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일의 해외체류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니 출국시보다 국내정치가 더 혼란스럽고 단호한 조치를 외치던 우리 정부의 천안함관련 조치들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의 톤다운 희생양으로 강대국정치를 탓하는 잘못된 분위기들이 감지된다.

오늘 아침 아내와 모처럼 망중한으로 ‘포화속으로’란 6.25전쟁영화를 보면서 조국을 지키다 산화해 간 꽃 다운 청년학생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지금 이 땅위에 서서 숨을 쉬고 평화를 누리는 그 고마움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입으로만 ‘평화 평화’하는 사람들 이 영화를 보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한반도에 도사리고 있는 모순의 본질을 보아야 할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아내가 계속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이 영화가 진실을 말하면서 인간의 영혼에 진한 감동을 자아내는 예술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많은 국민들이 자신들의 문제에만 매달리고 이렇게 중차대한 국가의 사안을 외면하고 도외시하는 작금의 형국에서 나라의 중요정책들이 국민들이 스스로 잘못 뽑은 일부 소인배들에게 농락당하고 종국에는 국민들 스스로의 목을 조이는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짐짓 걱정을 해 본다.

천안함 문제를 놓고 단합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 우리 여야정치인들의 수준을 보면서 그 세계 어느 나라들도 우리의 정치수준을 칭송 할 수가 없었다. 이러한 우리의 적전분열적인 모습에 오직 한반도의 적화를 위한 마지막 숨을 가파르게 몰아쉬고 있는 북한만이 기뻐하고 남한의 갈라진 틈새를 더 벌리고 이용하려는 총체적인 남남갈등전략을 더 가시화 할 것이 눈에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편들기 외교’를 견제할 힘이 없는 우리정부가 우리 주요우방들과 내린 명확한 결론을 놓고 대북한 조치를 행동화하는 단계에서 좌고우면(左顧右眄)하는 모습을 보이니 우리의 천안함 안보외교는 이제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어서 그동안 우리를 크게 응원하고 독재정권의 모순을 같이 규탄하던 우방들도 우리 정부의 태도를 매우 이상한 눈으로 지켜볼 것이다.

고귀한 장병들의 희생을 온 국민들이 슬퍼할 당시 우리정부는 다시 대북심리전을 재개하고, 한미연합해상훈련을 과감하게 시행함과 동시에, 개성공단문제를 본질적으로 재검토하는 등 북한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재해석하고 다시는 재발방지가 없는 확고하고 단호한 우리의 입장을 천명했지만, 지금 우리정부의 태도는 강대국들의 유엔안보리외교노선을 핑계로 또는 국내외의 여론분열을 명분으로 대북안보외교의 강경하고 선명한 추진동력을 다 상실하게 된 것이다. 자꾸 북한의 전략에 말리고 북한의 대남전략을 도와주는 정부의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너무나 안쓰럽다.

전쟁의 위협에 굴복하고 끌려 다니는 모습은 지난 좌파정권 10년의 실책으로 충분한 것이다.

이러한 우리정부의 고민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남남갈등의 폭과 깊이가 더 깊어지고 있다는 필자의 고민만큼이나 이 문제는 국내적으로도 확고한 국가관에 기반 한 의지와 선견지명이 부족한 3류 정치인들의 졸속적인 야합과 판단미숙으로 우리 안보외교 역사의 수치로 기록될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이조 임진왜란 중에서도 당파싸움으로 많은 우국지사(憂國之士)들을 사지로 몰고 파직한 몹쓸 그 놈의 당쟁과 패거리 문화의 부패상을 떠올리는 것이다. 하루빨리 버려야 할 못된 습성이다. 지금도 권력투쟁으로 날을 지세우고 있는 이들이야 말로 누란의 위기에서 자신들만 보는 소인배(小人輩)들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아직도 명백한 사과 한 마디 없는 북한정권과 대화를 통한 개성공단 인원확대를 생각하고 6자회담 재개를 운운하는 이 정부의 의지박약과 자신감부족을 탓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문제로 딴 지를 걸고 있는 일부 야권과 친북단체들의 이적성은 물론이고 올바른 국민적인 여론을 만들어야 하는 집권세력의 갈팡질팡하는 모습도 역사적 규탄의 대상에서 벗어나질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심각한 국내외적 외교 사안들이 제대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 못한 정국에다가 기름을 붓은 격으로 ‘영포게이트’니 뭐니 하면서 집권세력 스스로 분열의 전주곡을 불어서 국민총합을 이루어야 하는 대통령의 리더십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고 있으니 한마디로 엄청난 국가적 안보이익들이 사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 들이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나?



▲  박태우 칼럼 
박태우 박사의 푸른정치경제연구소









신기루 / 시인 박태우

네바다의 사막을 달리나

호남의 평원을 달리나

우리는 한 몸으로 숨을 쉰다

가파른 호흡으로

이 뜨거운 사막의 기운을

온 몸으로 맞이하니

저 멀리 사막의 신기루가

맑은 호수로 다가온다

한국의 산하가 보여준

아름다운 평화와

상상의 호수를

넉넉한 크기로 여기

미국의 서부에서

마음속에 갔다놓았다

사실이 아닌 마음의 신기루라도

이리 진한 마음으로

맞이하고 안으니

고향의 호수와 무엇이 다른가

모든 것이 마음의 문제가 아닌가

2010.7.6일 박태우 시인

멀리서 라스 베가스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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