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 사과로..묵묵부답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는 2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집중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유무 여부에 "(차명계좌와 관련해) 이 자리에서의 추가 발언은 바람직하지 않다"만 반복하며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국회= 이중앙뉴스 지완구 기자]

오늘 국회 인사청문회가 장관급 후보자 5명이 열렸다. 그러나 부실, 허나마나한 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깊어졌다. 한나라당은 자기식구 감싸기에 급급하고 야당은 문제를 파헤치려고 했지만 후보자들의 사과와 묵묵부답에 모두 속앓이 한 것으로 그쳤다.

이에 한나라당은 8.8개각의 MB정부 인사가 모두 통과될것으로 기대했다. 다음은 오늘 후보자5인의 청문회 엿보기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23일 인사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논문 중복게재 및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김상희 김유정 김춘진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 시절 내놓은 논문들이 중복 게재됐다”며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김유정 의원은 “과거 정부에서 논문표절로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낙마할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후보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교육부 수장이기 때문에 높은 도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면서 “그런 이 후보자가 자기표절과 중복게재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논문 중복게재는 학술지 논문 간에만 해당된다”며 “제 경우는 연구윤리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는 “KDI는 정부 출연 연구소인 만큼 연구업적들이 다양한 형태로 출간되는 것을 장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중게재 문제가 되는 게) 하나 있는데 그것도 3개 단락뿐”이라며 “주석을 못 달았는데 실수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국회 운영위원회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야권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군기반장’을 자임하며 총공세를 펼쳤지만 결정적 ‘한 방’이 없는 맥없는 청문회였다.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로비 의혹과 군 복무시절 대학생활, 성적조작 의혹 등 청문회 전 이 후보자에 대해 나와 있던 수준의 의혹 제기만이 난무했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의 재산 증식에 대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진 후보자의 "일부 소득이 누락 된 데 따른 것"이라는 해명에도 불구 의원들은 재산 증식에 대한 해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집중 추궁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현희 의원(민주당)은 23일 진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지난 5년간 진 후보자의 재산을 검토한 결과 3억 4000만 원의 소득에 대한 자료가 없다"며 "자금 출처를 어떻게 소명 할 생각이냐"고 추궁했다.

전 의원은 또 "진 후보자의 지난 5년간 예금액이 5억 4000여만원 가량 증가했다"며 "“이는 지난 5년간 후보자가 저축 가능한 최대액인 5900여만원의 9배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내정자의 인사 청문회에서는 유 후보자의 업무 관련 전문성이 도마에 올랐다.

자유선진당 류근찬 의원은 “유 후보자는 솔직히 말하면 ‘친박에게 떡을 하나 준 정도’라는 정치적 구색 맞춤 장관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고 공박했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도 “친이와 친박 간 소통과 화합을 위해서 유 후보자를 내정했다고 하는데 농식품부 장관 자리는 그렇게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유 후보자가 쌀값 문제나 농협의 사업 분리 등 각종 현안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문제도 제기됐다.

민감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유 후보자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중요하고, 국민이 안심하고 쇠고기를 수입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는 23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인사청문회에 출석, 논문 자기표절과 중복게재 관련 의혹에 대한 청문위원들의 매서운 공격을 받았다.

또한 이날 청문회에서는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고 과학기술 분야에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논문 자기표절 의혹을 들어 교육 수장으로서 연구윤리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중복게재는 학술지 간에 벌어지는 게 문제"라고 해명했다. 17대 국회의원 당시 이해관계단체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의혹도 드러났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17대 국회에서 학교보건법을 제정하면서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보건교사로부터 조직적 모금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교육 전반에 대한 질문에 이 후보자는 "검토해보겠다"는 식으로 원론적 대답만을 되풀이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자율형사립고 내에서도 사교육을 받는 학생은 늘었고 입학사정관제는 외국어고에 특혜를 주는 데 이용됐다"고 지적하자 이 후보자는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학교 정보 알리미 사이트의 미비함을 언급하자 "담당 과가 고민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조 후보자가 핵심을 비켜간 채 앵무새 대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여야 의원 모두에게 비판을 받고 있다.

23일 열린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단연 핵심 쟁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조 후보자가 차명계좌 발언을 한 구체적인 경위에 대한 질문공세를 폈다.

하지만 조 후보자는 "제가 더 발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과 유족에게 송구스럽다"는 말만 반복했을 뿐 정작 차명계좌 발언의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했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분통을 터트렸고 여당 의원들도 나서 제대로된 답변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조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무사 통과한다면, 현직 경찰총수가 검찰 조사를 받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신유철)는 노무현재단 관계자 등을 불러 고발인 조사를 마친 뒤 조 후보자의 발언이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것인지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이번 청문회에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23일 "후보자의 전문성과 자질 등을 검증하기보다 살아온 삶의 모든 이력을 너무 낱낱이 추적하고 흠집을 내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조금 아쉽다"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청문회의 도입 목적은 청문회를 통해서 따져 묻고 후보자에게 직접 해명을 듣기 위한 것인데 청문회가 시작도 되기 전에 확인이 되지 않은 온갖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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