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울에서 지하철을 차고 이동 중이었다. 연세가 지긋 하신 어르신이 구걸을 하려 들어 왔다. 말씀도 없이 모자를 턱밑에 들이 대면서 돈을 달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지도 않고 외면하였다. 그러다가 자리에 앉아 있는 흑인 손님 앞에서 “코리아”하고 모자를 들이밀었다.

 

그 흑인 손님이 동전을 호주머니에서 꺼내 모자 속으로 넣었다. 그 걸 본 그 어르신이 큰 소리로 외친다. “외국인도 돈을 주는데 한국 사람들은 너무 인색해!” 그리고 구걸을 계속했다. 한참 가다가 어떤 아주머니가 지갑에서 돈을 주었다.

 

문제는 그 후에 있었다. 또 어떤 흑인 청년이 앉아 있는 곳으로 다가가서 모자를 들이밀었다. 이번에 그 흑인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모자로 그 흑인의 턱을 쳐 올렸다. 화가 난 흑인이 손으로 모자를 손으로 쳐 땅바닥에 떨어 뜨려 버렸다. 모자에 있던 동전이 와르르 전철 바닥에 흩어졌다. 그 흑인의 기세에 눌렸던지 그 어르신은 바닥에 앉아 동전을 주섬주섬 집어 담더니, 다른 칸으로 이동을 하였다. 우리 모두는 아니지만 우리가 외국인을 대하는 모습의 한 단면 같아 내내 마음이 불편하였다.

 

며칠 전 미국 방문 중에 공교롭게도 미국인이 구걸하는 모습을 몇 번 보았다. 외모나 옷차림으로 봐서는 구걸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첫 번째 경우는 어떤 여자였는데 길을 걸어가면서 “따뜻한 음식”을 먹고 싶으니 도와 달라고 하였다. 길 가던 사람이 아무 말 없이 돈을 건네주었다. 두 번째는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한인 밀집지역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 때도 말끔하게 차린 사람이 다가와 도와 달라고 한다. 그 모습이 너무 정중하여 순간 웃음이 날 정도였다.

 

지금 미국 사회가 시끄럽다.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2014년 8월 10일 백인 경찰에게 비무장 상태로 총격을 받아 사망한 흑인청년 때문이다. 당시에 시위가 미전역으로 확산되어 주 방위군까지 출동하는 사태가 벌어 졌다. 뿌리 깊은 흑백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화되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다. 이번에는 그동안 평등과 사회 정의가 실현되기를 기대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다시 데모사태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자 퍼거슨 시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하였다.

 

우리도 이런 사태를 남의 집 불구경하듯이 볼 일은 아니다. 이미 우리 국내에 들어와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이 대전광역시 인구보다 더 많은 150만 명이 훌쩍 넘은지가 1년 반 전이다. 이런 수치로 보면 현재 우리나라 국민 100명당 외국인이 3명 정도가 된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2014년 통계를 보면 2013년 이 후 1년 동안 국내 거주 외국인이 12만 명 정도 증가되었다는 통계를 볼 때, 앞으로 거의 200만 명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본다. 이런 증가세로 간다면 2050년에는 전체국민의 10% 이상인 5백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우리와 함께 산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한국 남성과 국제 결혼한 베트남 여성의 숫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베트남을 연구하는 학교에서도 다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였다. 그래서 방학을 맞이하여 학생들과 다문화의 실상을 알아보기 위해 전국에서 방문할 만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다각도로 조사를 하였다. 그 중에서 다문화가족지원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알려진 전라남도 무안군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학생들과 방문하였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와 가까운 거리가 아니므로 무안군 센터 가족들도 매우 놀라는 눈치였다. 학생들이 다문화 신부들과 행사를 하는 동안 센터장(최승자)에게 무안군 다문화 가족들의 실상을 자세히 듣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우리가 그냥 소문으로만 듣던 내용과는 상당한 차이점들이 많았다.(자세한 사항은 논문에서 정확한 자료를 근거로 조사 발표할 예정) 그 중에서도 앞으로 10년 후면 무안군 초등학교의 50% 이상이 다문화 가정출신 자녀가 될 것이라는 말에 우리가 이제 다문화사회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현재 무안군의 가정에 어린 아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가정의 약 10분의 1정도만 국내인 결혼 가정이라고 한다.

 

센터장에게 앞으로 다문정책에서 필요한 것 중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 봤다. 당연히 다문화 가족의 상대국 상호 문화이해라고 하였다. 특히 한국 남편들의 아내 국가에 대한 문화이해가 가장 급한 숙제라고 한다. 따라서 국가 정책 중 재정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남편의 정규적인 아내 나라의 문화교육이 의무적으로 시행되었으면 한다고 하였다. 마치 내가 변해야 나라가 산다는 말처럼, 남편이 변해야 국가의 전망이 밝다는 말처럼 들렸다.

 

청운대학교 베트남학과 이윤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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