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기자]주택시장이 잇단 '금융악재'에 휘청거리고 있다.

 

공급과잉 논란으로 시장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지난 14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과 17일 미국의 금리인상 단행이 직격탄을 날렸다.

이런 악재들은 이미 시장에 예고된 탓에 일부 지역은 지난달 중순부터 거래가 끊겼다.

 

◇ 강남권 아파트 매수 끊겨…투자상품 재건축 '직격탄'

 

2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8일 현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천470건으로 지난달(1만6건) 전체 거래량의 55%에 그치고 있다.

 

아파트 거래 신고 기간이 계약후 60일 이내인 것을 감안하면 지난달 중순 이후 주택 매매 거래가 급감한 것은 아직 통계(신고건수)에 반영이 덜 됐는데도 거래량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개포 주공단지를 비롯해 서울 강남권의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매도 호가가 지난달에 비해 수천만원씩 하락했지만 매수자들이 나서지 않고 있다.

 

재건축 단지는 투자수요가 많다 보니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강동구의 재건축 단지인 둔촌 주공아파트는 최근 시세가 4천만∼5천만원가량 떨어졌다.

지난달 조합원 총회를 앞두고 추가부담금 갈등이 불거진데다 대출 규제 방침까지 겹치면서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3단지 76㎡는 지난달 6억5천만원까지 팔렸으나 최근 6억원으로 5천만원 내렸고, 102㎡는 7억8천만원에서 7억4천500만원으로 3천500만원 떨어졌다.

 

S공인 대표는 "재건축과 같은 투자상품은 대부분 3∼5년씩 거치기간을 두고 이자만 내다가 시세차익이 발생하면 팔고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대출 원리금을 분할상환하라고 하고 금리 인상까지 예고돼 있으니 매수자들이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며 "한동안 투자심리가 많이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매수세가 없긴 마찬가지다.

 

J공인 대표는 "내년 초 새 조합장 선출 호재가 있는데도 매수자들의 반응은 점점 싸늘해지고 있다"며 "거치기간이 1년 이내로 줄어들고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다 보니 섣불리 매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 일반 아파트도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송파구 송파동 S공인 사장은 "작년 이 맘 때는 부동산 경기가 상승세를 타면서 거래도 잘 되고 전월세 모두 매물이 없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대출 상환 부담 등으로 매매거래가 거의 중단됐고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인근 위례신도시 입주영향으로 송파 일대에 나와 있는 전세 아파트도 시세가 1천만∼2천만원 하락했는데 들어갈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거래가 줄면서 도곡렉슬, 센트레빌, 최근 입주를 시작한 래미안 대치팰리스까지도 가격이 약세"라며 "전반적으로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 강북·신도시도 '썰렁'…"일단 지켜보겠다"

 

투자상품인 재건축 단지와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권뿐만 아니라 강북·신도시의 일반아파트에도 매수 문의가 끊겼다.

 

노원구 상계동의 경우 전세난을 피해 집을 구매하려는 수요자들이 많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이런 수요도 찾아보기 힘들다.

 

상계동 P공인 대표는 "대출 규제 방침이 예고되면서 이달 들어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고 나와 있는 매물도 호가가 떨어지고 있다"며 "그동안 대출을 많이 받아 집을 사려던 세입자들이 원리금 대출금 상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이자 매수 의사를 접었다"고 말했다.

 

올해 대구·부산 등 지방 '원정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던 강북구 일대도 매수세가 꺾였다.

 

강북구 미아동의 경우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평균 90%에 달하면서 한 때 투자목적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여러 채씩 구입하는 일명 '갭투자' 족들이 기승을 부린 곳이다.

 

미아동 S공인 대표는 "최근 매매가격이 500만원 정도 하락했는데 오늘도 매수 문의전화가 한 통도 없다"며 "전세를 끼고 투자한 사람들이 많아 전세물건 역시 나와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전세가격도 500만∼1천만원 하락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주택 구입을 위해 2억원만 대출을 받아도 종전에는 3∼5년간 월 50만원씩 이자만 내면 됐지만 내년 2월부터는 원리금을 한꺼번에 갚아야 하니 월 190만원 이상 부담해야 한다"며 "월급이 빠듯한 직장인 입장에선 선뜻 집을 사겠다고 나서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산본·과천 등 신도시와 주요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분당의 R공인 대표는 "이번 금융·대출규제가 워낙 크다 보니 매매 호가가 1천만원 정도 하락해서 나오는데도 거래가 안된다"며 "전세수요가 얼마나 매매로 전환할 지가 관건인데 내년 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포시 산본동 래미안 하이어스 전용 85㎡의 경우 지난 10월 시세가 5억8천만원까지 올랐으나 지금은 5억5천만∼5억5천만원으로 2천만∼3천만원 떨어졌다.

 

인근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매수 대기자들에게 급매물이 나왔다고 연락하니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며 좀 더 지켜보겠다고 해 거래가 불발됐다"며 "당분간 관망세가 짙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천 원문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도 "대출 원리금 분할상환은 직장인들에게 상당히 부담되는 규제"라며 "14일 정부 발표 이후 재건축, 일반아파트 할 것 없이 문의도, 거래도 모두 끊겼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눈치보기' 장세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매수 대기자들은 당분간 대출 규제와 미국 금리 인상의 후폭풍이 얼마나 클지 지켜보면서 매수 시기를 저울질할 것"이라며 "연초 이사철의 전세난이 관

건이겠지만 관망세가 짙어질 경우 집값도 일부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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