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이현정 기자] 2015년 9월 13일부터 11월 8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뮤지컬 ‘신데렐라’가 성황중이다. 주말 저녁 공연, 빈 좌석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많은 관객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총 120분 공연에 중간 20분 잠시 숨을 돌릴 짬이 주어진다. 첫 60분 공연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신데렐라’의 내용이 그대로 무대에서 실현된다. 무대를 바라보자마자 여성 관객들은 작은 환호소리를 낸다. 자신도 모르게. 엔틱한 시계 프레임 속에 무대가 있고, 스토리에 맞게 12시를 알리는 장면에서는 어둠속에 시계 숫자판만 빛이 난다. 신데렐라와 함께 관객도 충분히 조바심을 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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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가 말을 타고 달리면 역동감을 살린 무대도 함께 상상의 나래로 이끌어준다. 무대 연출이 매우 정성스럽고도 다양해 상상이 빈곤한 이에게도 눈앞에 실제로 펼쳐 보여준다. 마부와 하인으로 변신할 쥐와 고양이는 무대 세트를 스크린 삼아 그림자만 보여도 이미 출연한 느낌이 든다. 요정이 신데렐라의 소원을 빌어주는 대목에서 보름달도 스크린에 비춰 표현되어 마치 짧은 시간, 영화와 접목된 뮤지컬같은 착각도 안겨주었다.

 

‘모험이 가득한 나라’ 놀이동산에라도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의상 또한 화려하다. 몇년 전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누더기를 매우 고운 파스텔 톤으로 제작해 눈길을 끈 적이 있는데, 이번에 잿더미 공주님의 의상은 한 수 위였다. 중국 ‘변검’ (눈 깜짝할 사이에 얼굴의 가면을 바꾸는 기술을 보이는 중국 전통극 중 하나) 처럼 신데렐라는 의상으로 깜짝 마술을 보여준다. 무대 효과가 ‘펑’하고 터지며 그녀가 한 바퀴만 돌면 거짓말처럼 누더기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드레스로 바뀐다. 특히나 여성 관객들에게 어릴 적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공연이다. 고사리 손으로 가지고 놀던 ‘인형의 집’이 큰 사이즈로 무대 위에 세워진 느낌에 관객들은 아련함도 함께 느끼게 된다.

 

뮤지컬 ‘신데렐라’는 더불어 신선한 캐릭터를 설정해 감각 있게 스토리를 비틀었다는 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신데렐라는 왕자 크리스토퍼에게 유리구두를 ‘남기며’ 적극적으로 자신을 PR하는 요즘 인재상과 맞는 캐릭터이다. 또한 왕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왕자에게 ‘현 세태를 알리는 임무’를 완수해 왕자에게 개념까지 장착시켜주는 내조의 한 수를 제대로 보여준다. 왕자 또한 왕좌의 길이 주어졌다고 해서 무턱대고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갈 길이 맞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신중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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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신데렐라의 두 의붓언니 중 한명인 가브리엘은 왕자를 낚아채려는 된장녀처럼 묘사되지 않고 혁명가와의 사랑을 선택하며 신데렐라와 꽁냥꽁냥 비밀을 공유해 가는 등 알고있는 뻔한 이야기에 새로움을 불어넣어 주었다.

 

뮤지컬 ‘신데렐라’의 이번 초연에서는 각양각색의 신데렐라와 크리스토퍼 왕자가 관객을 맞이한다. 국내 최초 공연에서 유리구두를 신을 신데렐라 역은 안시하, 서현진, 윤하, 백아연이, 신데렐라와 왕자 크리스터퍼 역은 엄기준, 양요섭(BEAST), 산들(B1A4), 켄(VIXX)이 맡는다.

 

관람 당일 출연배우는 서현진과 켄(VIXX)이었다. 아이돌의 인기는 무시할 수 없어 커튼콜 당시 남자주인공 켄의 작은 동작에도 객석은 술렁였다. 기립박수는 기본이며 많은 이가 ‘엄지 척’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말로 뮤지컬을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뮤지컬 전문 배우의 출연 날 관람을 하는 것이 만족도가 클 것으로 보인다. 풍부한 성량으로 공연장 전체가 휩싸이는 느낌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무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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