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L투자회사 대표이사로 취임

 

[중앙뉴스=이현정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으로의 입국도 미루고 일본에 잔류중일 때 무성한 추측이 난무했었다. 집안 행사까지 미루고 들어오지 않을 만큼 비장의 무기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입장도 있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그룹의 핵심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L투자회사 대표이사로 줄줄이 등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신 회장은 올해 6월 30일 L투자회사 10곳(1·2·4·5·7·8·9·10·11·12)의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7월 31일 자로 대표이사로 등기됐다. 사진은 주식회사 L투자회사의 등기부등본.    

 

그 며칠의 시간동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L투자회사 12곳 중 9곳을 장악하여 대표이사 취임 등기 작업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다.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12개의 L투자회사가 72.65%, 일본 롯데홀딩스 19.07%, 광윤사 5.45% 등으로 나눠져 있다.

 

사실상 일본 롯데홀딩스를 장악하는 사람이 호텔롯데를 장악할 수도 있지만 12개로 쪼개져 있는 L투자회사를 장악하더라도 똑같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달 31일 12개 L투자회사 대표이사로 등재됐다.

 

이제껏 L투자회사 중 9곳의 대표이사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맡고 있었으며 나머지 3곳은 츠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다.

 

지난달 26일 출국해 8일간 일본에 머문 신동빈 회장의 묘연했던 행방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츠쿠다 사장과 함께 대표이사 취임 등기 작업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분구조를 복잡하게 만들어 특정 세력이 L투자회사를 장악하지 못하도록 손을 써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신동빈 회장은 이를 풀어냈다.

 

이 때문에 신동빈 회장이 L투자 회사를 장악한 배후에는 모친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가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는 상태다.

 

L투자회사의 주요 주주 가운데 신 회장 외가 쪽 인사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기에 이 같은 예측이 나오고 있다.

 

결국 외가쪽 인사들이 신동빈 회장을 믿고 밀어준 것이 L투자회사 장악이라는 결과물로 나왔다는 것이 현재까지 가장 합리적인 추론이다.

 

아버지 신 총괄회장이 언론에 공개한 동영상을 통해 "회사를 탈취당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볼 때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신 총괄회장이 우려했던 대상은 시게미쓰 하츠코와 외가 쪽 인사들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침묵하는 이유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날인 2일 신동빈 회장이 L투자회사를 장악했다는 보고를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열고 표대결을 통해 신동빈 회장을 끌어내린 뒤 아버지의 세력을 바탕으로 L투자회사까지 장악하려고 했던 그의 계획 자체가 틀어진 것이다.

 

신동빈 회장이 L투자회사 장악한 상황에 신 전 부회장의 동아줄은 아버지밖에 없어 출국을 미뤘다는 분석이다.

 

신동빈 회장은 이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다. 주주총회에서 신 총괄회장을 명예회장으로 돌려놓는다면 한·일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총수가 된다.

 

L투자회사 12곳 중 9곳을 장악한 신동빈 회장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