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임효정 기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위안부 피해자 한명이라도 반대하면 일본의 사과를 불수용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28일 예정된 한일 외교장관 회담과 관련 생존한 할머니들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일본의 사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직접 피해자들을 찾아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는 일본 언론을 통해 소녀상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자 강력히 반발하면서 공동의 존재인 소녀상은 철거하거나 이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26일 경기 광주시 퇴촌면 위안부 피해자 시설인 나눔의 집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 6명은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해결방안에 실망하며 아베 총리의 방문과 사죄를 촉구했다.

 

할머니들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10억원 상당의 의료 복지 기금을 설립하고, 아베 총리가 사과 메시지를 전달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옥선(89) 할머니는 "아베 총리가 나눔의 집으로 와 피해자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해야 한다"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책임자를 만나 얘기를 듣고 요구사항을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지 않는 한 사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일출(88) 할머니도 "아베 총리가 직접 방문해 엎드려 사죄하라"며, "배상은 모든 피해자가 토론을 거쳐 결정할 문제인데 일본 정부는 기금 조성이란 말로 위안부 피해자들을 어르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유희남(88) 할머니는 "피해자들에게 사죄도 하기 전 소녀상 이전 얘기가 나오는 건 아베 총리의 사과 메시지 전달이 진정성이 없어 보이는 이유"라고 일갈했다.

 

이에 나눔의 집은 생존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 46명의 의견을 모아 단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의했다.

 

정대협이 운영하는 쉼터에 거주하는 피해자 김복동(89) 할머니도 아베 총리 개인이 아닌 일본 정부 차원의 공식 사죄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협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현재 일본 정부의 움직임에 관한 상황을 듣고 “아무도 모르게 편지를 보내고서 나중에 또 '그런 일 없었다'고 하려는가”라며, “기자들 앞에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사죄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할머니는 “우리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법적으로 배상하라는 것이다”라며, “이는 범죄국가로서 범죄를 저질렀음을 인정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소녀상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선 "소녀상은 과거의 아픈 역사를 후손이 배우게 하라고 세운 것이고, 문제 해결과 상관없는 전혀 다른 일인 것 같은데 왜 자꾸 소녀상을 없애라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윤미향 정대협 대표는 "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 정부와 피해자, 시민단체가 그간 한목소리를 내왔다"며, "양국 간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시민단체에 함구하면서 일본 언론에 이렇게 얘기했다면 큰 문제로,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국론 분열 수준"이라고 힐난했다.

 

윤 대표는 "소녀상은 이미 정대협도 어쩌지 못하는 공동의 존재가 됐기에 철거하거나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기억의 터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추진되는 공간인데 이렇게 연관지어지니 어이가 없다"고 성토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정말 해결 의지가 있다면 과거 빌리 브란트 독일 총리가 폴란드에서 무릎을 꿇고 유대인 학살을 사죄한 것처럼 일본 대사가 소녀상 앞에 나와 추모하는 것이 옳다"며, "철거하라면 누가 진정성을 믿겠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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