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중앙뉴스=신주영기자]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체포로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저성과자 해고' 논의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일반해고'로도 불리는 저성과자 해고는 노동계가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사안으로, 올해 9월 노사정 대타협 과정에서도 최대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노동개혁 5대 입법 논의와 맞물려 노정(勞政) 갈등이 심상치 않게 전개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 고용부 '저성과자 해고' 논의 첫 공식 제기 고용노동부는 11일 오후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직무능력 중심의 인력 운영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주목받을 주제발표는 이상익 공인노무사가 발표할 '직무수행능력 부족을 이유로 한 해고 관련 판례 고찰'이다.

 

이 발표에서는 직무능력과 성과가 부족한 근로자에 대한 전략적 관리 방안의 중요성을 제기하면서, '직무수행능력 부족'이 정당한 해고 사유로 인정받은 법원 판례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고용부가 저성과자 해고 논의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해고에 대한 노동계의 반대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법원 판결에서는 저성과자 해고의 정당성 기준으로 ▲ 객관적 자료에 따른 직무수행능력 부족 여부 판단 ▲ 합리적 기준에 따른 공정한 인사고과 평가 ▲ 재교육, 직무재배치 등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개선 기회 부여 등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사고과 등 정확한 자료에 의해 근로자의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직무수행능력을 개선할 실질적인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을 때' 정당한 해고 사유로 인정했다.

 

다만, 일부 근로자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려는 목적으로 행해진 해고나, 인사고과가 공정하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는 위법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상익 노무사는 "법원 등의 결정이 있기 전에는 어떤 경우에 직무수행능력 부족을 이유로 해고가 가능한지 알기 어렵다"며 "노사 모두에게 예측 가능하고,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할 수 있도록 관련 쟁점과 판단기준을 구체적, 체계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토론회를 계기로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 지침과 관련된 논의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해고와 함께 노동계가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사안이다.

 

이미 9일 한국노총에 공문을 보내 '취업규칙 변경 및 근로계약 해지 기준과 절차의 명확화를 위한 논의를 하자'고 요청했다. 이르면 다음주에는 공청회를 열어 양대 지침에 관한 의견 수렴에 나설 계획이다.

 

고용부 임무송 노사협력정책관은 "양대 지침은 노사정 합의에서 밝힌 대로 노동계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마련할 방침"이라며 "노동계도 소극적인 자세로만 일관하지 말고 노사정 대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노사정 합의 산산조각내자는 것"…한노총 강력 반대

 

한국노총은 정부의 양대 지침 논의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

정부·여당의 노동개혁 5대 입법 추진과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 체포 등 일방적인 '노동개악'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까지 논의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노총은 고용부에 보낸 회신 공문에서 "정부·여당은 노사정 대타협 당시 기간제법 등을 추가 논의 의제로 분류했는데도, 어떤 합의도 없이 노동 5법을 발의했다"며 "노동 5법이 합의 내용에 맞게 개선된 후에야 (양대 지침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노총 내부의 반발 기류도 심상치 않다.

한노총 단위노조 위원장들은 9일 김동만 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노사정 합의 파기·노사정위 탈퇴'를 공식으로 요청했다. 간담회에서는 정부의 일방적인 '노동개악'에 더 이상 끌려다닐 수 없다며 노사정을 탈퇴하자는 요구가 빗발쳤다.

 

김동만 위원장은 "정부·여당이 5대 입법에 이어 '쉬운 해고'의 말바꾸기와 다름없는 저성과자 해고까지 추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우리도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총도 16일 총파업과 19일 3차 민중총궐기 대회 등 향후 투쟁에서 한노총과 적극적으로 연대한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노정 갈등은 심상치 않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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