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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임재정
나를 볼까 눈을 찔렀다는 너에게
손목을 잘라 보냈다
붙잡을까 두려웠다고 단면에 썼다
붉은 소포가 검게 얼룩져 되돌아왔다
뉘신지, 저는 눈을 버린 후 그 밖의 것들이 열려, 온 데가 꽃필 것 같습니다만
밤하늘엔 온통 검은 속 흰자위 하나
발바닥으로 짓쳐든 초승달을 품었다가
떨리는 꼬리를 얻고 그 나머진 다 잃었던가요
반목하는, 눈 찌른 밤을 손목 자른 밤에 잇느라
뜬 눈으로 가로지르던
새 한 마리
(* 마침내 꽃이 된 이를 가리키는 일반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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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얼핏 보면 사람 이름으로 보이기도 하는 시다.
‘이은주’는 마침내 꽃이 된 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최고의 고통을 통과해야 꽃이 된다.
꽃의 화려함만 본다면 꽃의 역설인지도 모르지만...
죽음 같은 사랑도 한 때,
붉은 소포가 검게 얼룩져 되돌아오고 서로의 등을 보게 되면
잊기 위해 핑계를 찾아보기도 하고 영혼이 찢겨나가는
고통과 회한의 포로가 되어 핏발 선 밤들을 건너야 하는 것이다.
위 시를 다른 각도로도 볼수 있겠지만 화자는 상실의 후유증을 역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짐짓 의연한 척 ‘손목을 잘라 보냈다, 눈을 버렸다’는 표현을 하지만
그 역시 불면의 밤바다를 떠도는 상처 입은 새 한 마리라는 것,
하지만 시인은 고통의 물관을 통과하고 얼어붙은 가지를 뚫고
나와 마침내 꽃으로 피어났다.
사랑을 잃고 고통의 한 가운데 서있는 이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시다.
함께 어루만지며 울고 싶은 그런 마음의 시!
돌아보니 내 젊은 날 사랑에 눈멀어서 떨리는 꼬리만 얻고 그 나머진
다 잃었다 하더라도 미련 없이 다 태워버린 마음속에 꽃으로 늘
피어있는 이 있으니 나 역시 꽃이구나!
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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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정 시인
충남 연기 출생.
2009 <진주가을문예>.
2011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기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