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시장 도전! 하림의 끝없는 '달걀 전쟁' 대법원 항소
양계협·계란유통협 눈빛 싸늘, 농민과 중소상인 설 자리 잃게 될 것.

[중앙뉴스=박철성 칼럼니스트(언론인·다우경제연구소 소장)] 복날을 중심으로 번번이 추락하는 닭 값. 8년 만에 사상 최고의 폭락을 기록했습니다. 갓 부화한 병아리가 사료로 대치되는 지경입니다. 양계농가들은 하나같이 죽을 맛입니다. 여기에 대기업 군락에 편입될 하림은 달걀 시장 진출을 놓고 대한 양계협회와 끝없는 법정투쟁 중입니다. 닭을 둘러싼 스토리를 집중 취재,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사상 최고의 닭 값 폭락, 엎친 데 덮친 격 달걀 업계 넘보는 대기업 하림!

욕심이 끝이 없다. 하늘을 찌른다. 업계에서는 '햇병아리 시절 생각 못 하는 씨암탉 하림'이라고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하림이 끈질기게 펼치는 '계란전쟁' 얘기다.

사상 최고의 닭 값 폭락이다. 닭 한 마리(1.4~1.6kg) 가격이 최근 1,100원까지 하락, 1천 원대를 위협받고 있다. 국내 양계업계는 걱정이 태산이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 국내 닭고기 업계의 대부, 하림이 달걀 업계까지 진출하겠단다.

하림(회장 김홍국)이 대한양계협회(회장 오세을, 이하 양계협회)를 상대로 시작한 달걀 전쟁을 막장까지 몰아가고 있다.

▲ 양계업계와 달걀 유통업계로부터 “햇병아리 시절 생각 못 하는 씨암탉 하림”이란 비난 속에 하림이 계란전쟁을 대법원에 항소했다.     © (사진=하림 홈피 캡처).

하림은 지난 6월, 법정관리를 받던 팬오션(4755▼105)을 1조79억5000만 원에 인수했다. 이로써 자산총액 5조 원을 넘어섰고, 내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 집단에 편입된다. 그런 하림이 지금 양계 농가를 향해 ‘달걀 폭탄’을 던지고 있다. 업계의 눈빛이 싸늘한 이유다.

▲하림 vs 대한 양계협회 1년여 법정공방, 하림 불복, 대법원 항소!

하림은 양계협회와 약 1년간 법정공방을 벌였다. 결과는 하림이 졌다.

사건은 하림이 '자연실록'이라는 브랜드로 계란 유통 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작됐다. 양계협회는 '양계산업에 대한 위협'이라고 크게 반발했다. 또 양계협회는 하림의 '자연실록'을 납품받기로 계약한 롯데마트 측에 "자연실록 판매를 중단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결국 롯데마트는 지난해 12월 17일 "하림 측 달걀 제품의 판매로 대내외적인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고, 매출 비중도 크지 않으며 대기업 확장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하림의 '자연실록' 계란 판매를 중단했다.

▲ 하림의 달걀 유통시장 진출에 대해 업계의 반발이 드세다.     © (사진=소상공인신문 제공).

이에 대해 하림이 양계협회를 '업무방해'라고 소송을 제기했던 것.

당시 하림 측은 "친환경 농장에서 생산한 달걀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해 산란계 농가들과 동반 상생을 도모한 정상적인 기업 활동임에도 대한 양계협회가 이를 방해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법적 판단을 받고자 하는 것"이라고 소송배경을 설명했다.

▲재판부 양계협회 손들어 "영업방해 아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부장판사 박평균)는 하림이 "달걀 유통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해 달라"며 양계협회를 상대로 낸 업무방해금지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계협회가 롯데마트에 공문을 보낸 것은 국내 채란 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과 영세 산란계 농가, 소상공인 등과의 상생을 위한 주장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롯데마트가 하림의 계란 판매를 중단한 것은 독자적인 경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양계협회의 이 같은 행위는 하림의 업무를 부당하게 방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양계협회 계란유통협회 성명서! "하림의 계란유통, 농민과 중소상인 설 자리 잃게 될 것"

이와 관련, 양계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하림은 1심 패소 이후 반성은커녕 대법원에 항소, 전국 산란계 농가를 비롯한 축산 농가들을 분노케 했다"면서 "당연한 결과이고, 표현의 자유와 생계유지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존중한 고등법원의 판결"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또 "하림은 앞으로 축산 농가를 대상으로 무분별한 법적 소송으로 심리적, 재산적 압박에 빠트려 가해자가 피해자인 양 진실을 왜곡시켜 피해를 줘서는 결코 안 된다"면서 "법원의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여 계란 유통업 진출 선언을 즉각 취소하고, 씨닭·육계 농장들의 정당한 권리와 생존권을 보장해 신뢰와 정직을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를 아는 기업으로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고 힘줬다.

김재홍 양계협회 부장은 "하림이 달걀 유통에서 철수하지 않는다면, 농민과 중소상인 그리고 소상공인은 설 자리를 완전히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결국 농민과 중소상인은 육계처럼 또다시 하림의 종속관계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길게 한숨지었다.

이어 김 부장은 "'올품 도계장'을 지을 때 국내 시판은 전혀 하지 않고 수출만 하겠다고 했다가 닭고기 시장을 독점하려고 말을 뒤집은 기업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면서 "하림이 상생이란 두 단어를 내세우면서 또다시 농민들의 눈과 귀를 홀리고 있지만, 결국에는 '올품  도계장'처럼 달걀 생산 농장을 직접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하림은 고등법원의 판결에 불복, 6월 23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끝을 보겠다는 속셈.

▲ 한국계란 유통협회 강종성 회장이 하림의 달걀 시장 진출 규탄대회에 참석 상복을 입고 있다.     © (사진=소상공인신문 제공.)

강종성 한국계란 유통협회 회장은 "하림의 달걀 유통 사업진출을 강력히 규탄한다. 만약 계란 유통 사업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계란 유통협회 전 회원들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관련 단체와 연대하고, 700만 소상공인들과 목숨을 걸고 투쟁하겠다"고 힘줬다.

이어 강 회장은 "CJ, 풀무원 등 식자재 기업들의 달걀 유통 진출로 가뜩이나 생산농가들과 중·도매 유통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하림마저 달걀 유통에 뛰어든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하느냐"면서 "하림도 말로만 상생을 외치지 말고, 대기업의 달걀 유통 진출로 어려움을 겪는 양계농가나 중소 유통인들의 어려움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림 "달걀 유통 시장 CJ, 풀무원은 되고 왜 하림만 안 되나?"

한편 하림 관계자는 "하림의 달걀 유통사업은 산란계 사육농가와 중소집하장이 함께 추진하는 상생 사업"이라고 전제한 뒤 "생산은 사육농가에서, 집화와 선별 포장은 산란계 농장주들이 주주인 농업회사법인 ㈜녹색 달걀이, 유통은 ㈜하림이 맡고 있다"고 처지를 밝혔다.

또 "대한 양계협회는 하림이 달걀의 생산(사육) 분야에도 진출할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면서 "이미 CJ와 풀무원 등, 다른 대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달걀 유통 시장에 하림의 진출만은 안 된다며 반대활동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또한 "하림의 계란 유통사업은 농가들의 안정된 생산기반과 소득을 보장할 뿐 아니라 일부 유통업자들의 횡포로부터 농가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상생 사업"이라며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특정 단체의 비정상적인 방해로 중단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고 계속 계란 유통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입장을 확고히 했다.

이번 소송전은 국내 양계 농가를 발판으로 성장해온 대기업 하림이 나름 부르짖는 '상생' 촉구. 하지만 하림은 제품출시 반대를 외친 농가의 목소리에 소송전이라는 무리수로 대응했다. 결국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쉽지 않게 됐다.

판단은 역시 독자들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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