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변하려면 회장님이 변하셔야

▲ 대한항공을 퇴사하는 부기장이 사내 게시판에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쓴소리가 담긴 글을 올리자 조 회장이 댓글을 달았다.    

 

 

[중앙뉴스=이현정 기자]

 

대한항공 부기장이 조양호 회장의 소통 불가를 지적하며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조 회장의 주변엔 충신이 없는데 이는 조 회장 스스로 초래한 잘못이라며 ‘조 회장이 바뀌어야 한다’는 논조의 글이었다.

 

열흘 후 퇴사를 앞두고 있는 부기장 A씨는 4일 ‘조양호 회장님께’라는 글을 사내 전자 게시판인 소통광장에 올렸다. 그는 “말을 해도 계속되는 단체협약 위반, 타 항공사와 비교도 되지 않는 월급, 사소한 실수에도 마녀사냥처럼 계속되는 각종 징계, 느린 승급 등으로 많은 운항승무원들이 대한항공을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A씨는 2년 전 러시아 페테르부르크 운항의 문제점을 들었다. 당시 주 2회 운항으로 승무원들이 5박 이상 현지에서 머물러야 하는데도 조 회장은 승무원들을 호텔에서 5박 이상 시키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것. 이 때문에 승무원들은 다른 항공사 비행기를 타고 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했다. 이후 모스크바에서 인천까지 승무원이 아닌 일반 승객 신분으로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귀국했다. 그는 “이렇게 하면 승무원들이 현지에 체류하는 것보다 5배 이상 비용이 더 든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며 “그 돈이면 우리 정비사들 비용 절감하라고 없애버린 간식 빵을 1년 더 먹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이런 여러 일들로 대한항공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지만 회장에게 직언을 하는 임원은 하나도 없다고 꼬집으며 충신이 없는 것도 회장의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비판까지 하는 사람들을 내치지 않았다면 대한항공은 제가 처음에 입사했던 대로 모두가 일하고 싶어하는 그런 회사였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10일 뒤면 대한항공을 떠나는데 이런 글을 쓴 이유에 대해 “대한항공은 회장이 바뀌지 않으면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소통광장은 임직원들의 각종 제언이나 요청사항 등 평소 회사에 하고 싶은 말들을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만든 게시판”이라며 “이번 경우도 소통광장을 통해 건의사항을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측은 또 지적 사항을 검토해 문제가 있는 부분은 개선하기로 했다.

 

조회장이 직접 답글을 달아 이례적인 경우로 "회사 경영에 반영하겠다"고 답변했다.

 

조 회장은 6일 사내게시판 '소통광장'에 "최 부기장님 우선 회사를 떠난다니 아쉽다"며 "회사를 떠나면서 준 진심이 느껴지는 제언 고맙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최 부기장의 글뿐만 아니라 소통광장을 통해 올라오는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들 중 합리적인 제안은 회사 경영에 반영해 나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의견을 청취함에 있어 '합리적인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 과감히 고쳐 나가고 원칙에 부합하지 않은 것은 아무리 강한 의견이라도 수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답했다.

 

또 "더 이상 대한항공 안에서의 인연은 이어지지 않겠지만 최 부기장의 의견은 참고해 반영토록 하겠다"며 "다른 곳에서도 더 많은 업무지식을 습득하고 자기계발에 정진해,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멋진 기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를 두고 대한항공 직원들은 "회장님이 글을 읽어주신 것 자체가 고무적이다","회장님이 과연 저 글을 직접 썼을까"라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 홍보실은 "조 회장님이 직접 올리신 글이 맞다"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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