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이현정 기자]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애초 수도권, 비수도권의 상생발전을 명분으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빚잔치’를 하며 이전하는 지금의 상황에 예산낭비 논란이라는 지적이 안나올 수가 없다.

 

올해 주요 공공기관의 부채비율이 197% 수준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무리한 이전을 감행해 공공기관의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시민의 세금을 축낼 어떠한 명분도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 논란이 된 성남시 호화신청사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경기도내 지방이전 대상 공공기관 중 아직 매각이 이뤄지지 않은 기관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안산)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의왕),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안양), LH(성남), 영화진흥위원회 촬영소(남양주) 등 모두 13곳이다.

 

이중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등 3곳은 자체적으로 이전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금융권에 손을 벌렸다. 이들 기관은 모두 정부의 이자비용 지원대상 기관이다.

 

20여 차례나 본원 건물·부지가 유찰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오는 2017년까지 매각예정액과 같은 917억원을 금융권으로부터 차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기술원부지의 용도변경 권한을 갖고 있는 안산시가 기술원 이전에 부정적인 입장이라, 기술원 내부에서도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기술원은 지난 17일 이전지인 부산 동삼동 혁신지구에서 신청사 착공식을 강행했다.

 

‘이전 비용’만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이 혈세를 사용하는 방법은 종류도 다양해 무조건 크고 높게 ‘아방궁’을 짓고 있는 현실이다. 경북도청 신청사, 중앙정부 산하 공기업 청사, 해양수산부 산하 공기업인 여수광양항만공사의 월드마린센터 등이 도마 위에 올랐으나 자성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수익을 낼 수 없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빚을 내 이전을 하게 되면 결국 시민 세금을 축내거나 연구비의 부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방이전 대상 공공기관의 건물·토지 등을 매각한 금액으로 이전비용을 마련하는 게 가장 좋지만 각 기관의 사정에 따라 차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미 지방으로 옮긴 기관과 형평성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대상 기관은 반드시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사가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우남 위원장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공사는 773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누구를 위한 이전인지 우선 순위가 뒤바뀐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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