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

나병춘

 

 

저 노란 향내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시는가

 

달빛인 듯

안개인 듯

섬마섬마 걸어오시는

 

길가에 낌새도 없이

피었다 지는

오, 夜來香

 

밤길 환히 밝혀

멧토끼 다람쥐 고라니들

사랑의 마법에 흠뻑 취하라고

 

요염한 등불 켜드는 그대는

누구신가

이 칠흑 같은 밤 여기저기

 

파앙팡 파방

꽃폭탄 터뜨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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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게도 내게 달맞이꽃은 아픈 가족사의 단면이다.

오랜 지병으로 앓아누운 엄마가 달맞이꽃 뿌리를 달여먹느라

그 여린 잎과 꽃은 시들시들 불쏘시개로 던져지곤 했던...

죄책감처럼 남아있던 계집아이의 달맞이꽃 트라우마!

오늘 시인의 눈을 통해 치유 받는다.

화자는 달맞이꽃을 낌새도 없이 피었다 지는 夜來香으로 노래하고 있다.

또한 요염한 등불로도 표현했는데 시인의 예리하고

감각적인 눈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는가?

화자는 더 나아가 꽃폭탄이란 표현으로 공감각적인 감상을

이끌어내어 덩달아 취하게 한다.

갈바람 불기 시작하면 팡팡 꽃폭탄을 터뜨려,

분주해지는 다람쥐 산토끼 고라니들을 사랑의 마법에 취하게 하는 꽃!

지난여름을 관통하면서 나는 사선을 넘어왔다.

오늘,

계절의 문턱에서 외로운 한 마리 산짐승이 서성댄다.

달밤을 어슬렁대다가 꽃폭탄 소리에 자지러지고 싶은...

(최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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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춘 시인/

<시와시학>등단(1994)

시집 / 『새가 되는 연습』『하루』『어린왕자의 기억들』

<양주작가회의> 회장 역임

충북대 산림치유학 박사과정 수료

▲     © 사진/나병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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