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기자]연말 재계 인사 시즌의 막이 올랐다.

 

이미 지난달 일부 인사를 한 대기업도 있지만 대다수 주요 그룹이 이달 말부터 다음 달 하순까지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잇따라 단행할 예정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이 이르면 이번 주 후반, 늦어도 다음 주초에는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그룹은 예년과 비슷하게 다음 주중 2~3일 간격을 두고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순차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올해 인사 키워드로는 세대 교체와 실용주의, 조직쇄신 등이 자주 언급되고 있지만 전반적인

경기 침체 국면에서 조직의 내실을 다지고 안정을 기하기 위한 소규모 인사 기조도 곳곳에서 거론된다.

 

5대 그룹의 인사 분위기를 살펴보면 삼성과 LG는 인사 폭을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현대차와 SK, 롯데는 소폭 인사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 삼성 작년엔 소폭 인사…올해 규모는? = 삼성그룹 관계자는 "(인사 시점으로) 다음 주가 유력하다는 점 외에는 어떤 것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매년 12월 첫째주에 사장단 인사와 후속 임원 인사를 잇따라 실시했다. 따라서 올해도

12월 1~2일쯤 사장단 인사가 먼저 단행되고 2~3일 후 임원 인사를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에는 12월 1일 사장단 인사, 4일 임원 승진 인사, 10일 삼성전자 조직개편이 각각 발표됐다.

인사 폭은 완전히 안갯속이다.

 

작년에는 삼성전자 '3톱'인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과 윤부근 CE부문 사장, 신종균 IM(IT모바일)부문 사장이 모두 유임됐지만 올해는 일부 교체설도 나돌고 있다.

 

작년 사장단 인사 규모는 11명으로 이전 4년간(16~18명)에 비해 소폭이었지만 올해는 통합 삼성물산[028260] 출범과 화학부문 계열사 빅딜 등 그룹 구조개편이 이뤄진 만큼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의 연쇄 이동이 불가피하다는 말도 나온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부회장직을 그대로 유지하는 등 오너가 인사는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이 부회장 체제에서 처음 이뤄진 작년 인사에서 사장단 승진자가 1960년 이후 출생자로만 채워진 점에 비춰 올해도 세대교체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 주변에서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몇몇 핵심 계열사 임원의 20~30%가 감원될 것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지만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 현대차 이미 문책성 인사 단행…연말엔 소폭 예상 = 매년 성탄절인 12월 25일을 전후로 정기 인사를 시행하는 현대차그룹은 지난달에 이미 중국내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소폭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토종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현지 판매가 위축되자 대응력 강화를 위해 지난달 김태윤 상근자문을 중국담당 사장으로 임명하는 등 중국사업 부문 경영진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올해 연말 인사에는 최근 론칭한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고급차 개발 관련 부서 등에서 승진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달 중순 예정된 SK그룹 계열사 CEO 인사는 당초 예상보다 소폭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서는 애초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8월 사면복권돼 경영일선에 복귀함에 따라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해왔다.

 

하지만 최 회장은 지난달 말 제주에서 열린 CEO 합숙 세미나에서 SK의 독특한 지배구조 체제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의 '따로 또 같이' 3.0 체제가 이뤄낸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SK그룹 안팎에서는 내달 인사에서 김창근 의장을 비롯한 주력 계열사 CEO 대부분이 유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SK해운 백석현 사장은 최 회장의 재신임을 받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은 연말 인사를 실시하는 주요 대기업 중 가장 빠른 이번 주 후반 또는 다음 주초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LG그룹은 지난해 지주사인 ㈜LG와 LG전자의 CEO를 교차 배치하는 등 일부 CEO급 교체 인사를 한 바 있다.

 

올해도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CEO의 교체설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지만 반대로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주력 계열사 CEO와 사업본부장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또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지주사 이동설이 꾸준히 거론됐으나 현재는 약간 잠잠해진 상태다.

 

◇ 롯데그룹도 '전쟁 중 장수 바꾸진 않는다' = 경영권 분쟁 중인 롯데그룹은 12월 중하순 실시할 인사 규모를 소폭으로 한정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는 다음 달 4일 신동빈 회장 주재로 사장단 회의를 열어 실적을 평가한 뒤 곧바로 인사 작

업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경영권 분쟁에다 최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재입찰 실패가 겹쳐 어수선한 분위기이지만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를 비롯한 핵심 포스트 임원진을 대부분 그대로 둔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마다 3월 주주총회에 맞춰 임원인사를 한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이 지난해 초 취임한 뒤 인사 시기를 연초로 앞당겼다. 성과 중심으로 인사를 단행하고 업무 추진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지난 1월 28일 포항·광양제철소장 등을 교체하는 임원인사를 한 포스코는 이번에도 내년 1~2월에 정기인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7월 고강도 쇄신안을 발표할 때 예외적으로 수뇌부 핵심 인원에 대한 인사까지 단행했기 때문에 내년 초 인사의 폭은 어느 정도 규모가 될지 전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으나 내년에도 올해 성과를 반영해서 연초에 임원인사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연말 내지 연초에 임원 승진인사와 함께 소폭의 사장단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의 경우 12월 24일 인사를 발표했다.

 

한화그룹의 경우 올해만 여러 차례에 걸쳐 사장단 인사를 수시로 단행한 만큼 연말에 큰 폭의

교체는 없을 것으로 전해졌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상무는 지난해 말 인사에서 이미 임원으로 승진했고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디지털팀장과 삼남 김동선 한화건설 과장은 올해 임원 승진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효성은 매년 1월 중순께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해왔다.

그러나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조석래 회장과 아들 조현준 사장 등에 대한 선고가 내년 1월 8일 예정돼 있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연말 정기인사가 예정돼 있으나 규모는 전혀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12월 30일까지 금호산업 경영권지분 인수대금 7천228억원을 완납해야 한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새로운 지주회사로 금호기업주식회사를 설립한 상태라 인수대금 납입 후 대대적인 그룹 재편작업을 예상해 볼 수도 있다.

 

대한항공은 매년 12월 말에 정기인사를 했지만 작년에는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홍역을 치르면서 올해 2월에서야 인사를 했다.

 

올해 2월 인사에서는 재작년과 달리 조원태 부사장이나 조현민 전무 등 오너 일가에 대한 인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한항공이 올해 연말에 인사를 단행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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