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 시인의 맛있는 시 감상(62)/이은주(임재정)
최희 시인의 맛있는 시 감상(62)/이은주(임재정)
  • 최희 기자
  • 승인 2015.09.13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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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희 기자


 

이은주*  

 임재정        

                     

  

 

나를 볼까 눈을 찔렀다는 너에게 

손목을 잘라 보냈다 

붙잡을까 두려웠다고 단면에 썼다

 

붉은 소포가 검게 얼룩져 되돌아왔다

 

뉘신지, 저는 눈을 버린 후 그 밖의 것들이 열려, 온 데가 꽃필 것 같습니다만   

 

밤하늘엔 온통 검은 속 흰자위 하나

 

발바닥으로 짓쳐든 초승달을 품었다가 

떨리는 꼬리를 얻고 그 나머진 다 잃었던가요  

 

반목하는, 눈 찌른 밤을 손목 자른 밤에 잇느라  

 

뜬 눈으로 가로지르던

 

새 한 마리

 

 

 

(* 마침내 꽃이 된 이를 가리키는 일반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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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얼핏 보면 사람 이름으로 보이기도 하는 시다. 

‘이은주’는 마침내 꽃이 된 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최고의 고통을 통과해야 꽃이 된다. 

꽃의 화려함만 본다면 꽃의 역설인지도 모르지만... 

죽음 같은 사랑도 한 때, 

붉은 소포가 검게 얼룩져 되돌아오고 서로의 등을 보게 되면 

잊기 위해 핑계를 찾아보기도 하고 영혼이 찢겨나가는  

고통과 회한의 포로가 되어 핏발 선 밤들을 건너야 하는 것이다.

 

위 시를 다른 각도로도 볼수 있겠지만 화자는 상실의 후유증을 역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짐짓 의연한 척 ‘손목을 잘라 보냈다, 눈을 버렸다’는 표현을 하지만

그 역시 불면의 밤바다를 떠도는 상처 입은 새 한 마리라는 것, 

하지만 시인은 고통의 물관을 통과하고 얼어붙은 가지를 뚫고 

나와 마침내 꽃으로 피어났다.  

사랑을 잃고 고통의 한 가운데 서있는 이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시다.

함께 어루만지며 울고 싶은 그런 마음의 시!

 

돌아보니 내 젊은 날 사랑에 눈멀어서 떨리는 꼬리만 얻고 그 나머진

다 잃었다 하더라도 미련 없이 다 태워버린 마음속에 꽃으로 늘

피어있는 이 있으니 나 역시 꽃이구나!

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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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정 시인

         충남 연기 출생.

         2009 <진주가을문예>.  

         2011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기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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