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가 29일 국무총리직 사퇴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정운찬 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도렴동 정부중앙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는 오늘 국무총리직을 사임하고자 한다"며 "여러 번에 걸친 사의 표명 이후에도 국무총리직을 지킨 이유는 6.2 지방선거부터 7.28 재보선에 이르는 일련의 정치일정 속에 자칫 동요할 수 있는 정부의 근무기강을 확립하고 국정의 중심을 잡아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운찬 총리는 "7.28 재보궐 선거가 마무리된 지금, 주요 정치일정들이 일단락되면서 대통령께서 집권 후반기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여건과 계기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이 국가의 책임있는 공복으로서 사임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운찬 총리는 "그동안 저는 국가운영의 원칙을 바로 세우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로하며 사회의 그늘진 곳을 밝게 하는 균형추 역할을 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며 "그러나 당초 제가 생각했던 일들을 이뤄내기에 10개월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았고, 우리나라의 정치지형은 너무 험난했다"고 지적했다.

정운찬 총리는 "3불정책이라는 도그마에 사로잡힌 현재의 교육시스템을 삼화정책으로 정착시키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협력하면서 모두를 위한 번영을 추구할 수 있는 여건을 확고히 마련하지 못한 점도 가슴에 남는다"고 했다.

정운찬 총리의 가장 큰 회한은 세종시였다. 그는 "무엇보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세종시 수정안을 마련했지만 이를 관철시키지 못한 점은 개인적 아쉬움의 차원을 넘어 장차 도래할 국력의 낭비와 혼란을 방지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정운찬 총리는 "아쉬움과 자책감을 뒤로한 채 모든 책임과 허물을 제가 짊어지고 이제 국무총리 자리를 떠나고자 한다"며 "그동안 부족한 저에게 따뜻한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제공/ 윤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