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희 기자


 

새가 되는 법

  최호일

 

 

  매일 하늘을 날면서 밥을 해 먹을 것 새의 목소리와 성격으로 수술하고

천장과 바닥을 없애버릴 것

 

  일주일에 두 번 날갯죽지에 얼굴을 묻고 너무 캄캄해서 올 것 아직 태어

나지 않은 듯 잡았던 손을 놓고 흔들며 인간의 마을에서 잊혀질 것

 

  새장을 만들어놓고 새장을 부술 것 하얀 새의 천 번째 울음소리로 얼굴

을 씻고 하얗게 될 것 어둠이 묻어 있는 바람을 끌어다 덮고 자면서 오월

이 오면 오월을 등에 지고 다닐 것

 

  아침이면 새소리에 잠이 깨 새의 그림자를 만들어놓고 빠져나갈 것 시를

쓰고 짝짝 찢어서 바람에 날린 후 가장 멀리 날아갈 것

 

  자신이 새인 줄 모르고 새처럼 날아가다가 깜짝 놀랄 것 냄새나게 새는

왜 키우니 하고 돌을 던지면 맞아서 죽을 것 죽어서 매화 그림 속으로 들

어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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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나면서부터 인간의 꿈은 하늘 높이 나는 것일 것이다.

날개,

그것은 인간인 이상 한 번쯤 꿈꾸어 보지 않은 이 없을 테니 말이다. 

 시단의 피카소 최호일 시인의 새가 되는 법!

위 시를 읽는 내내 '날자, 한 번만 날자꾸나' 하는 이상의 날개를 타고

외쳐오는 먹먹함이 자꾸만 흘러내렸다.

 

사람의 일생은 평생 자신의 새장만 만들다가 가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그것에 이미 갇혀 사는 생인데도 말이다. 시인은 말한다.

새장을 부수라고, 아니 차라리 새가 되려는 가당치도 않은 꿈은

버리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왠지 삶에 대한

애착을 오히려 불러다 준다.

화자는 차라리 새가 되는 법을 포기하라고 슬프게 외치는 것 같지만

어떤 집착이나 구속이 아닌 무심 무욕 비움인 것이다.

어쩌면 새보다 자유롭고 싶은 화자 자신에게 주술처럼 뇌는,

자유로운 새가 되는 법인 것이다.

유난히 시끄러운 세상, 욕지기 나는 시국...

목은 쉬어터지고 손톱 발톱이 다 닳았다. 때론 너무 캄캄해서 울기도

하지만 높이 나는 영혼을 가졌으니 이미 황금빛 날개의 새인 것이라는

위로의 메세지를 읽는다.

 

퇴근길 차창에 새가 되고 싶은 핏기 없는 얼굴 하나,

언젠가는 매화 그림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겠지.

되고 싶다!

훠얼훨... 날아오르는 새 한 마리!

(최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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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일 시인/

충남 서천 출생

2009년<현대시학>에 「저곳 참치」외 4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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