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에 대한 단상
다름에 대한 단상
  • 이윤범 칼럼
  • 승인 2015.12.0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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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후 한동안 가정에서 겪었던 에피소드가 있다. 아내는 현관문 앞에 신발 정리를 하면서 신발의 방향이 현관문을 향하게 정리하였다. 그런데 난 어렸을 때부터 신발의 앞부분이 집안을 향하게 정리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청운대학교 베트남학과 이윤범 교수

왜냐하면 신발이 바깥으로 향하면 복이 달아 난다고 어머니에게 배웠기 때문이다. 아내에게 신발의 방향이 바깥으로 향하게 정리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나갈 때 몸을 돌리지 않고 편하게 신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매우 실용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후부터 누가 틀리고 잘못 되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런데 결론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내 깨달았다. 다만 서로의 문화가 다를 뿐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단일민족이라는 사실을 지고의 훈장처럼 뿌듯하게 지켜온 우리민족은 다른 것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하다. 나 또한 우리와 다른 것은 모두 적대의 대상이지 포용의 대상은 아니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젊은 부부가 휘두른 총기로 14명이 사망했다. 그 젊은 부부는 중동출신의 이민자로 미국정부는 급기야 이슬람 무장 조직과 연계된 테러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들이 살았던 아파트에 진입해보니 수천 발의 총알과 심지어는 사제 폭탄도 다량 발견되었다. 더구나 사건의 주인공이 남편보다는 부인으로 알려진 그녀가 사건 당일 페이스 북에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인 IS(Islam State) 지도자에게 충성 서약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 한 6개 월 된 어린 아이를 둔 평범한 엄마가 이번 테러의 중심 인물이란 사실에 미국은 큰 충격을 받은 듯하다.

 

사실 미국에서 일어난 테러는 약 1달 전 프랑스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0151113일 프랑스에서 대규모 테러를 자행한 IS는 그들의 다음 목표는 미국이라는 것을 천명하였다. 당시 IS는 프랑스 파리 곳곳에서 동시 다발성 테러를 일의 켜 최소 150명을 사살했고, 수 천명의 부상자를 발생케 했다. 실제로 미국은 그 발표가 현실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IS 타도에 뜻을 같이하고 연합군을 조직한 것도 당연한 수순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 수많은 테러의 원인이 각국에 거주하고 있는 소수 민족들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은 사뭇 깊은 의미가 있다. 프랑스의 테러도 IS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 그 테러를 실행으로 옮긴 자들은 차별 받고 있는 소수의 무슬림이라 할 수 있다. 복지혜택과 높은 실업률에서 상대적인 박탈감과 불이익을 견디어야 하는 소수이민자들은 그들의 축적된 불만을 이런 경로와 사건으로 해소하려 했던 것이다.

 

세계 각국에 거주하는 한국 민족들도 그 나라에서는 소수민족이다.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한국 이민자가 거주하는 곳은 미국이다. 그 미국에서 아직도 한인 교포들의 가슴 속에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는 사건이 있다. 1992429LA에서 일어난 흑인 폭동이다. 사건의 발단은 라드니 킹(Rodney G. King)이라는 흑인이 음주과속 운전으로 백인 경찰로부터 무차별 집단 폭행을 당했다.

 

그를 폭행한 백인경찰들이 무죄를 선고 받았던 날, 공교롭게도 한인이 운영하는 마켓에서 물건을 훔쳐 달아 나는 흑인 소녀를 한인 여주인이 총으로 사살한 사건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한인 여주인이 집행유예를 받은 것에 격분한 흑인들은 닥치는 데로 한인 상가를 공격하여 약탈하였다. 백인 경찰에 대한 분노가 엉뚱하게 한인 이민자들에게 화살이 돌려진 것이다.

 

그 후유증은 매우 컸다. 흑인 폭동으로 재산을 약탈당한 한인 이민자들의 정신적인 상처는 상상을 초월 할 정도로 심각하였다. 한인 이민자들은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기에 위기가 닥칠 때 당연히 미국의 보호를 받는다고 믿었다. 그러나 미국정부는 상황이 심각해진 후에도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았다. 참다 못한 한인 교포들은 스스로 총을 가지고 폭동에 대항하였다. 그 사건으로 그들은 조국을 상실한 유랑민이 된 것이다. 그 폭동 이후 역 이민이 많이 늘어 났고, 그 후유증으로 2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신적으로나 사업에서 회복을 못하고 있는 이민자들이 무수히 많다.

 

이제 대한민국은 다문화 사회에 진입하였다. 우리와 다른 민족이 지난 4월 통계로 180만 명 이상이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다. 5년 후엔 다문화 인구가 국민 전체 인구의 5%를 상회하는 300만 명에 육박 할 수 있다는 예상 통계가 나왔다. 그 뿐만 아니라 UN의 예상치를 보면 2050년에 이민자 자녀 포함 다문화 인구가 국민 5명 당 1명인 1200만 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다문화 시대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우리가 상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름에 관대한 국민 통합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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