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원(이하 ‘금소원’)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18일 발표한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에 대하여 “보험상품과 가격에 대한 사전 규제를 폐지하고 사후 감독을 강화 하여 소비자 편익이 제고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소비자 보호대책이 빠져 있어 보험료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 증가 및 자율화의 허점으로 인한 불완전판매 증가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대책은 없다”면서, “소비자 보호대책을 조속 수립하여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발표한 내용은 ▲상품개발 자율성 제고 ▲다양한 가격의 상품 공급 확대 및 비교 공시 강화 ▲자산운용 규제 패러다임 전환 ▲판매채널 전면 혁신 ▲새로운 보험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을 목표로 추진하되, 세부 추진 과제는 10월 중 입법 예고하여 내년 부터 시행하여 보험산업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발표 내용과 달리 소비자 편익은 눈에 띄는 것이 없고, 오히려 보험사에게 ‘상품 개발과 보험료 책정 자유화’라는 보험사의 입장만 챙겨 주었다는 비난을 받게 되었다. 금융위가 보험사에 안겨준 권한에 비해 소비자 보호의 책임을 부과한 내용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첫째, 보험사들의 자율적인 보험료 책정으로 인하여 보험료 인상이 경쟁적으로 전개되어 소비자들의 금전적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현재에도 매년 연례행사로 인상되는 보험료 때문에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데, 또 다시 보험료 인상이라는 소식을 들어 소비자 들은 전전 긍긍하고 있다. 금융위가 방안을 발표한 직후 실손보험 보험료가 곧 30% 인상된다는 우려가 나오듯이, 그 동안 각종 규제로 억눌렸던 모든 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을 앞다퉈 강행할 것으로 우려되는데, 정작 보험료를 인하하려는 소비자 보호 대책은 없다. 그래서 보험 가격 자유화는 소비자 대책이 아니라 보험사 대책이라고 폄하하는 것이다.

둘째, 보험사들의 자율적인 상품 개발로 인하여 소비자들이 불공정하게 권리를 침해 당할 수 있고, 자율화의 허점으로 불완전판매가 증가하여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보험 상품 자율화를 통해 다양한 상품을 가입하여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보험사들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상품을 개발하고 약관을 작성할 소지가 충분히 있고, 감독당국의 사전 여과장치도 없어지므로 그 피해는 소비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셋째, 온라인 보험 슈퍼마켓도 반쪽 짜리에 불과하여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실손의료보험이나 자동차보험처럼 보험사별 보장내용이 동일한 일부 상품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비교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고, 정부가 나서서 민영보험사 상품을 슈퍼마켓으로 운영하는 것도 부적절해 보인다.

소비자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알기 쉽고 단순하며 보험료가 저렴하고 보장이 큰 보험이며 가입목적에 맞는 보험이고, 보험료가 계속 오르고 상품내용이 어려우며 과다한 사업비나 가입목적과 다른 보험이거나 보험금을 받기 어려운 보험이 아니다. 따라서 금융위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상품개발과 보험료 책정 자유화가 아니라 이처럼 소비자를 위해 필요한 과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이를 방치하고 자율화를 강행할 경우 자율화의 취지나 실효성이 반감되거나 소비자 피해만 더욱 커질 수 있다.

금융위는 부당한 상품을 제조 판매한 보험사에게 벌금을 강화하고 고액의 과징금을 물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사후약방문이므로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벌금이나 과징금은 사고 터진 후 뒷 수습하는 조치이고, 그동안 금융당국이 보여 준 솜방망이 처벌을 소비자들이 더 이상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소원 오세헌 국장은 “금융위가 자율화라는 명분하에 보험사를 살리는 대신 소비자 보호를 역행하는 사태가 발생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소비자 보호 대책을 조속 수립하여 보험료 인상으로 인한 금전적 부담과 불완전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 하도록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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