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기자]올해 좋은 날씨 덕에 쌀이 유례없는 풍년이지만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쌀 생산이 늘어도 소비가 줄어 재고가 쌓이고 가격은 하락해 쌀 풍년이 마냥 반가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13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지난해(424만1천t)보다 2%(8만6천t) 증가한 432만7천t이다. 지난달 14일 발표한 쌀 예상 생산량(425만8천t)보다 1.6% 늘어났다. 2009년(492만t) 이후 6년 만에 최대 생산량일 뿐 아니라 2010∼2014년 사이 최저치와 최고치를 제외한 3년 생산량 평균치보다도 9.1% 많다.

 

물론 10년 전인 2005년(476만8천t)과 비교하면 쌀 생산량은 10.7% 줄었다. 택지 개발과 타 작물 재배 등으로 벼 재배면적이 감소한 영향이다.

 

하지만 쌀 소비 감소세가 더 가파르다. 작년 1인당 쌀소비량은 65.1㎏로 2005년(80.7㎏)보다 19.3% 줄었다. 이 때문에 쌀 재고는 계속 눈덩이처럼 쌓인다.

 

9월 말 기준 쌀 재고는 136만t으로, 적정 규모(80만t)보다 약 56만t이 많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소비량의 17∼18%를 적정 재고로 본다.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 쌀 소비량은 397만t이다. 올해 생산한 쌀 중에서도 35만t 정도가 시장 초과물량이 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쌀 재고가 쌓이면서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예측한 2015년산 쌀의 수확기 전국평균 가격은 20㎏당 3만8천500원 수준이다. 작년 수확기(4만1천837원)보다 8% 낮은 가격이다.

 

특히 쌀 이월 재고량이 전년보다 54.7%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가격 하락요인이 크다고 농업관측센터는 분석했다.

 

쌀값 하락은 농가 수입 안정을 위해 정부가 지급하는 쌀 직불금 예산에도 불똥이 튈 수 있는 상황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최근 예산 심의에서 농식품부가 제출한 내년도 쌀 소득보전 변동직불금 예산을 4천193억원에서 2천193억원으로 2천억원 삭감했다.

 

변동직불금은 산지 쌀값이 목표 가격에 미치지 못할 때 농가에 지급한다. 따라서 쌀값이 하락하면 정부의 변동직불금 지급부담도 커진다.

 

국회 농해수위는 일시적인 보조금인 쌀 직불금을 늘리기보다는 삭감한 2천억원을 정부양곡 추가 매입 등에 쓰라는 취지에서 예산을 삭감했다.

 

그러나 쌀 가격이 지금 추세로 떨어지면 내년도 변동직불금 규모가 6천억원을 넘을 수 있어 '직불금 폭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자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농민단체는 지난달 말부터 전국에서 쌀값 하락 대책 마련과 쌀 수입 중단 등을 촉구하면서 벼 야적시위를 하고 있다.

 

정부는 쌀 가공산업 육성, 쌀 수출 활성화 등으로 남아도는 쌀을 활용할 수요처를 발굴하는 데 힘쓰고 있지만 아직 명쾌한 해법은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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