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북서부 산업도시 시애틀을 방문하는 것을 시작으로 7일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시 주석의 이번 방미는 2013년 3월 국가주석 취임한 직후인 같은 해 6월 방미에 이어 두 번째이며, 국빈 자격으로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 개인적으로는 7번째로 미국을 찾는다.  

 

시 주석은 이날 오전 9시30분께(미국 서부시간) 대규모 사절단을 이끌고 워싱턴 주 시애틀 북쪽 에버렛 페인필드 공항에 도착했다.  

보잉 747기 편으로 도착한 시 주석은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면서 환영 인파를 향해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어보였다. 공항에는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와 게리 로크 전 워싱턴 주지사 겸 전 주중 미국대사, 에드 머레이 시애틀 시장 등이 영접을 나왔다. 

 

시 주석은 도착성명에서 "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심도깊은 의견을 교환하기를 기대한다"며 "이번 미국 방문이 결실을 이뤄내고 미·중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날 저녁 공식 일정으로 미·중 상공회의소를 방문해 재계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중 관계와 관련한 첫 정책연설을 했다. 

 

시 주석은 23일 오전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애플의 팀 쿡,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야 나델라,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보잉의 데니스 뮐렌버그, 알리바바의 마윈, 바이두의 리옌훙, 텅쉰의 마화텅, 롄샹의 양위안칭 등 양국 기업 15개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하는 미·중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하고 시애틀 에버렛의 보잉사 본사를 방문한다.

 

오후에는 양국 IT업계를 CE0들을 초청한 가운데 '미·중 인터넷 산업 포럼'을 개최하고 저녁에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립자인 빌 게이츠와 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시애틀은 보잉,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아마존 등 2천300개 기업이 활동하는 미국 북서부의 대표적 경제중심 도시로서 덩샤오핑과 장쩌민,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도 방문한 적이 있다. 중국 남서부의 중심도시인 충칭과는 32년째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시 주석은 24일 저녁 미국의 수도 워싱턴D.C.로 이동해 이번 방미 일정의 최대 하이라이트인 정상외교 일정에 들어간다.  

 

시 주석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5일 오전 백악관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갖고 양자와 지역, 국제 현안을 놓고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시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동은 다자회의 계기에 열린 양자회담을 포함해 지금까지 다섯번째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2013년 6월 방미 당시 자신이 제안한 미중 간 신형대국관계 구축의 내실화를 촉구할 것으로 예상되며,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평화적 굴기'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역내 국가들을 위협하거나 국제적 규범에 어긋나는 행위에 분명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시 주석을 상대로 사이버 안보와 남중국해, 인권문제를 놓고 공격적인 발언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양측간의 대립이 불가피해보인다.

 

이와 관련해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1일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학에서 미·중 관계를 주제로 연설하는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시 주석과 만났을 때 직접적으로 문제들을 제기할 것"이라며 "양국의 갈등은 협력을 극대화하는데 차질을 주기 때문에 우리는 솔직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사이버 안보문제를 놓고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미국 정부와 기업에 대한 해킹사건의 배후로 중국 정부를 지목하고 사이버 스파이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시 주석에게 직접 요구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양국이 사이버 안보 문제를 놓고 '사이버 군축' 협정을 체결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으나, 현재 양측의 분위기로는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우세한 편이다.  

 

시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이 지루한 협상을 이어온 양자 투자협정(BIT)과 오는 12월 파리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주목받고 있는 기후변화 협약과 북한 핵문제, 이란 핵합의, 시리아 사태 등을 놓고는 협력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 핵문제를 놓고 미·중 양국이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분명히 재확인하면서 북한을 상대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 행위를 중단하고 비핵화를 위한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복귀하라는 정상 차원의 새로운 공동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태담당 선임보좌관은 이날 워싱턴D.C. 외신기자클럽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문제는 양국 지도자 사이에 논의될 핵심이슈의 하나"라며 "양국 지도자는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보낼 것이며, 희망컨대 정상회담 직후 이뤄질 공동기자회견의 주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같은 회견에서 양국 정상이 북한의 핵포기에 따라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계정상화, 경제지원을 제공한다는 기존 9·19 공동성명 상의 약속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공동보도문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특히 시 주석은 이번 회견에서 직접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을 것으로 알려져 북핵 문제를 비롯해 주요 현안에 대해 어떻게 언급할지 주목된다.

 

시 주석은 26일에는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으로 이동해, 제70차 유엔총회 등 각종 유엔 회의에 참석하고 28일 집권 이후 처음으로 유엔총회 무대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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