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높은 물류비용은 제조업의 비용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소비자에게도 부담을 주는데, 이처럼 물류비가 높은 원인은 현실에 맞지 않는 물류관련 규제와 제조업과 비교한 차별대우 등과도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 경제계에서 제기되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5일「물류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관련제도 개선과제」 보고서를 발간하고, 기업의 물류비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물류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물류관련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물류비는 미국(9.12%), 일본(8.36%)에 비해 높은 12.52%이며, 매출액 대비 기업물류비도 미국(7.5%), 일본(4.8%) 보다 높은 9.7% 수준이다.

선진국들이 물류업을 육성에 노력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화물자동차직접운송의무제도, 중량·장척화물 제한차량에 대한 통행규제 등 현실여건과 동떨어진 획일적인 규제를 방치하고 있으며, 전기요금기준 적용 등 물류산업 지원 수준도 제조업에 비해 낮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에 전경련은 불합리한 각종 규제로 물류산업 육성을 저해하는 사례를 제시하고 정부에 사안별로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1. 획일적인 화물차 증차규제와 기업물류비 증가 ‘04년 4월 21일 이후 ’화물자동차 증차 금지‘ 규제가 모든 운수업종에 획일적으로 적용되면서 기업의 물류비가 늘어나고 고객서비스의 질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 ‘03년에는 4억 2,400만 박스에 불과했던 연간 택배물량이 ’08년에는 10억 4,130만 박스로 늘어나 동기간 중 택배물량의 연평균 증가율은 20.0%였다. 이처럼 택배물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이지만, 정부가 일률적으로 화물차 증차를 금지시키면서 택배용 차량을 늘릴 수가 없게 되자, 택배업체들은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차량번호판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물류업계가 지난해 처리한 택배물량은 10억 4,130만 박스지만, 택배용 차량은 6,500대 가량 부족했다. 이에 따라 영업용차량 번호판의 가격도 ’06년 350만원에서 ‘07년에는 450만원으로 올랐으며, 택배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민원도 잦아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들어 전경련은 “모든 화물자동차 운수업종에 대한 신규허가 방식을 지금처럼 획일적인 단순총량제 방식 대신 택배업종의 특성, 판매영업용이나 탱크로리와 같은 차량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며, “수요를 크게 초과한 차종에 대해서만 별도로 관리하고 제도를 신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2. 운수업체 영업소 등록/말소 규정의 모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령의 운수업체 영업소 설치에 관한 규정이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세법상 등록말소 규정과 모순된다. 운수업체가 화주업체 본사와 직접 거래할 경우에는 운수업체가 화주업체 공장에 상주직원을 파견해 현장관리나 물량배정을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현행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상주인원을 파견해 근무토록 하는 것은 상주영업으로 간주되므로 영업소로 등록해야 한다. 반면, 부가가치세법 상으로는 매출이 해당 영업소가 아닌 본사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 영업소는 실제 영업활동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간주돼 영업소등록이 말소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경우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 영업활동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무소에 대해서는 영업소 설치신고를 면제하고, ‘현장관리, 물량배정, 배차업무’는 상주영업이 아닌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 현실에 맞지 않는 도선기준으로 기업부담 증가 현행법상 내항선은 총톤수가 2,000톤 이상인 경우 도선사를 의무적으로 승선시켜야 하는 강제도선이 적용되나, 항만여건, 선장의 능력과 경험, 선박의 장비수준 등을 고려할 때 강제도선기준이 지나치게 낮아 과다한 도선사 이용료 지출요인이 되고 있다. 국내 8개 항구를 운행중인 C사는 2,000톤 이상의 강제도선 규정 때문에 연간 도선비용으로 2억 1,600만원을 부담하며, 강제도선을 면제받기 위해 선박 1척당 연간 약 3,795만원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이에 전경련은 일본과 같이 국내 연안선의 경우에는 총톤수 10,000톤 이상에만 강제도선을 시행하되, 기상악화 등 안전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본선에서 도선사 및 예선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실적인 물류규제와 제조업 수준의 물류산업 지원 필요

전경련은 향후 물류산업 규제가 세부 업종별 특수성과 경제현실을 감안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경쟁력 있는 국제물류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물류전문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하고, 물류업에 대해 제조업과 동일한 산업용 전기요금 기준 적용, 물류시설용 토지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의 분리과세 전환, 외국인력 고용이 허용되는 물류업종의 범위·인원 확대 등 제조업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부가 물류업체의 대형화·전문화·글로벌화를 위해 종합물류기업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전기요금을 일반용에 비해 13.8% 낮게 책정하는 것 정도 외에는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미흡한 실정”이라며, “인증받은 종합물류기업에 대해 화물자동차 증차우선권을 부여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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