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혜원 SJD코퍼레이션 상무(가운데)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 로비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이 위치한 34층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키를 요구하고 있다.     


 [중앙뉴스=신주영기자]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18일 롯데그룹에 업무보고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에게 보고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며 거부했다.

 

정혜원 SDJ 코퍼레이션 상무는 이날 "롯데에서 신격호 회장에게 하는 보고를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도 해달라는 요청을 신격호 총괄회장 비서실에 했다"고 밝혔다. 정 상무는 "총괄회장 집무실 관리를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하게 되면서 보고를 같이 받게 됐다"며 "아직 주말이라 우리에게 보고가 들어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신동주 전 부회장 측에서 총괄회장 보고 내용을 자신들에게도 보고할 것을 요구한다면 일종의 월권 행위가 될 수 있다"며 "SDJ코퍼레이션은 롯데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별개의 회사"라고 반박했다.

 

롯데그룹은 "SDJ에 롯데 계열사의 경영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경영정보 유출"이라며 "위임장이 상법에 따라 설립된 회사의 주주총회나 이사회의 결정을 우선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롯데그룹이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업무보고를 하지 않겠다는 것뿐 아니라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업무보고에 신 전 부회장이나 SDJ코퍼레이션 인사들이 배석을 시도할 경우 이들을 배제시키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일단 신동주 전 부회장 측에 대한 업무보고 불가 의지를 밝혀놓은 것"이라며 "실제로 신 전 부회장 측이 업무보고 배석하려 한다면 그때 가서 구체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혜원 SDJ코퍼레이션 상무는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나 경영 전략 등을 알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총괄회장을 보필하면서 롯데 보고의 목록 내용을 챙기고자 하는 것이다"고 전했다. 현재 신격호 총괄회장의 호텔 롯데 34층 집무실은 신동주·동빈 양측이 공동 관리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16일 오후 신동빈 회장에게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에 있는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을 본인이 관리하겠다고 통보한 뒤 비서진과 경호원 등 인력을 배치했다.

민유성 전 산은지주 회장(SDJ코퍼레이션 고문)은 "카드 키를 받고 우리쪽 인력을 두긴 했지만 기존에 총괄회장 모시던 롯데 쪽 사람들도 그대로 두기로 했다"고 전했다.

 

지난 16일 신격호 회장 집무실의 관할 문제를 놓고 신동주 전 부회장과 롯데그룹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SDJ 코퍼레이션 측은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34층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 키를 달라'고 요청해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SDJ 코퍼레이션 정혜원 상무는 "지난 16일 저녁 이후 엘리베이터 카드 키 두 개를 받았다"며 "한 개는 신동주 대표 것이고 한 개는 실무진 용"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카드 키에 대해 "신동주 전 부회장을 앞세워 갑자기 호텔 엘리베이터 키를 요청한 것은 신 전 부회장이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총괄회장의 신변이나 보안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신격호 총괄회장이 16일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을 지지한다고 발언한데 대해 롯데그룹 핵심관계자는 "이같은 발언은 굉장히 제한적이고 일시적인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며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앞뒤 전후의 맥락에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롯데 관계자는 "총괄회장이 얼마전 민·형사소송을 다하라고 했는데 갑자기 차남을 당연히 용서하겠다고 하는 것이 일관된 판단력에서 나온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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