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섭 기자의 말말말] 꿈속에서도 정규직 꿈꾸는 청춘(靑春 )    

 

최근 우리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노동법(勞動法)이다. 도데체 어떤 범주의 법이길레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민들조차 잠 못이르게 하는 걸까? 노동법은 정말 무서운 법인가 보다.

 

한강의 기적의 시발점이던 70년대는 농경사회에서 볼수 없었던 공장제생산(자본제생산)이 확립됨에 따라 사회의 새로운 계층으로 근로자라는 직업군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노동으로부터 시작된 근로자와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노동자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지위를 보장함과 동시에 노사간의 갈등과 충돌을 해소하기 위해 제정된 법들을 총칭하여 노동법이라고 부른다.다시말해 자본주의 경제조직하의 노동관계에 대해 규정한 법률이다.

 

우리나라 노동법은 1953년 3월 8일에 제정된 노동조합법(5차 개정), 노동위원회법(5차 개정)에서 출발했다.

 

지난 18일 박 대통령은 상공회의소회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며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구조개혁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핵심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이라고 일갈 했다.

 

또 새누리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호출해 노동법 연내 처리를 강력히 요구했다. 대통령은 한술 더떠 “참 두고두고 가슴을 칠 일이다. 내년에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정말 얼굴을 들 수 있겠느냐”며 당 대표를 질책했다.

 

야당을 향해서는‘명분과 이념의 프레임에 갇힌 기득권 집단의 대리인’이자‘청년과 나라의 미래에 족쇄’를 채우는 어리석은 사람들 이라며 맹비난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법안은 이른바 ‘쉬운 해고’를 골자로 하고 있어 노동계와 야당의 거센 반발을 잠재우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야당과 노동계는 대통령의 비난에도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투쟁에 나서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노동법 개정에 대해 반격에 나섰다. “새누리당의 법안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비정규직을 더 늘리려는 거꾸로 가는 방안”이라며 “노동법안 가운데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하게 했다.

 

문 대표는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비정규직을 줄이지 못할망정 거꾸로 비정규직을 늘리는 법안을 용인한다면 저 자신을 결코 용서하지 못할 것”이라고 스스로를 자책했다.

 

한 가지 사안을 두고 정부와 여당, 야당과 노동계의 생각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국민들은 어느 정당의 말에 맞장구를 쳐야 할지 도무지 판단이 안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비정규직이 한국만큼 많은 나라는 이 지구상에 없다는 것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한국의 비정규직은 노동자의 50%로 세계 1위다. 2위는 최근 40%를 넘은 일본이다. 유럽에서는 스페인이 30%를 넘는 것으로 악명이 높지만 다른 나라들은 10~20%에 불과하다.선진국의 비정규직은 본인들이 스스로 원해서 하는 파트타임 노동자들로 한국과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고 또 불만이 없다.

 

선진국의 비정규직은 물리적인 힘이 작용하지 않는 반면 한국의 비정규직은 본인이 의사와는 무관하게 물리적인 힘이 작용하고 인내를 시험받게 된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대부분은 꿈속에서 조차 정규직으로 채용되기를 간절하게 빌고있다.

 

우리의 청춘(靑春 )들이 이처럼 정규직을 갈망하는 이유는 임금의 큰 격차 때문이다.한국에서 비정규직의 월급은 정규직의 60%밖에 안된다. 이렇게 정규직과 비 정규직의 큰 차별을 드러내놓고 비교 받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서 별로 없다.

 

당연히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을 원하는 것이 근로자들의 욕심은 아닐 것이다. 정부와 기업은 정규직과의 차별을 줄이기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해야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것이 모두를 슬프게 한다.

 

한국 노동시장은 비정규직이 넘쳐나 홍수가 날 지경임에도 정부, 여당은 오히려 비정규직을 더 확대하기위해 노동법이란 굴레를 만들어 청춘(靑春 )들에게 족쇄를 채우려 하고있으니 잘못되도 한참 잘못됐다.

 

정부, 여당이 이처럼 엄청난 악수를 두고 있는데, 제1야당이라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어찌된 일인지 집안싸움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이래서 당신들이 안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국민들은 누굴 믿어야 할지 울화통이 터진다.저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답답하고 정말 똥밟은 기분까지 든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무능과 독선이 도가 지나쳐 국가존망의 위기 상황임에도 제1야당은 자신들 밥그릇싸움에 취해 자신들이 해야할 본연의 임무마져 팽개친 채 오로지 분열과 와해로 끝판을 달리고 있다.그러니 국민들의 아품이 눈에 들어올리가 없다.

 

‘박근혜 노동법’이라는 괴물이 문을 두드리는데 집안싸움만 하는 야당은 정녕 국민이 두렵지 않은가 라고 묻고싶다. 정부와 여당이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고, 파견을 전면 허용하는 노동법을 통과시키면 비정규직은 더 늘어나고 노동자들의 삶은 더 피폐해질 것이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야당인 새민련이 국민들의 인내를 계속해서 시험하려 든다면 국민들은 내년 총선에서 진짜 무서운 맛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줄 것이다. 민생을 도탄에 빠뜨린 무능하고 독선적인 새누리당은 물론 사적 감정에 치우쳐 대의를 무시하고 집안 총질하는 사이비 야당도 심판에서 비껴갈 수 없다. 

 

지난 21일 교수신문이 올 한 해를 나타내는 사자성어로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에 책임을 묻는다는 뜻의 ‘혼용무도(昏庸無道)’를 선정했다고 한다.혼용무도는 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뜻으로, 혼용(昏庸)은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이 합쳐져 이뤄진 말이며, 각박해진 사회분위기의 책임을 군주, 다시 말해 지도자에게 묻는 말이라고 교수신문은 풀이했다니 정확한 말인것 같다.

 

뒤돌아 보니 참으로 말도많고 탈도 많았던 한해가 또 이렇게 저물어간다. 12월의 마지막 무대위에 근로자들은 고용불안이라는 대본을 들고 서있다. 비정규직이라는 낡은 밧줄은 부여잡고 우리의 아버지가, 우리의 아들과 딸들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그뿐인가,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의 수많은 사업장에서 우리의 청춘(靑春 )들이 형광등 불빛 아래 서 수당도 없이 야근 명령에 순종하며 한국 경제를 묵묵히 떠받치고 있다. 참으로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어깨가 한없이 무거운 시간이다.

 

이들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어 줄 진정한 노동개혁은 언제 이루어 질지 모른다. 정치권이 눈만뜨면 싸움질이니 노동개혁은 이제 가마득한 먼나라의 이야기로 들린다.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그런날이 빨리 오기를 바랄뿐이다.

 

비정규직이 마음놓고 활짝 웃는 그날이 2016년 ‘병신년(丙申年)’ 붉은원숭이띠의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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