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해고무효' 소송 LG엔시스 노동자 2명, LG트윈타워 앞 집회
 
7일 목요일 오전 11시, LG트윈타워 정문앞에는 “LG는 위장 도급 및 해고무효 판결 인정하라”, “협력사로부터 현금과 수표를 받았다고 억지 주장하는 LG엔시스는 각성하라”는 내용이 담긴 두 개의 현수막이 걸렸다.



최근 LG엔시스를 상대로 각각 ‘해고무효’ 소송을 진행중인 김 모씨와 이 모씨가 자신들의 ‘해고’가 부당하다는 것을 알리고자 전 직장인 LG그룹 앞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는 현장이다. 김씨와 이씨는 지난 20여 년간 LG엔시스에서 일했다는 공통점이 있었으나, 각기 다른 사유로 각각 2007년과 2008년에 해고됐다.

“누명쓰고 살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김씨는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이유로 지난 2007년 8월 해고 당했다. 당시 금품 수수 사건과 관련 해 LG엔시스 내부적으로 감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 사건과 관련 없는 김씨가 징계위원회에 회부 돼 결국 ‘해고 됐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는 구매팀장으로 일한 적은 있었지만 그 사건이 벌어질 당시에는 구매와는 관계없는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었으며, 자신과 함께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당시의 구매팀장인 A씨는 정직 30일 처분만 받고 자신은 해고 됐다는 말을 전했다.

▲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이유로 지난 2007년 8월 해고 당한 김씨가 행인에게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다.     © 조신영 기자
2심 판결문에 따르면 LG엔시스는 김씨가 술값 명목으로 370만원을 받았고,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액수가 약 2천만원 상당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LG엔시스는 이 같은 사실을 협력업체의 한 직원의 제보로 알게 됐으며 이에 김씨를 권고사직 처분 했다. 이후 LG엔시는 김씨가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아 해고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각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김씨가 술값 명목으로 협력업체로부터 370만원을 받을 당시 김씨가 구매그룹의 그룹장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참석자 중 직위가 가장 낮았던 것으로 보이고, 이들 협력업체 대표에게 요구해 금품을 수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협력업체의 제보 내용 중 김씨가 구매그룹장으로 근무하던 동안에 금품을 수수한 액수가 약 2천만원에 이른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어 김씨의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판결했다.

김씨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스스로 나서서 계좌 추적을 하자고 하기도 하고 너무 억울해서 대표이사를 만나 소명까지 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며 “금품수수로 해고를 당했다는 불명예를 안고 살아갈 수는 없었다”고 처음 소송을 시작할 당시를 회상했다.

김씨는 이후 LG엔시스를 상대로 ‘해고무효’ 소송을 냈고 1심에 이어 지난 1월 16일, 2심에서도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김씨는 현재 상고심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협력사 대표로 세워놓고 ‘실적미달’ 이라며 부당해고

지난 20년 동안 LG엔시스에서 일하고, 3년은 LG엔시스의 협력사 대표로 일했다는 이씨는 '실적미달'이라는 이유로 계약해지를 당했다. LG엔시스는 지난 2005년 6월, 협력사들을 경인팀, 영남팀, 서부팀, 중부팀 등 4개 협력팀으로 개편했고 이씨를 포함 해 본사 소속이었던 B씨(경인팀), C씨(영남팀) 등을 퇴직시켜 같은 날 회사를 설립, 이들을 각 회사의 대표이사로 등재시켰다. 이후 LG엔시스는 이 4개팀과 도급계약을 체결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난 2008년 2월, 실적미달을 이유로 해당 중부팀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나머지 중부팀의 근로자들을 서부팀으로 소속을 변경시켜 일하도록 했다. 이 결과 중부팀 대표이사로 등재된 이씨는 일자리를 잃게 됐다.

▲ 김씨와 이씨가 나눠 준 전단지를 읽으며 지나가는 행인들.     © 조신영 기자
하지만 이씨가 속한 중부팀(중부아이티)은 4개팀 중에서 2006년 2위, 2007년 3위를 기록했기 때문에 실적미달은 이씨를 해고하기 위한 구차한 변명이라고 이씨는 주장하고 있다.

이씨에 따르면 2007년 7월, 회사 측에서는 이씨에게 중부아이티의 주식을 제3자에게 양도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협력팀의 거래내역이 전부 LG엔시스이기 때문에 LG엔시스의 자회사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씨는 이를 거부했고 몇 개월 뒤 LG엔시스는 ‘실적미달’을 이유로 이씨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해왔다.

이씨는 “중부아이티의 설립부터 경영까지 LG엔시스에서 모두 처리했기 때문에 위장도급계약이고, 위장도급계약의 해지는 사실상 해고에 해당한다”며 “법원에서도 이를 인정해 해고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해고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복직’ 판결을 이끌어냈다.

인정 한번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나‥

김씨와 이씨는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해고무효’ 소송과 관련한 전단지를 나눠주며 그렇게 3시간을 보냈다.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는 하나다.

회사 측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2심, 3심까지 가는 지리멸렬한 싸움을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대법원까지 가서 ‘복직’ 확정 판결을 받아도 ‘회사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LG엔시스 측은 회사에서도 나름의 절차가 있고 원칙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LG엔시스 관계자는 “서로 입장차이가 있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현재는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입장표명은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김씨와 이씨는 다음주 화요일과 목요일에도 집회신고를 하고 LG트윈타워 앞에서 자신들의 ‘해고’가 부당하다는 것을 알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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