택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엔저와 중국 기술 추격으로 '역 넛크래커'

 

한국은 줄곧 일본과 중국이라는 두 경제 대국 사이에 낀 '넛 크래커' 상황에서 고군분투해왔다.

 

넛 크래커는 일본이 우수한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중국이 저가 제품으로 물량공세를 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는 대표적인 산업이 선박 수출이다.

선발주자였던 일본은 건조능력이나 품질에서 상대적으로 뛰어났고 중국은 철강 생산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잠식했다. 

 

이 때문에 고부가가치 특수선은 일본이, 저부가가치 벌크선은 중국이 대량 생산하면서 한국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졌다.

 

최근 들어서는 상황이 바뀌고 있다. 

중국은 기술력을 키워 한국을 추월하고, 일본은 엔저(円低·엔화 약세) 현상을 바탕으로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는 역(逆) 넛크래커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평판디스플레이의 경우 현재 한국이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등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중국의 추격이 매섭다.

 

중국의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BOE가 충칭(重慶) 공장을 증설하는 등 대량생산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자급률도 늘어 올해 중국 생산 TV의 자국 LCD 패널 사용비중이 50%를 넘어설 것이라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설명했다.

 

철강판 수출의 경우 엔저의 영향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모건스탠리도 엔화 절하로 가격 경쟁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중국의 품질 향상 등 추격이 한국 수출의 큰 위협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주식전략팀 책임연구위원은 중국의 IT기업 샤오미(小米)의 사례를 들며 "한국이 기술에서는 일본에, 가격 경쟁에서는 중국에 밀리는 '넛 크래커' 상황이었는데 아베노믹스 이후 '역 넛크래커' 형국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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