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쎈 공기업 500조 원 부자 국민연금..복지부에 콧 방귀
복지부-국민연금 진흙탕 싸움에 국민들 뿔났다 

 

 

 

500조 원의 국민연금공단이 집안싸움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국민연금공단 기금운영본부장 연임 문제를 놓고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간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최광 공단 이사장의 향후 거취 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일방적으로 2인자 격인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을 경질하자 정부까지 나서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 국민연금 공단은 지난 12일 다음 달 3일 임기가 끝나는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연임 불가를 통보했다. 2년 임기인 기금운용본부장은 실적에 따라 1년 연임할 수 있지만 국민연금공단은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을 연임시키지 않기로 한 것이다.

 

공단의 이런 결정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복지부는 기금운용본부장 연임 불가 결정은 근거와 절차가 미흡한 부적절한 조치로 판단된다고 밝혔다.또 내부 인사문제 등으로 연금 운용에 대해 국민의 우려를 불러일으킨 점은 이사장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사실상 최광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한 것이다. 지난 14일 복지부는 최 이사장에게 공문을 보내 홍완선 기금운영본부장의 연임 불가 결정에 대한 재검토와 자진 사퇴를 촉구한데 이어 15일 오후 열린 최 이사장과의 면담에서 이를 재차 요구했다.

 

복지부는 최 이사장이 자진 사퇴를 거부할 경우 해임 제청 카드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늦어도 이번 주 안에 최 이사장의 행보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 같은 갈등은 정부가 지난해 말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을 추진하면서부터 갈등의 싹이 텄다. 홍 본부장은 기금운용본부를 별도의 조직으로 독립시켜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에 찬성하고 있지만 최광 이사장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갈등이 어제 오늘이 아니고 임명 당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우선 두 사람의 배경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두 사람 모두 만만치 않은 배경을 안고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최 이사장은 한국외대 교수를 거쳐 김영삼 정부 때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원로 학자 출신으로 현 정부와도 깊은 인연이 있다. 정치권에 인맥이 두터운 부산고 출신으로, 특히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는 부산고·위스콘신대 동문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일한 경험도 있다. 이런 인연이 바탕이 돼 최 이사장은 2013년 5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홍완선 본부장은 하나대투증권 부사장과 하나은행 부행장 등을 거쳐 2013년 11월 기금운용본부장에 임명됐다. 당시 본부장 공모에는 20여명이 지원했는데, 홍 본부장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승리한 배경으로는 현 정권 실세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구고 동기동창이라는 점이 작용했다는 후문이 돌았다.

 

두 사람 다 자신의 원칙을 굽히지 않는 소신파라는 점도 갈등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 이사장은 국회 예산정책처장으로 재직할 당시 노무현 정부에 대해 "현 정부의 노동·교육·언론 정책 등이 반(反)시장적"이라고 비판했다가 사실상 강제 면직된 적이 있다.

 

홍 본부장도 조용히 은둔하던 전임 본부장들과 달리 대외 활동을 활발히 하며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피력했다. 특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때 일각의 반대를 무릅쓰고 찬성표를 던져 합병 성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국정감사 때 야당의 집중공격을 받았다.

 

두 사람이 결정적으로 틀어지게 된 계기는 지난해 말 정부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독립을 추진하면서부터다. 국민연금의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해마다 제기되자 복지부는 기금운용본부 조직을 떼어내 별도 공사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는데,

최 이사장은 이런 움직임 뒤에 홍 본부장이 있다고 의심해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정감사가 끝난 뒤 홍 본부장을 교체하기로 결심하고 여러 차례 복지부 장관에게 그 뜻을 알렸으나 만류하자 일방적으로 재임용 불가를 통보했다.

 

이에 복지부는 최광 이사장이 연임 불가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최 이사장의 해임을 건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50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인 만큼 지배구조로 인한 갈등을 빠르게 처리하고 자산운용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국민연금은 최 이사장과 복지부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기금운용위원회와 투자운영회 등을 열어 중소형 리테일 부동산 펀드 운용사를 선정하는 등 자산운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복지부도 이 같은 국민연금의 사정을 위해서라도 최 이사장의 '버티기'를 기다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가 강경하게 나오면서 최 이사장의 입지는 축소되고 있다. 복지부가 최 이사장의 홍 본부장에 대한 연임 불가 방침을 월권 행위로 해석하는 것은 그동안의 사례 때문이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을 보면 '공기업의 장이 상임이사의 임명권을 갖는다'는 조항이 있지만 국민연금법의 '상임이사 임면권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있다'는 점 때문에 유권해석을 통해 복지부과 계속 협의해온 것이다. 관행이 아니라 유권해석에 따른 절차였던 셈이다.

따라서 복지부와의 협의 없이 내부적으로 상임이사의 해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유권해석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공운법 절차를 따르는 것도 맞지만 국민연금법을 무시할 수 없어서 유권해석상 상임이사 임명 또는 연임 등을 보건복지부와 계속 협의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정부가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산하 기관장의 뜻이 다르다면 임기가 얼마가 남았든 떠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대한 면직은 임명 절차와 마찬가지로 복지부 장관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결정한다. 최 이사장의 임기는 내년 5월말까지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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