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사이다 할머니 정확한 증거없이 범인으로 몰려

[중앙뉴스=이현정 기자]  경북 상주에서 발생한 ‘농약 사이다’ 음독 사건의 피의자 박모(82)씨가 구속됐다. 경찰은 박씨를 피의자로 특정할 여러 증거를 제시했지만, 직접 증거보다 정황 증거가 많아 수사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박씨 측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대구지법 상주지원 진원두 영장전담판사는 20일 박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기록에 의할 때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경찰은 18일 살인 혐의로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는 지난 14일 오후 2시43분 경주 상주시 공성면 금계리 마을회관에서 할머니 6명이 함께 마신 사이다에 고독성 살충제를 탄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이다는 전날 먹다 남아 냉장고에 보관 중이었다.

 

당시 사이다를 마신 할머니 6명은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 중 2명이 숨졌고, 3명은 위중한 상태다. 피해자 가운데 신모(65.여)씨만 현재 의식을 되찾았다. 피의자 박씨는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지만, 유일하게 사이다를 마시지 않아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경찰은 피의자 박씨의 집 부근에서 살충제가 남은 드링크제 병 발견, 집 뒤뜰에서 살충제 원액 병 발견 등을 주요 증거로 제시했다. 이 병들에서 농약 사이다에서 검출된 살충제와 같은 성분이 발견됐다. 또 박씨가 사건 당일 입은 옷과 스쿠터 손잡이에서 살충제가 검출된 점에도 주목했다.

 

그러나 박씨와 변호인 측은 “누군가가 고의로 누명을 씌우려고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옷 등에서 검출된 살충제는 사건 당일 사이다를 마신 한 할머니 입에서 거품이 나와서 닦아 주다가 묻은 것”이라며 경찰 주장을 반박했으나 경찰은 숨진 할머니의 위액, 토사물 등 타액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전혀 나오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박씨를 구속함에 따라 경찰 수사는 한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령의 할머니가 뚜렷한 동기도 없이 그런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 의문으로 남는다.

 

마을주민들도 박씨가 범인이라는 것을 좀처럼 믿지 못하는 반응이다. 누군가를 해칠만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의식을 회복한 피해자 신씨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씨에 대해 “다 같이 살던 사람”이라며 “(범행 동기) 그런 건 없다. 그 할머니가 뭐 하려고 그러냐”고 말했다.

 

한편 박씨측은 무죄를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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