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서명동원' 우려가 사실로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 운동'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대기업 등이 회사 임직원을 동원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20일 경제단체와 6개 금융협회가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 운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속 기업‧기관들에게 임직원 등으로부터 서명을 받아 줄 것을 촉구한 공문들을 공개했다.

 

공개된 공문들을 보면, 경제단체 등은 소속 회원사 임직원 뿐 아니라 내방자‧보험설계사들까지 서명에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죽하면 국민이 나서겠냐"던 박근혜 대통령의 말과 달리 서명운동 초기에 불거졌던 '강제 서명동원' 우려가 사실로 확인됐다.

 

더욱이 일일 서명 현황을 취합해 보고해달라는 내용까지도 포함돼 있다. 이 공문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32개 경제 단체장에 발송됐다.

 

실제 일부 대기업은 사장단이 나서서 서명 운동에 공개적으로 참여하는 '서명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 경우 해당 회사의 직원들이 서명에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삼성그룹이 서울 서초 사옥에 서명 부스를 설치하고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현대자동차, LG그룹 등 다른 기업들도 각기 서명 부스를 마련해 동참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대한상의는 공문에서 서명대상과 추진방법까지 세밀하게 적시하고 있으며 범국민 서명운동 추진 현수막을 제작해 부착하고 온라인서명을 홍보해 동참을 유도하라는 주문도 했다.

 

공문을 받은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는 14~15일 소속 회원사에 첨부된 서명약식에 따라 받은 서명지 원본을 이날 오전까지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생명보험협회는 회사 임직원뿐만 아니라 독립사업자로 분류돼 있는 보험설계사들까지 서명대상자에 포함시켰다.

 

노조와 참여연대, 박원석 의원은 "대통령이 국회를 압박하고, 이해관계자들이 서명운동에 나서고, 다시 대통령이 서명에 참여하는 일련의 과정을 어떻게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운동이라고 할 수 있겠냐"며 "보여 주기 식 서명운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제서명 우려가 높아지면서 노동계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18일 은행연합회에 공문을 보내 "객장고객을 상대로 산하 임직원을 동원한 서명운동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며 "서명운동이 추진될 경우 대사용자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회원사들에게 서명운동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동참해 달라는 취지를 밝혔을 뿐 서명을 할당해 강제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다"며 "서명은 개인 판단에 따라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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