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이현정 기자] SNS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차량 한 대가 주차되어 있고, 사람들이 둘러싸며 사진을 찍는 것으로 보아 차주를 기다리는 것 같다.

 

이달 14일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에는 ‘12일 대전역 김 여사님 주차 신공’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게시됐다. 역을 찾는 승객을 내려주기 위해 만든 한 개 차로의 도로에 승용차가 불법 주차돼 다른 차량들의 통행을 막고 있는 사진이다.

 

▲ 보배드림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대전역 김여사'사진    

 

대전역 앞이라고 밝힌 이 사진에는 차주를 제외한 모든 이가 답답해 할 것임이 충분히 예상된다. 사람들의 신고에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차주에게 연락을 하려는 듯 전화를 거느라 바쁘고 문제의 차량 뒤 시티투어 버스는 한 개 차로 도로에서 어떻게든 가보려 노력했는지 반대편 구석에 붙어있다시피 한다. 그 버스 뒤로는 또 얼마나 많은 차량들이 줄지어 서있을까. 어이가 없는 상황에 사람들은 각기 보이는 반응도 가지각색이다. 조수석 창문을 통해 차량 내부를 들여다보거나 휴대전화로 전체 샷이라도 찍는 듯 차량을 촬영하기도 한다.

 

사진을 게시한 글쓴이는 경찰과의 통화에서 차주는 부산으로 내려가고 있다며 보험사에 차량 견인을 부탁한다는 내용의 글도 함께 덧붙였다.

 

이 사진에 누리꾼들은 광분했다. 많은 사람들이 불법 주차된 차량 한 대 때문에 피해를 봤으니 차주가 보상해야 한다 부터 면허 취소해야 한다까지 게시판은 그야말로 무개념 운전자에 들끓었다. “여자는 공간지각력이 남자보다 현저히 떨어집니다. 주변상황을 인지하지 못하죠. 차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고 하는걸 인지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그래서 저런일이 생기지요. 뇌구조 자체가 그렇기 때문에 저사람은 뭘 잘못한건지 전혀 모르고 저렇게 세우고 가는 겁니다.”, “공짜 주차하고 부산으로 장보러 간거다.” “번호판은 왜 가려진건지...인기녀 김여사니 조심해야지 할 듯 싶내요” 등등 운전자 한 명을 언급하는 것이 아닌 여성 운전자를 통칭해서 비하하기에 급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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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전지방경찰청 소속 경찰이라고 밝힌 누리꾼이 댓글 하나를 올리며 상황은 역전됐다. 운전자는 김여사가 아니라 '남자'였던 것. “(차주가) 알아서 견인하라고 말하지 않았고 보험사에 연락해 견인 조치한다고 했다”고도 덧붙였다. 김 여사 라며 여성 비하 발언을 서슴치 않던 모두에게 일순 정적이 흘렀다.

 

왜 몰지각하고 몰상식한 운전을 하는 이들은 전부 여성이라고 생각하게 된걸까. 그렇다면 저 차량의 차주는 여성과 달리 공간지각 능력이 뛰어난 남성이니 알면서도 저렇게 주차했다는 결과밖에 더 되나. 무한 이기주의도 무서운 맥락이지만 확실치 않은 팩트에 동조하여 애먼 사람을 마녀사냥하게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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