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섭 기자의 말말말] 교회와 목회자 세금 납부..종교인들 스스로 끝내야 할때다


세금(稅金)은 국가가 국가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마련할 목적으로 정해진 법에 따라 개개인에게 소득 또는 행위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거두어들이는 돈이다. 국가는 과세권을 가지며, 국민에게는 납세의 의무가 있다. 세금에 있어서 적고 많음은 있을수 있으나 신분에 의한 특혜는 없다.

 

세금을 낸다는 것은 국민의  4대 의무 중의 하나다. 징수 대상은 금전 등으로 정하기는 하지만 그 가치를 가지는 노동으로 하기도 한다.

 

우리가 일상 생활을 하는 데에 돈이 필요하듯 나라 살림에도 많은 경비가 필요하다. 국가는 국가의 독립 유지를 위한 국토 방위, 사회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치안 유지,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한 사회 보장과 경제 개발, 국민의 문화 향상을 위해 학교를 세워 모든 국민을 교육시키고 공공 시설을 늘려 국민에게 이용하도록 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

 

따라서 국가는 이러한 일들을 하기 위해 필요한 많은 돈을 대부분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하게 된다.세금에는 직접세 · 간접세 · 관세 등이 있다.

 

국민이 납세의 의무를 게을리하면 국가로서의 구실은 물론, 국민의 권리 행사도 제대로 못하게 된다. 세금은 국민의 납세 능력에 맞도록 공평하게 부과되어야 한다.

 

개신교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가 16일 교단 총회에서 개신교 장로교단 가운데 처음으로 목회자들의 세금 납부를 결의했다.

 

기장은“신학적·실정법적 검토와 사회의 인식 등을 종합해 볼때" 목회자들도 대한민국 국민과 동등하게 납세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뜻에서 종교계의 미래를 위해 근로소득세 원천징수를 결의한 것으로 보인다.

 

개신교 장로교단의 이번 결의는 목회자 개개인을 구속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다분이 한계가 있지만, 그렇다고 상징적 선언에 불과하다고 저평가해서는 안된다.

 

앞서 국민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절대다수인 75%가 찬성하고, 기독교계 내부에서 조차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나온 교단 차원의 결정이기에 환영받을 일이다.따라서 개신교 장로교단의 세금납부 결의는 다른 교단의 동참을 촉진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종교인 납세는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구이자 흐름이다. 천주교가 가장먼저 앞장섰다. 故 김수환 추기경이 “종교인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납세의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일침을 가한뒤 1994년부터 천주교 사제들은 소득세를 자발적으로 납부하고 있다.

 

불교계에서는 승려들이,개신교에서는 목회자들이 사제들에게 뒤질세라 속속 동참하고 있지만 한편에선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목회는 근로 행위가 아니라는 논리를 들이대며 반대하고 있다.‘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납세의 원칙을 오히려 대형교회들이 부정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고 폭넓게 존경을 받아야 할 종교인이 헌법적 가치와 사회적 책무를 방기(放棄)하고 있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준다면 이는 한국 기독교계의 장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며 불행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6만여개의 교회가 있으며 이 중에서 1654개 교회가 기장에 소속돼 있다. 대한성공회를 제외하고 개신교 교단이 납세를 결의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우리나라헌법 38조는 '모든 국민은 납세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소득세법 어디에도 종교인들의 개인 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면제해 준다는 조항은 없다. 그런데도 이상하리 믾큼 지난 50년 동안 종교인에 대한 과세는 실현된 적이 없다. 이유가 뭘까?

 

여기에도 힘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968년 처음 제기된 종교인 과세문제가 번번이 좌절되는 것은 일부 힘있는 종교인들의 반대와 대형 교회들의 눈치를 보는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소극적 자세 때문이다. 실예로 지난달 정부의 과세안이 발표됐을 때도 내년 총선을 의식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수용하지 않았다.

 

종교인들중에는 자신들이 받는 사례비와 활동비가 노동에 따른 보수가 아니므로 소득세법을 적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지금까지 줄기차게 해왔다. 그러나 사례비든 활동비든 엄연한 소득인 이상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평등주의에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힘을 얻고 있다.

 

면세점 이하의 사례를 받으며 어렵게 활동하는 개신교 목회자가 전체의 80%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헌금 규모가 한 해 수백억원 넘는 교회의 목회자들도 있다. 기장의 교단 차원 결의가 개별 교회 목회자들에게 강제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해도 교회 스스로 사회의 바람에 맞춰 가려는 움직임으로서 이번 결정은 의미가 크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은 돈을 벌면서 세금을 내지 않는 교회를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다수의 교회들이 수익사업을 하면서도 세금을 면제받는 지위를 누리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교회는 근로소득세 뿐만 아니라 4대 보험도 납부해야 한다.중대형 교회의 담임 목사들은 재직 기간 동안 충분한 사례비와 퇴직 후에도 두둑한 퇴직금도 받지만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여러 교회들을 옮겨 다녀야 하는 부목사나 전도사들의 호주머니 사정은 늘 빈곤 그 자체다.

 

교역자로서 부목사가 받는 사례비는 일반 비정규직 월급 정도로 미미하다. 그러다가 왜? 라는 수식어를 떠올리며 정당한 이유 없이 교회를 떠나아 하는 일이 이들에게 생긴다면 목자이기 이전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생계 문제는 막막해진다.

 

믿음과 확신으로 들어선 길이라도 가죽 부대 없이 내쫓는 건 교회도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실직 후에 다른 부임지를 찾는 동안의 기초 생활을 위해서라도 교회는 안전장치를 위해서라도 세금과 함께 4대 보험도 납부해야 한다.
 
이제 교회가 교회의 세금을 납부하는 것은 탐심으로부터 교회를 지키는 행위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형제들아 사람이 만일 무슨 범죄한 일이 드러나거든 신령한 너희는 온유한 심령으로 그러한 자를 바로잡고 너 자신을 살펴보아 너도 시험을 받을까 두려워하라(갈 6:1)

예수님께서 바리새인들을 지적하신 건 그들의 외식 때문이었다.남들은 가르치면서 자신들은 가르친 대로 행하지 않은 거짓된 행동을 예수님께서는 비판하셨던 것이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 중 일부는 지금도 카드는 받지 않고 거짓으로 세금을 속여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바로 잡기 위해서, 또한 그들과 같은 시험에 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교회는 세금을 내야 한다.

 

교회의 세금 납부는 교회에 주어진 사명을 행하는 것이며, 교회의 순수성을 지키는 길이다. 교회의 이런 움직임들이 우리 사회로 널리 퍼져간다면 믿지않는 비 종교인들이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도 훨씬 달라질 것임을 확신한다.

 

수십년간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계속되고 있는 종교인 비과세라는 ‘비정상’ 상황을 종교인들 스스로가 이제는 끝내야 한다. 이제 세상은 교회를 향해 성경이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고 했듯이 교인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면 그것들을 이용하지도 말라고 할지도 모른다.

 

이제는 복음의 본질과 직결되는 것이 아닌 세상의 문제로 인하여 교회가 비난받고 선교역량이 훼손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민족의 대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모처럼 객지에 흩어져있던 가족들이 모두 모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로 밤을 지샐지도 모른다.

 

이번 한가위는 세금 문제로 자유롭지 못했던 그리스도인들이 광야에서 만난 "마라"가 아닌 "엘림"을 경험하는 복된 시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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