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기자]3분기에 한국 경제를 뒤흔든 대외 악재들이 연말은커녕 내년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고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일 국제금융계에 따르면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남은 가운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 타격을 주는 중국 경기 둔화도 계속 진행 중이다.

 

이런 주요 변수에서 비롯된 원자재 가격 하락과 신흥국 위기, 또 최근에 불거진 폴크스바겐 사태 관련 위험까지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들은 적지 않다.

 

◇ 미국 금리 인상, 여전히 주요 악재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예고됐지만 늘 새로운 재료처럼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달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상을 미룬 데 따라 시장에서는 인상 시점이 10월과 12월 혹은 내년 중 언제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시장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경제지표나 연준 위원 말 한마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에는 고용지표가 부진한 영향으로 미 증시가 하락 출발했으나 금리 인상이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자 다시 상승하기도 했다.

 

교보증권 김형렬 투자전략팀장은 "미 금리 인상 등 불투명성 때문에 경제 주체들이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 금리 인상은 단행되면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세계 경제에 가장 큰 변수이자 악재다.

 

시장이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미 금리 인상 후 급격한 자금 쏠림이 나타나면서 신흥국 불안이 증폭되는 것이다. 중국 성장 둔화와 그에 따른 신흥국 위기가 결합하면서 미 금리 인상의 충격파는 과거보다 더 강력해질 가능성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등 신흥국 기업들의 부채가 과다해서 미 금리 인상시 도산 위험이 커졌다고 최근에 경고했다.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의 건설과 원자재 분야 기업들이 값싼 달러 표시 채권을 대거 발행하면서 미 금리 인상 충격에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중국 등 세계 경기 둔화

 

한국 수출 감소의 직간접적 원인인 중국 성장세 둔화도 전 세계가 주목하는 불확실성이다.

중국 성장세 둔화 속도와 폭을 가늠하기 위해 시장은 작은 동향 하나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투자은행들이 제시한 중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8월 6.7%에서 9월 6.5%로 떨어졌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와 BMI 리서치는 내년 성장률을 5.9%로 제시하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 경기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

MI)가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기준치(50) 아래인데다 예년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경기 하방 압력이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 성장 둔화는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친다. 특히 중국 수요 감소로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일부 자원 신흥국들은 위기로 몰리고 있다.

 

선진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의 9월 제조업 PMI는 50.2로 전월(51.1)보다 하락하고 예상치(50.6)를 밑도는 등 중국 영향을 받고 있다. 영란은행은 중국 투자 비중이 높은 영국 금융권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최근에 경고했다.

 

최근 국제 금융기관들의 중국 등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 하향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달 IMF가 경제전망을 수정하면 또 한 번 관련 우려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위태로운 신흥국…폴크스바겐 충격까지

 

브라질 등 자원 신흥국들이 자칫하면 세계 경제 위기를 촉발하는 화약고가 될 수 있다.

이들 신흥국은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약세로 재정이 취약해진데다 내부 정치불안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도 여의치 않다.

 

그나마 여유가 있는 국가는 그동안 쟁여놓은 외환보유액을 쓰며 버티겠지만 한시적인 방책일 뿐이다. 이런 가운데 주가와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IBK투자증권 정용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에는 신흥국 기업들의 개별 재무상황까지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그 예로 세계 최대 원자재 트레이딩 회사인 스위스 글렌코어의 신용위기설을 들었다.

 

글렌코어는 부채과다에 따른 자금난 우려로 지난달 말 주가가 29% 폭락했다가 이후 다시 급등하는 등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그는 "폴크스바겐 사태도 관련 신흥국 기업에 대한 불안을 초래하면서 독일보다 신흥국 금융시장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폴코스바겐의 지역별 생산 비중은 동유럽 14%, 아시아태평양 35%, 남미 6% 등이고 국가별로 중국이 300만대 생산능력, 브라질 60∼70만대 생산능력 등이다

 

◇한국 저성장 고착화 우려

 

쏟아지는 대외악재에 한국 경제는 탈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중국과 신흥국 시장의 문이 좁아지면서 한국 수출은 올해 들어 9개월 연속 감소했다.

HMC 투자증권의 이지형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9월 수출 증가율이 작년 동기대비

-8.3%로 8월의 -14.8%보다 나아졌지만 작년 동기대비 일 평균 수출 증가율은 8월 -13.2%에 이어 9월에도 -10.6%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 대한 성장률 전망치는 거듭 하락하면서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2%대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들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2.4% 수준이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내년에도 한국의 성장률이 2%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내년에는 미국 대선이나 중국 주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 등에 다소 기대를 해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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