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부터 수도권의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 강화 조치 등이 시행되며 주택시장이 관망세에 접어든 가운데 전세시장도 '의외로' 잠잠하다.

[중앙뉴스=신주영기자]이달부터 수도권의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 강화 조치 등이 시행되며 주택시장이 관망세에 접어든 가운데 전세시장도 '의외로' 잠잠하다.

 

재건축 이주지역 등 국지적 전세난은 여전하지만 예년에 비해 전세 계약이 훨씬 수월한 곳이 많다는 게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학군 인기지역으로 분류되는 강남 대치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 일대는 '학군특수'가 거의 실종됐다.

 

연초 매매 거래가 감소함에 따라 전세 거래가 늘고 가격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다른 행보다.

 

◇ 1월 전셋값 상승률 3년 만에 최저…"한달 째 전세 안나가"

 

17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은 전월에 비해 0.18%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월 0.55%, 2014년 1월 0.29%가 각각 오른 것에 비해 오름폭이 크게 둔화된 것이고 2013년 1월(0.17%) 이후 3년 만에 최저 상승률이다.

 

특히 지난해 전셋값이 급등했던 서울은 지난달 0.44% 올라 작년 동월(1.06%)의 절반에 못미쳤고 2014년 상승률(0.67%)보다도 낮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로 지난달 서울 아파트와 다세대·연립, 단독주택 전월세 거래량은 총 3만42건으로 작년 1월(3만2천605건)에 비해 7.86% 감소했다.

 

지난달 대구(-0.17%), 광주광역시(-0.04%), 전남(-0.17%), 충남(-0.11%) 등 지방 일부지역은 통계상으로 전셋값이 하락하기도 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설 연휴가 끝났는데도 전세를 찾는 사람이 예년보다 줄었다고 말한다.

 

서울 강남 사교육 1번지인 대치동의 경우 지난해 말 반짝 전세 거래가 늘어나는가 싶더니 올해 들어 전세를 수요가 감소해 전세 물건이 나와도 제때 소진되지 않고 있다.

 

전세가 없어 부르는 게 값이던 작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렇다보니 실계약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94.76㎡의 경우 지난달 초 4억3천만원 안팎이던 것이 이달에는 3억8천만∼4억1천만원에 전세 계약이 신고됐다.

 

지난해 10∼12월에는 4억5천만∼4억7천만원에도 전세 거래가 이뤄졌던 것에 비하면 6천만∼8천만원 가량 빠진 것이다.

 

또 대치 선경1차 전용 94.89㎡는 작년 11월 7억5천만∼8억원에 계약됐으나 이달에는 7억원으로 내려왔다.

 

대치동 S공인 대표는 "예년엔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어렵게 나오면 학원·학군 수요들로 이 일대 전세가 동이 났는데 요즘은 그런 특수도 별로 없다"며 "전세가 잘 안나가다 보니 가격을 낮춰 계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건축 사업이 한창인 서초구 반포·잠원동 일대 아파트의 전셋값도 최근 약세로 돌아섰다.

전세 물건이 나와도 한 달 이상 새로운 세입자를 찾지 못해 물건이 쌓이면서 계약 만기가 임박한 상황에서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잠원동 Y공인 대표는 "지난달에도 전세 거래가 많이 줄었는데 이달 들어선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며 "전세가격도 지난 가을에 비해 수천만원씩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잠원 훼미리아파트 112㎡는 지난해 11월 7억원에서 현재 6억5천만원으로 5천만원 내렸고, 반포 자이 116㎡는 11억5천만∼12억원까지 거래됐으나 최근 10억7천만원짜리 급전세도 나왔다.

 

또 지난해 말 잠원동 한신 18차 아파트 이주가 끝난 이후 올해 들어 한신 17차 162㎡는 지난해 11월 전셋값이 9억원까지 거래됐으나 현재 1억원 이상 낮은 7억5천만∼8억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 엘스도 109㎡ 전세가 지난해 11월 최고 8억5천만원에 거래됐으나 현재 8억2천만원으로 3천만원 가량 떨어졌다.

 

잠실 J공인 대표는 "통상 1∼2월에 전세 거래가 많은 곳인데 올해는 수요가 예년같지 않다"며 "위례신도시 입주 등으로 수요가 많이 분산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서권의 대표적인 학군 인기지역이던 양천구 목동 신사가지 단지도 전세 물건이 제때 소화되지 않으면서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다.

 

신시가지 7단지 89㎡의 경우 지난해 가을 전셋값이 4억7천만∼4억8천만원이었으나 현재 4억4천만∼4억5천만원으로 3천만원 떨어졌다.

 

74㎡도 3억7천만원에서 3억5천만원으로 하락했다.

목동 W공인 관계자는 "1월 방학 특수도 없더니 설 연휴가 지났는데도 거래·문의 모두 올스톱된 상황"이라며 "대부분 재계약을 하고 이사도 잘 가지 않아서 신규 거래가 더 없다"고 말했다.

강북의 학원 인기지역인 노원구 중계동도 마찬가지다.

 

중계동 E공인 대표는 "지난해보다 확실히 전세 수요가 줄었다"며 "계약 만기가 된 가구들이 재계약을 많이 하면서 시장에 나오는 전세 물건이 별로 없지만 수요자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 재계약 늘고 '대체주택' 증가, 학군수요도 시들…신혼부부·이주수요 관건

 

이처럼 전세시장이 예상보다 조용한 것은 살던 집을 떠나지 않고 재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이 경우 2년치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전환하는 '준전세' 형태의 전세계약이 일반화된 영향이 크다.

 

양천 목동 P공인 대표는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올려주는 대신 월세를 요구하는데 과거엔 이에 대한 세입자들의 저항감이 컸지만 지금은 대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다른데 이사 가봤자 보증금을 올려줘야 하고 이사비용, 중개수수료 등 부대비용 제외하면 오히려 손해라고 생각해 적당히 가격을 맞춰 재계약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수도권 신도시 입주 영향도 크다. 서울 강동·송파구 일대는 위례신도시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과거 다락같이 오르던 전셋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강동구 상일동 S공인 대표는 "위례신도시에 입주하는 사람들이 잔금 때문에 살던 집의 전세를 싸게 내놓고 가는 경우가 많다"며 "화성 동탄2신도시나 수원 광교, 김포 한강신도시 등의 입주로 싼 전세가 늘면서 전세 수요 분산가 많이 분산됐다"고 말했다.

 

특히 다세대·연립·다가구 주택 등 기존 아파트를 대신할 '대체주택'이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립·다세대·다가구·단독주택 등 아파트 이외 주택 인허가 물량은 총 23만397가구로 2014년 대비 37.5%, 최근 3년 평균에 비해 28% 증가했다.

 

지난해 착공과 준공 물량도 각각 21만9천271가구, 17만5천373가구로 각각 전년 대비 34%, 14.1% 늘었다.

 

입시제도 변화로 '학군수요'도 크게 감소하면서 방학 기간마다 나타났던 학군 특수가 시들해졌고, 과거 짝수해마다 전셋값이 오르던 패턴이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홀수해'로 바뀐 것도 연초 전세 수요 감소의 원인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이달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 강화로 매매 가격이 약보합세로 돌아선 것과 유가 폭락, 중국·일본·유럽 등 글로벌 증시·환율 불안 등 대내외 악재가 잇따르면서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쳐 관망 심리가 퍼져 있는 영향도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올 한해 전세시장의 불안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한다.

3월 이후 신혼부부 수요가 움직이면서 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고 강남 개포 주공 4단지 등 재건축 단지 이주도 변수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현재 이주가 임박한 재개발·재건축 단지는 서울 2만2천173가구 등 수도권에서 총 3만8천500여가구에 달한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새 아파트 선호현상까지 강해지면서 기존 낡은 아파트는 수요가 줄어 전셋값이 약세를 보이는 영향도 있다"며 "3∼4월 금리 인하로 주택시장이 회복되면 움츠러든 전세 움직임도 활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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