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영산강살리기는 지역 주민의 오랜 숙원사업”
 
 
천혜의 자연환경과 수준 높은 문화가 어우러진 ‘녹색의 땅 전라남도’.
최근 도민의 지지 속에 3선 도백에 오른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내세운 모토다. 2004년 도백에 오른 박 지사는 언론인 출신 특유의 친화력과 무난한 도정 운영으로 민선 5기 광역단체장으로는 드물게 3선에 성공했다.
2004년 영산강살리기사업을 공약한 박 지사는 “영산강살리기는 이 지역 주민의 오랜 숙원사업”이라며 “주민과 합심해 30년간 방치됐던 죽은 강을 살리겠다”고 시종일관 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 지사를 만나 영산강살리기사업에 대한 얘기를 들어 봤다.

▲     © 신영수 기자
최근 3선 도지사에 취임한 박준영 전라남도 지사

-현재 전남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4대강살리기사업 규모와 진척은 어느 정도입니까?

“지난해 11월 착공한 영산강 살리기 사업은 전 구간 사업이 착공돼 현재 약 2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업은 수질개선, 홍수방어, 수량확보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강의 수질(현재 5급수 수준)을 2급수 이상으로 개선하기 위해 하수처리장, 분뇨처리장, 하수관거 등 환경기초시설을 확충하고, 생태습지 조성 등 비점오염원을 저감하며, 생태호안 조성, 수생식물 식재 등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또한 홍수조절능력을 키우기 위해 하도(물길)를 정비하고, 제방을 높이며, 강변저류지 1개소, 홍수조절지 2개소를 만들고, 농업용 저수지 23곳을 넓히거나 높이며, 영산강하구둑 배수갑문을 확장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와함께 섬진강은 전국에서 가장 깨끗한 강이지만, 지역발전 및 생태계 보전을 위해 중앙 정부에 4대강살리기 사업에 포함시켜 줄 것을 건의해 반영된 것입니다.
섬진강에는 생태습지, 생태학습장, 잔디광장, 체육공원, 산책로 등이 만들어져, 국민께서 섬진강을 잘 즐길 수 있도록 생태계가 살아 있는 깨끗한 하천으로 만들 것입니다.

-영산강살리기사업을 추진하는 지사님을 가리켜 ‘소신지사’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영산강살리기 사업에 대한 생각과 찬성하시는 이유는?

“영산강은 생활폐수, 축산폐수 등으로 오염이 심해 농업용수로도 부적절한 죽어있는 강입니다. 강 바닥에는 2~3m의 토사가 쌓여 매년 크고 작은 홍수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영산포 이하 하류는 오염돼 농업용수로도 쓸 수 없고, 상류는 말라 20~30년 된 나무가 자라는 강이 아닌 강입니다.

지난 30년간 방치된 결과가 지금의 영산강 모습입니다. 댐을 막아 물 관리를 했지만 강 자체는 전혀 관리하지 않은 것이지요. 이대로 영산강을 방치하면 강둑과 높이가 비슷하게 올라 홍수 때 물이 빠질 수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수질을 개선하고 홍수피해를 예방하며, 부족한 용수 확보를 핵심으로 하는 ‘영산강 살리기 사업’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역 종교단체와 환경단체 등을 중심으로 영산강살리기 사업에 대한 반대가 심하다고 들었는데요.

“영산강살리기는 오염된 물과 홍수로 고통받아 온 영산강 주민의 숙원사업입니다. 저는 2004년 선거 출마할 때부터 ‘영산강 프로그램’을 공약했고, 2006년에는 ‘영산강 뱃길복원’이라는 같은 공약을 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영산강살리기에 대한 입장을 도민에게 설명했고, 도민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일부 환경단체 등에서 주장하는 ‘친환경적 영산강 보전’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는 친환경 농업 육성처럼 도정의 모든 분야를 친환경 정책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4대강사업 반대의 핵심은 운하 건설 의혹인데, 영산강은 운하와 무관합니다.

저는 영산강살리기 사업에 반대하시는 분들도 강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봅니다.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 영산강을 맑고 깨끗한 하천으로 살리자는 데에는 의견이 같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이러한 입장을 충분히 설득하고, 영산강을 살리는데 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모을 것입니다. 영산강이 살아나면 잘 됐다는 생각을 함께 할 것으로 믿습니다.

-지역 일부 시민단체가 지사님의 영산강 살리기 찬성 입장을 이유로 지사님과 최인기 의원을 민주당에서 출당시키라고 요구했다면서요.

“2004년 갑자기 출마하게 돼(당시 박태영 전 지사의 사망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박준영 지사는 야당이던 민주당의 요청으로 출마했다.) 공약의 대부분을 민주당에서 만들어줬습니다. 그중 영산강살리기도 있었지요.

공교롭게도 그해 8월 취임 두달 만에 나주와 화순이 물바다가 돼 농경지가 침수되고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원인을 분석해보니 샛강에 토사가 쌓여 물이 흐르지 못했던 겁니다. 정부지원이 안돼 2006년 자체 예산으로 전문건설협회와 군부대 지원을 요청해 샛강을 60% 가량 정비했습니다. 시군에는 굴삭기를 사주며 1년 내내 샛강, 농수로를 준설하게 하고 있습니다.

저는 도지사로서 현안을 우선하고 후손과 역사에 책임져야 합니다.  영산강살리기는 급조된 공약이 아니고 많은 연구와 분석을 거쳐 미래를 생각해 추진해 온 공약사업입니다. 당에서도 영산강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4대강 사업과 별도로 영산강을 살려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습니다.

▲     © 신영수 기자
박 지사는 영산강살리기를 2004년 공약해 7년째 추진해 오고 있다.

-4대강살리기 사업에 대한 지사님의 평가와 생각을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지금까지 영산강을 제외한 다른 강에 대해 찬성이나 반대를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전남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다른 강의 상황은 잘 모르고 얘기할 입장도 아닙니다.

국민의 정부 때부터 4대강 수질 개선사업이 추진됐으나 당초 목표에 비해 2006년까지 한강 120%, 낙동강 80%, 금강 62%의 사업비가 투자됐으나, 영산강은 49%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다른 강은 식수원으로 관리됐지만 영산강은 농업용수로 관리됐기 때문입니다.

다만 대운하를 포기하고 강을 살리자고 하는 것에 일부에서 의구심을 갖는 것 같으니 잘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또 영산강처럼 꾸준히 사업을 요구해 온 지역부터 차례로 했다면 논란이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부족하다고 지적되는 환경평가 등을 보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영산강살리기 사업을 둘러싼 광주광역시와의 갈등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실 생각인지요.

“전남도와 광주광역시 모두 영산강을 깨끗이 만들자는 것에는 같은 입장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지난 2006년 광주광역시와 ‘광주, 전남 영산강 수질개선 노력 합의문’을 발표했습니다. 시급한 광주의 오폐수 처리 문제도 정부에 수차례 건의했고요.

광주시는 보 설치나 하도준설 보다는 수질개선 측면을 강조하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보 설치와 하도 준설은 용수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홍수로부터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사업입니다.
광주에서 이 부분에 관심을 갖고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영산강살리기와 광주의 오폐수 처리 문제는 병행 추진이 필요합니다.

-4대강 중 영산강은 수질오염이 가장 심각하지만 낙동강에 비해 규모나 예산이 적다는 비판도 있는데, 지사님의 생각은?

“ 영산강에 투입되는 수질개선 사업비는 3475억 원(전체 사업비 3조 3634억 원의 10.3%)입니다. 영산강은 농업용수로 관리돼 4대강 중 수질개선 사업비 집행율이 가장 적었습니다. 수질이 가장 나쁜 점을 감안해 수질개선 사업비 확대와 국고부담비율의 상향 조정이 필요합니다.
전남도는 영산호 퇴적오니 준설, 환경기초시설 확충, 생태하천 복원 등의 수질개선 사업비를 1조4975억 원 늘려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한 바 있습니다.

-최근 3선 연임에 성공하셨는데요. 가장 내세울만한 업적과 임기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요.

“2010 국제자동차경주대회, 2012 여수세계박람회,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국제농업박람회 등 전남이 꿈꾸지 못했던 국제행사를 유치한 것입니다.

특히, 여수세계박람회 유치는 정부와 역할 분담으로 조직적으로 활동해 성공한 성과입니다. 유치는 국가간 경쟁인데 정부 역할이 컸습니다.

또한, 모두 어렵다고 했던 친환경 농업을 도민과 협력해 전국 친환경 농산물 인증면적의 52%를 달성한 것입니다. ‘친환경농업하면 전남’이라는 인식이 퍼졌습니다.

친환경 농수축산업, 천일염 상품화, 섬 개발, 해양 생물산업 육성, 신재생에너지 등 전남의 비교우위 자원을 산업화하는 기반을 만들었고, 미래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도 마련했습니다.

화순에는 백신산업을 어렵게 유치했는데 작년 신종플루 발생으로 국내 최초의 백신 생산과 함께 세계 12번째 백신 자국 국가가 됐습니다. 화순은 이를 기반으로 BCG 백신공장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순천 마그네슘, 목포 구조세라믹도 그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전남의 비교우위 자원을 활용해 2000개 기업을 유치하고, 1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인구 200만 명 회복의 발판을 마련하겠습니다.

전남은 ‘한국의 플로리다’로 불릴 만큼 기후가 온화하고 생활비가 적게 듭니다. 1억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자연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은퇴도시 건설에도 나설 것입니다.

-끝으로 중앙 정부와 도민께 하고 싶으신 말씀은.

“우선 낙후지역에 대한 배려가 절실합니다. 지역간 불균형이 심하면 국가 경제가 지탱하기 어렵습니다. 선진국도 낙후지역에 신산업을 배치해 균형을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 낙후지역은 복지예산을 부담하느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농어촌의 교육은 황폐화 일보 직전이고요. 요즘은 교육 때문에 농촌을 떠나는 인구가 늘고 있습니다.

지역이 갖고 있는 특성에 따라 지역 개발을 추진해야 합니다. 정부에서 이를 뒷받침 해준다면 전남은 미래 한국 발전에 기여를 할 자산이 많습니다.

도민께는 전남을 바꿀 소명을 다시 맡겨주신데 감사드리고 그 소명을 다하는데 전력할 것을 다짐합니다. 전남은 대대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에너지를 갖고 있습니다. 이제 그 에너지로 우리의 운명을 바꾸는데 협심하기를 기대합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