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2개국 순방을 계속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두번째 방문국인 카자흐스탄에 도착, 수도 아스타나에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의 첫 일정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사저(다차)에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의 '사우나 회동을 갖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오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시내 대통령 사저에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 만찬을 하기 앞서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번 사우나 회동은 정상끼리 사우나를 함께 하면서 자원외교 및 개인적 신뢰관계를 심화 발전시킴과 동시에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경험을 듣고 싶다는 카자흐측의 요청에 따라 성사된 것이라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카자흐에서 사우나 회동은 전통적으로 국빈을 모실 때 최고의 신뢰의 상징으로 간주된다.

우리나라 정상이 사우나 회동을 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04년 9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는 사우나 회동이 없었으며, 보드카와 맥주를 곁들인 환담만 있었다. 카자흐에서는 지금까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전 대통령 등 몇몇 정상에게만 사우나 회동의 기회가 주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방한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 대통령으로부터 명예서울시민증을 받았고 이듬해엔 그 답례로 이 대통령을 카자흐스탄으로 초청해 국빈 대접을 하면서 새 수도인 아스타나시와 서울시간에 자매 결연을 맺은 인연도 갖고 있다.

약 1시간 40분간 진행된 사우나 회동에는 우리 쪽에서 수행부장과 통역, 경호 등 3명이 동행했다. 카자흐어로 '바냐'로 불리는 사우나는 러시아식 한증탕으로, 난로 위에 돌을 얹어 뜨겁게 달군 후 물을 뿌려 나오는 증기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사우나에서 몸을 뜨겁게 달군 후에는 냉수욕을 하며 몸을 식힌다. 땀을 잘 나게 하기 위해 참나무 또는 자작나무 가지로 상대방의 어깨와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기도 하는데 양 정상도 이 같은 장면을 연출하며 끈끈한 우의를 다진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정상은 13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우나 회동을 통해 양국 관계 발전 및 에너지.자원 협력 방안 등에 대해서도 큰 틀의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카자흐에선 사우나 비즈니스, 사우나 외교 등의 신조어가 생길 만큼 사우나가 정상간 친교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이번 사우나 외교가 양국 관계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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