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2일 사퇴했지만 오히려 당내 혼란은 심화되고 있다. 정 대표가 계파 간 핵심 쟁점인 지도부 잔류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채 물러난 탓이다.

주류는 당헌당규와 당의 안정을 내세워 현재 남은 최고위원 중 최다 득표자인 김민석 최고위원의 대표직 승계를 주장하는 반면, 비주류는 현 지도부의 임기 만료와 전당대회의 공정한 관리를 들어 임시 지도부, 즉 비대위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주류 당권파의 수장인 정 대표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사퇴한 것은 사실상 주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압박용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주류는 당이 전대준비위 체제로 바뀌면서 “지도부가 할 일이 없어졌다”는 입장이지만 최고위원 승계라는 전례가 없는 데다 전대위의 결정이 지도부의 추인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영향력 행사 여지가 충분하다는 게 비주류의 주장이다.



실제로 그동안 당대표를 최고위원과 별도로 선출하는 단일성 지도체제에서 대표 사퇴시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한 사례가 없다.



5명이었던 선출직 최고위원이 송영길, 안희정, 박주선 최고위원의 사퇴 또는 사의표명으로 김민석, 김진표 2명만 남았고 이들마저도 주류 측 인사란 점에서 전대 준비의 공정성을 저해할 것으로 비주류는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당내 중재역을 자임하는 박지원 원내대표도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했으나 수용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비주류 연합체인 쇄신연대는 이날 회동 후 성명을 내고 지도부 총사퇴 및 비대위 구성을 거듭 촉구하면서 주류 일색의 지도부가 존속하는 한 전대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당권 경쟁자인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상임고문에 비해 조직기반이 취약한 손학규계의 김부겸 의원도 이날 전대준비위 첫 회의에서 “전대위가 의견수렴 역할을 잘 해야 하는데 그런 통로가 봉쇄돼 있다”며 전대위 부위원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이처럼 각 계파가 지도부 존속 여부를 놓고 대립하는 것은 향후 전대 규칙 제정 과정에서 자신들의 이해를 보다 더 반영하려는 힘겨루기 성격이 짙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날 저녁 예정된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 존속 문제가 어떻게 결론나느냐가 본격적인 전대 국면을 앞두고 당권의 향배를 점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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