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이현정 기자] 알레르기 비염을 가진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일교차가 심해지는 요즈음은 찬바람이 불어 콧속의 점막을 자극해 대는 것이다. 흔하게는 주위에 널린 다양한 방법 등을 다 시도해 본다. 면역요법도 받아보고,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체질을 바꿀 수 있다는 한약도 복용해보며, 알레르기 비염 완화 효과가 있다는 프로폴리스 영양제도 섭취해본다. 하지만 흔하게 겪듯이 효과는 또 거의 못 본다. 코 점막을 레이저로 지지는 수술에 혹해 알아보지만, 효과를 보는 기간이 짧아 심지어 이비인후과 의사가 말릴 정도이다. 그렇게 돌고 돌다 종착역은 콧물이나 재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는 게 방법의 전부이다.

 

무언가 원천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러나 알레르기 비염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 질환 중 하나다.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고혈압·당뇨병에 걸리면 평생 혈압·혈당을 조절하며 지내듯, 알레르기 비염도 만성질환이라는 생각을 갖고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고 말하며 평소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알레르기 비염이 극성을 부리는 시기는 9월이다.    

 

 

▶ 항원(抗原)이 코 점막에 닿아 콧물·재채기 유발

 

알레르기 비염은 코 점막이 특정 물질에 과민반응해 콧물, 코막힘, 재채기 등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알레르기 비염은 항원(抗原·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있어서, 항원이 코 점막을 자극할 때 증상이 나타난다. 알레르기 비염의 대표적인 항원은 꽃가루(돼지풀·쑥·자작나무 등), 집먼지 진드기, 동물의 털, 곰팡이, 먼지 등이다. 이것들이 코 점막 속에 있는 항원 수용체(항원을 인식하는 부위)에 가서 닿으면 면역세포들이 몰려와 항원과 맞서 싸운다. 그 과정에서 콧물이 나고, 재채기가 유발된다. 코 막힘, 맑은 콧물, 발작적인 재채기 등이 주 증상으로 나타나며 눈 주위와 콧속, 피부 등이 가려울 때도 있다. 평소 피로를 많이 느끼거나 찬바람에 노출됐을 때, 불규칙한 생활습관으로 체내에 저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많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하면 중이염, 부비동염, 인후두염, 결막염 등 합병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 알레르기 비염 안 낫는 이유

 

면역체계 바꾸기 어려워=무엇보다 주된 이유는 면역체계에 있다. 일반인들과 다르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면역체계를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꽃가루, 집먼지 진드기, 동물의 털, 먼지 등이 몸속에 침투하면 면역세포가 순차적으로 여기에 대응하는데, 사람마다 면역세포의 수나 힘 등이 다 다르다. 사람마다 반응하는 물질도 달라서 누구는 집먼지 진드기에 민감하고, 누구는 꽃가루에 반응한다. 면역체계는 자라면서 식습관·주거 환경 등에 의해 형성되며, 유전적 요인도 큰 영향을 끼친다. 이런 면역체계를 완전히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면역체계를 바꿔 보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큰 효과를 보인 치료법은 없을 정도이다.

 

항원 못 없애=알레르기 비염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항원들은 우리 주위에 너무나 쉽게 있어 피하기 어렵다. 알레르기 반응 검사라도 해서 자신의 항원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경우이면 그나마 낫지만, 환자 대부분이 항원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다. '청정 지역에 가면 알레르기 비염이 낫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알레르기 비염이 낫는 개념이 아니라 본인의 생활로 돌아오면 다시금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또한 영구적인 치료 방법이 되질 못한다.

 

찬바람 등 악화요인 못 피해=환절기 찬 바람 등 증상을 악화하는 환경 요인을 어찌할 수가 없다.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1년 중 알레르기 비염으로 진료받은 환자가 9월에 가장 많다. 전문가들은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사람은 코 점막이 예민해서, 차가운 공기가 조금만 닿아도 콧물·재채기 등이 나오는데 찬 공기를 따뜻하게 만드느라 코 점막이 일을 과도하게 하면, 더 예민해져서 같은 항원에도 증세가 심하게 나타나는 악순환이 유발된다고 한다.

 

▶ 약으로 증상 조절하고, 금연·마스크 사용을

 

현재까지 알레르기 비염은 완치가 어려운 병이다. 다행인지 나이가 들면 코 점막이 점점 위축돼, 50대부터 알레르기 비염 증세도 완화될 것이라고 한다. 결국 그 나이가 될 때까지는 알레르기 비염을 달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 전에는 알레르기 반응 일어나 코가 막히며 두통이 오거나 괴로울 때는 약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항히스타민제로 콧물·코막힘·재채기를 막고, 스테로이드제로 염증을 없앤다.

 

항원 성분이 든 약을 소량씩 꾸준히 주입해 몸이 항원에 적응, 완치되도록 돕는 면역요법이 수년 전에 도입됐지만 효과는 70% 정도다. 소아·청소년이거나 20~30대의 젊은 성인은 비교적 효과를 잘 보지만, 3~5년 정도만 지속되는 경우가 많고 비용이 많이 든다.

 

코 점막 안쪽의 살을 고주파로 태워 항원 수용체를 파괴하는 방법도 있다. 항원을 잘 인식하지 못 하게 돼 알레르기 반응도 줄어든다. 하지만 피부가 재생되면 항원 수용체도 다시 늘어나기 때문에, 효과가 1~2년 정도만 유지된다. 만약 비강(코 안쪽의 공간)이 좁은 사람이라면 점막하비갑개절제술을 고려해볼만 하다. 코 안쪽 공간이 넓어져, 알레르기 비염의 대표적인 증상인 코막힘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담배를 피우거나, 대기오염이 심하거나 온도·습도 차이가 큰 곳에 있으면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악화된다. 반드시 금연하고,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써서 코 점막이 대기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때문에 여성들은 메이크업이 지워져 고생을 하겠지만.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