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이현정 기자] 한쪽에서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강제징용자들 넋을 기리기 위해 모금운동을 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바른 역사의식으로 후학 양성해야할 교수님께서 친일 관련 망언으로 강단에서 추방될 위기에 처해있다. 사립대도 아니고 하필 역사깊은 ‘민족’고대에서 말이다.

 

고려대 정안기 연구교수의 수업 중 친일 발언은 멈출 줄 모르고 쏟아져 나온다. 이에 고려대 경제학과 학생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직접 정 교수를 규탄하는 대자보를 게시했다.

 

21일 오후 1시쯤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정경대 후문 게시판에는 <몰상식한 발언으로 민족의 역사를 왜곡한 정안기 교수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고려대 경제학과-정경포효반 공동학생회 ‘우리사이’ 박희석 학생회장의 이름으로 붙은 이 대자보에는 정 교수가 지난 15일 <동아시아 경제사> 수업과 지난해 11월 <경제학원론> 강의 중 했던 발언에 대한 규탄 내용이 담겨있었다.

 

정 교수는 지난 15일 경제학과 강의 시간에 “위안부들은 성노예가 아니며,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 고국에 돌아갈 수 있었지만 (돈을 벌기 위해) 남았다” “그 시대는 모두가 친일파였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박씨는 해당 대자보에서 “일본군 ‘위안부’는 성노예가 맞다. 피해자분들께서는 어마어마한 돈을 벌지도 못하셨으며 오히려 성병에 걸리면 그 자리에서 총살을 당하셨다”며 “(해당 발언은) 단순히 교수로서의 책임을 논하기 이전에 한 명의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될 망언”이라고 했다.

 

또한 정 교수가 지난해 11월 <경제학원론> 수업시간에 했던 발언에 대해서도 “‘야스쿠니 신사가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발언에도 문제가 있다”며 “야스쿠니 신사는 도조 히데키를 비롯한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있는 사당이다. 우리 민족에세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일제 강점기를 만들어낸 전범들을 신으로 모시는 사당”이라고 말했다.

 

해당 대자보의 말미에서 박씨는 “강의마다 이런 발언을 일삼는 교수를 우리는 민족대학 고려대학교와 궤를 함께해온 경제학과의 교수로서 인정할 수 없다”며 “우리는 정안기 연구교수의 몰상식한 발언을 규탄하며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다. 또 앞으로 학우들의 정당한 교육권을 위해 해당 교수가 강의를 하지 못하도록 조치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 측은 “오늘 대의원 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검토 후 빠른 시일 내에 공식적인 학생회 측의 입장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려대학교 측에서는 이번 정안기 교수 문제와 관련해 "해당학과 교수들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확한 조사 이후 정안기 교수에 대한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고려대 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정 교수가 지난해 11월에 친일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수업을 들은 학생이 남긴 글에는 정 교수는 "일본 강점기가 우리나라 발전에 도움을 주었다"며 "우리나라는 썩어빠진 나라"라고 발언했다고 되어있다. 또 그는 정교수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위안부는 강제적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며 자원봉사활동의 현장"이라고도 했다.

 

정작 정 교수는 자신의 발언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고,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 문제와 관련해) 지나치게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실체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우리가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려는 건데 끊임없이 과거라고 하는 문제가 우리 발목을 잡고 사람들의 세계관, 역사관을 왜곡시킨다는 것은 이상한 문제라는 궤변으로 일관했다. 그는 당시 (일제에 저항한) 독립운동가 1명 때문에 99명의 보통 사람들이 모두 죄인 취급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기 위해 역사교과서 개혁, 국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1990년 고려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대 경제학과에서 석·박사과정을 거친 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원을 지낸 인물이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경기 광주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54)은 “정 교수의 발언은 한마디로 망발과 망언”이라며 “피해자분들은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사는 산증인이다. (정 교수의 발언은) 일본 우익 정치인들의 논리”라며 개탄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