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이현정 기자] 악재가 연이어 덮치고 있는 포스코에 또 한번의 악수가 놓여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집안에서는 경영 부진에 검찰 비리수사까지 받고 있는 포스코가 집밖에서도 이리저리 치일 상황이다. 남∙북∙러 경제협력 사업에서 포스코의 입지가 불안정해진 탓이다.

 

18일 정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북∙러 철도 사업을 관장하는 러시아 고위급이 최근 새로운 파트너 물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 고위급이 더 이상 포스코와 긍정적인 업무를 진행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하여 자금력있는 한국 중견기업을 직접 접촉해 협력 제안을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 중견기업은 구체적인 답변은 미룬 채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북한 나진과 러시아 하산을 철도로 연결한 뒤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이용해 유럽까지 물류를 수송하는 사업을 말한다.    

 

남·북·러 3국은 현재 경제협력인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 극동지역의 하산과 북한의 나진항을 잇는 54km 구간 철로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를 통해 물자 수송하는 복합물류 프로젝트이다. 시베리아에서 캔 석탄을 철도로 북한 나진항에 옮긴 후 중국 선박으로 경북 포항까지 수송하는 프로젝트다. 포스코·현대상선·코레일 등 우리 측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와 북한 이 2008년에 7대 3의 지분 구조로 설립한 ‘라손콘트란스(RCT)’ 합작기업의 러시아 측 지분(70%) 절반 정도(49%)를 사들이는 우회 투자 방식이다. 두 차례 시범 운송을 마쳤다.

 

하지만 한국측에선 사업 타당성 등을 이유로 인수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장민석 유니베라 러시아 법인장은,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지정 법안만 해도 세부적인 규정은 현재 계속 검토중이고, 10월 초에나 발효된다. 그때 가봐야 우리 기업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혜택이 돌아오는지 알 수 있다. 그때가서 각자의 입장을 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행정절차가 복잡하기로 워낙 악명이 높아 그런 타성이 쉽게 바뀔지에 대해 회의적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측 불만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 고위층은 최근 불편한 심기를 잇따라 드러내고 있다. 지난 3~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이 기획, 추진해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알렉산드르 갈루슈카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은 “남한 정부가 남·북·러 경협에 대한 의지가 있기나 한건지 모르겠다”는 강한 불만을 한국측 인사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연해주정부 한 국장은 “지난 2월 북한 온성~나진항 철도 150km 구간 개보수 사업을 러시아가 추진키로 합의했다”며 “한국은 뭘 하고 있나”고 말하기도 했다.

 

컨소시엄 내 주도기업인 포스코를 사업파트너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현재 포스코는 전 정권 핵심인사들에 비자금 조달 목적으로 각종 부당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3분기 적자 전환까지 점쳐지며 증권가에선 포스코 예상주가를 26.5% 하향 제시한 실정이다.

심지어 최근 포스코 사내에서 진위를 알 수 없는 최고경영진 비방 문건까지 나돌고 있다. 포스코는 문건 작성자를 수사의뢰하지는 않기로 했지만 이래저래 모양새가 말이 아니다. 이러한 상태로 인해 남·북·러 경협에 매진할 수 없어 보이기도 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연설한 동방경제포럼에 당초 부사장급을 참석시키로 했지만 러시아와 사전 협의에서 마찰을 빚으며 포럼 전날 참석을 전격 취소하기도 했다.

 

러시아에서 사업하는 한국 기업인은 한국 기업의 불미스런 내부 문제가 남·북·러 경협에까지 악(惡)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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