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기자]내년도 우리나라의 예산이 당초 정부안보다 약 2천억원 정도 줄어든 386조5천억원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순(純) 삭감 규모는 작년 6천억원의 ⅓ 수준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 같은 예산안 규모에 대체적인 의견 접근을 이루고 이런 기조하에서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김성태·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이 29일 증액심사 소소위원회 협상에 나선다. 예결특위는 현재까지 예산안심사 소위와 감액심사 소소위 등을 거치면서 3조원 가량을 삭감했으며, 추가 논의를 통해 약 7천억원을 더 깎겠다는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여야는 삭감된 예산액을 여야의 정책적 목표가 반영된 주력 사업, 지역구별 숙원 사업 등의 예산을 늘리는 증액 재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예결위 핵심 관계자는 2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증액 규모는 3조5천억원 정도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즉, 정부가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세출 예산안 386조7천억원 가운데 1%에 가까운 3조7천억원이 '칼질'을 당하고, 대신 3조5천억원이 늘어나는 것이다.

 

지난해 국회의 예산안 심사에서는 정부 제출안 376조원 가운데 3조6천억원을 깎고 3조원을 늘려 6천억원이 순 삭감된 375조4천억원으로 예산안을 확정했다.

 

이렇게 될 경우 세출 기준으로 내년도 예산 규모는 올해 예산보다 11조1천억원(2.96%)가량 늘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순 삭감 규모가 지난해보다 줄어드는 것은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고려해 예산을 빡빡하게 짜온 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의 증액 요구가 빗발친 결과로 풀이된다.

 

현재 진행중인 예산안 감액 심사에선 야당의 새마을운동 세계화 및 나라사랑 교육 예산 삭감 주장과 여당의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예산 삭감 주장이 맞서는 형국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북(TK) 지역의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에 대해서도 야당은 '여권 실세 예산'이라며 50% 삭감을 주장하는 반면, 여당은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늘려야 한다고 주장,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의 지원규모를 놓고 여야의 대립이 첨예한 상황이다. 야당은 누리과정 예산 지원이 '대통령 공약'임을 내세워 국고로 2조원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여당은 담뱃세 인상과 부동산 거래 활성화 등으로 지방 교육청의 재정 여건이 나아졌다는 이유를 들어 300억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양측의 입장차를 좁히는 게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예비심사 의결은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 2010년 4대강 사업 예산 이후 5년 만에 상임위 예비심사가 생략된 것이다.

 

지난해 예산 심사에서도 누리과정 예상이 쟁점이 됐던 바 여야는 진통 끝에 5천64억원을 목적예비비로 편성해 지방 교육청을 우회 지원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예산안을 둘러싼 막판 쟁점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오는 30일 예결위 전체회의의 내년도 예산안 의결도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재경 예결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물리적으로 예산안 심사를 위한 시간이 촉박했을 뿐 아니라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예산안 소위 구성 논란 등으로 공전하면서 내일(30일) 예산안 의결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예결위가 오는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종결짓지 못하면 내달 1일 0시를 기해 지난 9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원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부의된다.

 

예결위의 예산안 심사일정이 종료되더라도 여야는 지난해처럼 기존 협의내용을 토대로 막후 절충을 통해 여야 합의로 내달 2일 본회의에 예산안 수정안을 제출하도록 지속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야가 끝내 예산안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면 여야가 각각 자체 수정안을 제출해 본회의에서 격돌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여야간 예산안 밀고당기기는 내달 2일 본회

의 직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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