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원 계획을 밝힌 존슨앤존슨의 의료 제품    


[중앙뉴스=신주영기자]연초부터 글로벌 기업에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에너지업종뿐 아니라 항공, 유통, 금융 등 전 업종으로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의료기기·약품 제조업체인 미국의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은 의료기기사업부의 직원 3천 명을 줄이기로 했다고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연간 10억 달러의 비용을 줄이기 위한 자구책의 하나로, 감원 규모는 의료기기사업부의 6%에 이른다.

 

의료기기 판매에서 세계 1위를 달리는 이 회사가 감원에 나선 것은 최근 의료기기의 판매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9월 이 회사의 글로벌 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 감소했다.

존슨앤존슨은 "감원은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에서 수요가 변하는 것을 반영한 것이며, 새로운 성장을 위한 자금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의 감원 방침은 새해 들어 하루가 멀다고 발표되고 있다.

국제 유가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에너지업계에서는 BP, 셰브론, 로열더치셸 등이 이미 감원 구상을 내 놓았다.

 

영국의 BP는 지난 12일 원유 채굴 및 생산 사업부의 2만 4천 개 일자리 중 4천 개를 올해 안에 없앨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BP 대변인은 "구조를 단순화하고 비용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캘피포니아 주에 본사가 있는 셰브론도 전체 직원의 10%인 6천∼7천 명을 해고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인 존 왓슨은 감원과 함께 투자비도 작년보다 24% 줄이겠다고 밝혔다.

불과 1개월 전에 감원 규모를 7천500명으로 밝혔던 영국의 로열더치셸은 최근 감원 규모를 1만 명으로 늘려 잡았다. 철강, 항공 등 다른 제조업에도 실직의 공포가 번지고 있다.

 

인도 철강업체 타타는 영국에서 1천 명을 감원할 계획을 세웠으며, 제너럴일렉트릭(GE)은 지난해 인수한 프랑스 알스톰 에너지 사업부문에서 6천500명을 줄이기로 했다.

 

항공업체인 에어프랑스는 올해 1천 명을 포함해 내년까지 2천900명을 줄이기로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채권 부문 트레이더와 영업직원의 10%인 250명을 감원하기로 하는 등 금융업종도 예외가 아니다.

 

바클레이즈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주식 세일즈 직원 50%를 줄일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아프리카지역 사업을 철수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의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전 세계 매장 269곳의 문을 닫기로 해 1만 6천여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감원에 나서는 것은 세계 경기가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고 있는 데 따른 대책의 일환이다.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 경제권이 과감한 경기 부양 정책을 내 놓고 있지만 경기 회복 속도는 느리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에 6.9% 성장하는데 그쳐 25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런 저성장 트렌드를 반영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개월 전 전망보다 0.2%포인트 낮춘 3.6%로 수정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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