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롯데백화점이 올해 마지막 초대형 쇼핑박람회인 '롯데 박싱데이'를 개최했다.   


[중앙뉴스=신주영기자]올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의 여파로 고전한 유통업계가 연말 특수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떨이세일, 출장세일에 나섰지만 성적이 썩 좋지 않다.

 

소비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데다,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 날씨 탓에 겨울 '간판 상품'인 코트·패딩 등이 잘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 마트는 2012년 의무휴업이 시행된 이후 3~4년 연속 역(-) 성장이 확실시되고, 백화점 실적도 2년째 제자리에 머물 전망이다.

 

◇ '따뜻한 겨울'에 12월 매출 5% 줄어

 

16일 신세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14일까지 매출(기존점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줄었다.

 

품목별로는 스포츠 의류·용품과 남성패션이 각각 9.3%, 8.3%나 감소했고 여성패션(-4.4%), 생활용품(-2.2%) 등도 부진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지난해 이 맘때 최저 기온이 영하 8℃까지 떨어졌는데, 올해의 경우 영상 3℃까지 오른 탓에 아우터(코트·패딩 등 외출복) 겨울 용품 판매가 저조하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 '윈터 아우터(외출복) 대전', '아웃도어 할인전' 등을 열고 30~50% 할인에 나섰지만,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의 성적표도 초라하기는 마찬가지다.

현대백화점의 매출은 같은 기간 작년 동기대비 1.5% 늘어나는데 그쳤다.

 

혼수·이사 수요 등으로 해외패션(5.3%)·가전(6.8%)·가구(7.3%) 등이 호조를 보였을 뿐, 겨울 실적을 좌우하는 여성패션(0.5%)과 남성패션(1.2%)이 제자리에 머물렀다.

 

현대백화점도 지난 4~6일 전국 15개 점포에서 '겨울 상품 초특가전' 타이틀을 걸고 700억원어치 재킷·코트·패딩·장갑·목도리 등을 최대 70% 할인 판매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지난 11일부터 일산 킨텍스에서 또 '출장세일'에 나선 롯데백화점의 12월(1~13일) 매출 증가율(작년동기대비)도 1.2%에 불과하다. 여성·남성 패션은 각각 2.4%, 0.7% 늘었지만, 아웃도어는 2.9%나 뒷걸음했다.

 

◇ 마트 3~4년 연속 뒷걸음·백화점 2년째 제자리

 

이처럼 연말 재고 밀어내기까지 여의치 않자, 업계에서는 "올해 전체 실적도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이른바 '빅3' 할인마트의 매출은 작년과 비교해 오히려 줄었다.

 

빅3 가운데 매출 감소폭이 가장 큰 곳은 롯데마트로, 1월부터 12월 12일까지 누적 매출(기존점 기준)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나 적다. 매출 감소율이 지난해 전체(전년대비·3.1%)보다는 낮지만, 2012년 이후 '3년 연속 매출 감소'라는 우울한 기록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홈플러스 역시 이달 13일까지 매출(기존점 기준)이 작년 동기 대비 1% 정도 줄었다.

역시 매출 감소폭은 작년(전년대비·1.5%)보다 줄었지만 2012년 이후 4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올해 이마트 누적 매출(기존점)도 지난 10월까지 0.4% 뒷걸음했다.

 

공식 집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11월 따뜻한 기온과 육가공품 유해 논란 등의 영향으로 패션, 가공식품 등이 작년보다 감소하고 12월에도 뚜렷한 차이가 없어 올해 전체 매출이 2013년, 2014년에 이어 정체 또는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마트 안팎의 분석이다.

 

백화점의 상황도 나을 게 없다.

에비뉴얼 월드타워점 등 올해 새로 문을 연 매장을 제외한 롯데백화점의 매출(기존점 기준)은 11월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불과 2.2% 늘었다. 지난해 증가율(1.5%)보다는 다소 높지만, 사실 2년 연속 성장이 멈춘 상태이다.

 

현대백화점의 올해 누적 매출(1월~12월 13일)도 지난해 동기보다 1.8% 많지만, 작년 전체(매출 증가율 1.2%)와 비교해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

 

신세계의 경우 지난 13일까지만 따져도 올해 누적 매출이 0.4% 줄었다. 지난해 전체 증가율(0.1%) 보다도 오히려 저조한 성적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10월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연말 K-세일 등과 함께 올해 후반기 그나마 판매가 다소 활기를 띠었다"며 "그러나 메르스 여파로 지난 6월 한달에만 매출이 작년동기대비 8%나 감소하는 등 상반기 누계 매출이 1.4% 역성장한 타격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분석했다.

 

대형 할인마트 역시 연말까지 '역성장'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달 들어 14일까지 롯데마트의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3.5% 적은 수준이다. 특히 가공식품(-3.4%), 생활용품(-4%), 의류(-12.8%) 등의 감소율이 크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상 고온으로 특히 의류 매출이 작년보다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홈플러스 역시 같은 기간 3.5% 매출이 감소했다. 축산(9.2%)·수산(9.5%) 등 신선식품(2.3%)은 그나마 성적이 괜찮은 편이지만, 패션(-13.7%)·가공식품(-6.6%) 등이 고전하고 있다.

백화점과 마트는 올해 남은 보름여동안 기온이 크게 떨어져 아우터 등의 재고가 조금이라도 줄어들 가능성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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