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들도 그러는지 확인해보지 못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무슨 일만 생기면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인용하며 그것이 무슨 기준이나 되는 것처럼 권위를 부여하려고 한다. 특히 한국이 OECD에 가입하고 있기 때문인지 걸핏하면 이에 빗대어 한국과 견주는 버릇이 있다.

 

오이시디는 경제적으로 약간 앞선 나라들인데 그것이 모든 기준이나 사례가 될 수는 없다. 요즘 광복70주년이라고 해서 한참 떠들썩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4.19혁명으로 쫓겨난 이승만을 숭모하는 단체들이 이구동성으로 내세우는 것이 ‘건국 대통령론’이다. 그러면서 8.15광복절을 건국절로 부르고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으로 추앙하자는 운동이다.

 

이승만을 추켜세우는 것은 부정선거를 저지르고 학생혁명에 의해서 심판받은 사람을 끌어올리는 반역사적 행위여서 어느 국민도 납득하지 않고 있다. 다만 건국기념일이나 건국절 문제는 세계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건국기념일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러시아 중국 등 수많은 선진국들이 건국기념일이라는 날을 특정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독립기념일, 혁명기념일, 전승절 등으로 기념한다. 우리나라 역시 단군의 개천절과 함께 광복절로 크게 기념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신의 주장이나 입맛에 맞도록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후세에 큰 죄를 짓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국회를 비롯한 학계에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항이 국사교과서 국정화냐, 검인정제냐 하는 문제다. 이에 대해서는 알만한 위치에 있는 많은 이들이 국정화 반대에 앞장서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초중고 교육의 컨트럴 타워인 시도 교육감들이 합동으로 성명을 발표하고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에 적극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전체 17명 중에서 무려 14명이 서명했다. 그들은 당선 때부터 이미 좌파 또는 진보교육감이라는 닉네임이 붙어있는 사람들이어서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다. 그동안에도 일선교육을 일관되게 진보진영 논리로 밀어 붙여왔기 때문에 정부방침에 어깃장을 놓을 것은 예상되었던 일이다.

 

그들의 주장은 “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서 우리 사회가 이룩해온 민주주의 가치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역사에 대한 바른 이해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밝히는데 가장 근원이 된다. 그러나 올바른 국사교육이 반드시 국정화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또 서울대학교 역사관련 다섯 개 학과 교수 34명도 교육부장관에게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정신과 합치하지 않는다. 다수의 교과서에서 서로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등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국정교과서가 아니라 검정과정을 신중하게 수행함으로서 바로 잡을 일”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이나 의견들은 학문의 자유와 연구의 다양성이라는 의미에서 매우 일리 있다는 인식을 주는 게 사실이다.

 

우리 헌법은 사상의 자유와 학문연구의 다양성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으며 너무 지나치게 풀어주고 있다는 사회인식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광범위한 세력이 각계각층에 포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국정화 문제가 대두되었을까. 그것은 진보좌파세력들이 자초했다.

 

전교조를 중심으로 가장 강력한 교사단체를 구성한 그들은 학교일선에서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세력으로 컸다. 숫자는 문제가 아니었다. 사사건건 학교행정에 개입하고 걸핏하면 파업도 불사했다. 처음에는 불법단체였으나 진보정권의 등장과 함께 화려하게 합법을 쟁취하고 무소불위의 교권으로 우뚝 선 것이다.

 

그리고 역사 담당교사들에게 진보성향의 역사를 가르치도록 지도하고 출판사들의 저자로 그들 스스로 나섰다. 그러다보니 빨치산을 미화하기도 하고 주체사상을 엄호하기도 하는 등 자유 대한민국의 현실을 어지럽히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이를 걱정한 박근혜대통령은 “교육현장에서 진실이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안 된다”고 발언했고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해 통일된 교과서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정홍원총리의 담화가 발표되고 황우여 교육부장관도 “국사과목은 하나의 권위 있는 교과서로 가르쳐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하기에 이르렀다.

 

정치권에서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좌파세력이 학생들에게 부정적 역사관을 심어주고 있어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기 위한 노력 중”이라고 말했으며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정부 여당의 역사 왜곡 시도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모두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무엇이 역사의 진실이며, 무엇이 애국심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좋은 교과서인가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

 

역사교과서는 한나라의 정체성을 가르치는 것이며 이것이 비뚤어진다면 올바른 애국심은 기대하기 힘들게 된다. 한국은 세계유일의 분단국가이며 155마일 휴전선을 두고 정전상태에 있다. 지난달만 해도 목함지뢰 때문에 큰 피해를 입은 한국의 강력대응으로 북한의 사과를 받아내는 전쟁 일보 전까지 갔던 나라다.

 

역사를 어지럽히는 적을 상대로 국론이 통일되지 않으면 미래가 불안해진다. 학문의 다양성은 그 다음 얘기다. 지금으로서는 하나의 통일된 역사관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만 평화로운 통일국가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전 대 열 大記者 / 전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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