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만간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19일 알려지면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의 완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DTI는 금융회사에 주택을 담보로 잡히고 돈을 빌리려는 사람의 부채 상환능력을 평가해 대출 금액을 결정하는 지표다.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가격이 뛰고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2005년 8월 DTI 규제를 도입해 대출을 억제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8년 11월 주택가격 하락세에다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쳐 DTI규제가 투기지역인 강남 3구에만 적용하기도 했지만, 부동산 시장이 과열조짐을 보이자 지난해 9월 다시 적용지역이 확대됐다.

현재 강남 3구에는 DTI 40%, 강남 3구 이외의 서울지역에는 50%, 인천.경기지역에는 60%가 적용되고 있다. 수도권 이외의 지방은 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는 주택가격 대비 대출규모를 제한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제도도 시행하고 있지만, 부동산거래에 미치는 영향은 DTI가 가장 직접적이란 평가다.

LTV 제도상으로는 문제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도 DTI 제도에 걸려 대출이 제한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도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 가운데 핵심으로 DTI 규제 완화를 꼽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에서도 DTI 완화론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나라당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19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금융제재를 조금씩 완화해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가 이제 공론화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와 함께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을 논의하는 기획재정부도 DTI 규제 완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에서 다소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DTI 규제에 대해 "현재까지는 입장에 변함이 없지만 부동산 대책은 금융건전성에 맞춰진 것이고 상황이 변하면 환경에 따라서 변할 수 있다. 영원불변한 법칙은 없다"며 일부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DTI를 완화한다면 건설업계의 요구대로 DTI 비율을 지역별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투기지역인 강남 3구에 대해선 40%를 유지하되, 50%인 나머지 서울지역과 60%인 수도권에 대해선 일정 부분(5~10%씩) 비율을 확대해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DTI 규제를 풀더라도 새 아파트 입주 예정자의 기존 주택을 구입하는 무주택 또는 1주택자에게 DTI를 초과해 대출을 지원해주기로 한 `4.23 거래활성화 대책'을 보완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4.23 대책에선 입주 예정자가 보유한 기존 주택의 범위를 강남 3구를 제외한 6억원 이하 및 전용 85㎡ 이하로 제한했고, 입주 예정자의 자격도 입주 기간이 지나 분양대금을 연체하는 경우로 한정했지만 이 같은 자격요건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이날 오전 금융위 간부회의에서 "DTI가 가계와 금융건전성을 위해 정말 필요한 제도라는 것을 여론에 잘 설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시장금리가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DTI 규제를 풀면 더 많은 빚을 내 집을 살 수 있도록 해 가계 부실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도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DTI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성균관대 경제학부 안종범 교수는 "최근 보금자리 주택 등 부동산 시장의 공급이 늘어나 가격이 하락한 상황인데 규제를 푼다고 큰 효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창배 연구위원도 "부동산 경기는 구조상 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DTI 규제는 가계 건전성과 금융기관의 부실을 막기 위해 유지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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