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섭 기자의 말말말] 20대 총선과 회초리

 

봄이 오려나보다. 가슴을 파고드는 찬 바람도 자연의 흐름앞에 조금씩 따듯한 훈풍으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오늘 아침 출근길에 온 몸으로 확인했다.

 

안녕하세요! 오늘하루 행복하시고 좋은일만 있기를 바랍니다.00당 국회의원 출마자 예비후보 000입니다.잘 부탁드립니다.

 

마치 자신이 모시는 주인을 배웅하듯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이 출근길 전철역 주변에서 보이기 시작한건 일주일 전 부터다. 기나긴 겨울의 끝자락에서 국회의원 선거 열풍의 계절이 어김없이 손사래 칠 여유도 없이 다가왔다.

 

예비등록 주자들의 공천을 위한 몸부림은 마치 전투에 임하는 비장한 장수와 같고 저마다 자신이 최적임자라고 공갈치고 있다. 누가 최적임자일까? 각 정당들은 후보자들의 생사권을 유권자들에게 주겠다고 큰소리 치지만 눈에 보이는 뻔한 거짓말을 믿는 유권자는 그리 많지 않다.

 

왜? 유권자들도 이제 선수들을 알아보는 안목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런대도 정당들은 자신들이 짜놓은 판에 슬쩍 유권자들을 밀어 넣으려는 유치한 꼼수를 쓰려 하지만 이에 넘어갈 국민은 이제 없다.

 

유권자들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 후보들의 자격과 자질을 재단질 하기 시작했다. 웬만한 뜨내기 원단은 들어 밀어봐야 재단사의 가위는 꿈쩍 않는다.

 

감언이설(甘言利說)에 속아 뽑아주었더니 국회 출석도 잘 하지 않고 염불보다는 잿밥에만 관심을 두다가 스캔들이나 일으키고 어쩌다 국회출석했나 했더니 휴대폰 사랑에 빠져 놀다가

매의 눈을 갖고있는 국회 출입 기자들에게 들켜 사진이 찍히는 등 전국적인 개망신을 당하고도 당당하신 대단한 국회의원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은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어진다.

 

4.13일 실시되는 20대 총선도 그런 안목으로 보면 정말 나랏님이 아닌 나리님들을 잘 뽑아야 할 이유다.

 

국회의원 선거가 일종의 취업시험이라는 말도 들린다.국회 뺏지 얻어달면 고수익 보장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재수,삼수 노리고 이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무직자들도 얼마나 많은지

국회의원이라는 자리가 좋기는 좋은 모양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나리를 뽑는 자격 기준은 있을까? 기가막히게도 전혀 없어서 아무나 출마할 수 있다고 한다. 오히려 면서기 자리 하나도 감당 못할 건달들이 당당히 시험을 통과하고 여의도를 접수했다며 큰소리 치는 자격미달 불량품이 얼마나 나올지 지금부터 걱정이다.

 

누가 봐도 국회만한 직장이 없고 국회의원만한 직업이 없다. 신분도 확실하고 세비도 상당하다. 해먹다 걸리지만 않으면 4년 동안은 대통령도 감히 흔들 수 없는 자리다. 막강한 특권도 부여된다. 외부의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고 소신을 가지고 자유롭게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에게는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이 부여된다.

 

더욱이 국회의원은 법령을 제정, 비준, 개정 또는 폐지하고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확정하며 국정 운영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국회의 권한 행사에 참여한다. 장관들을 불러 호통을 치기도 하는 무서운 자리다.이런 자리를 누가 싫어할까.

 

이런 무시무시한 권력을 4년동안 맡겨야 하는 유권자들은 그들앞에서 당당히 큰소리 칠수 있을까?

 

국가의 모든 힘은 국민에게서 부터 나온다고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서 국회의원은 국가의 일 년 예산을 심의하고 바르게 사용하도록 심사하는 자격을 국민들에게서 부여 받은 사람이다.

 

국회의원이 맡은 일을 잘하고 못하는 것은 각 개인의 능력이지만, 결국 그들을 선택하고 뽑은 사람도 바로 국민이다. 국민들의 표심(票心)을 얻기 위해 내세우는 후보자들의 현실성 없는 정책이나 과대 포장한 공약을 걸러 내는 것도 유권자의 몫이다.

 

그래서 유권자의 권리는 국가의 정책을 바르게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다. 온갖 감언이설(甘言利說)과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술수가 난무하고 선심성 행정이나 돈이 풀리는 정책이 속속 발표된다고 해서 속아 넘어가서는 안된다.   

 

깊은 사고도, 대안도 없이 허황된 공약을 믿고 그들에게 권력을 쥐어준 것은 누구인가 바로 당신이며 나 자신이다. 유권자의 선택을 얻어 필요한 권력을 쟁취하겠다는 대명제 앞에서 유권자 역시 정책에 대한 객관적이고 진지한 고민을 바탕으로 선거에 임해야 한다.

 

잔잔한 호수에 던진 작은 돌멩이가 잠시 동안 작은 파동을 만들어 내지만 작은 돌맹이도 누군가에 의해 계속해서 던진다면 그 작은 파동은 큰 파도를 불러 호수 전체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정직하고 깨끗한 후보자 한명 한명이 모여 공정하고 부정없는 선거를 치룬다면 결국 우리는 선거문화를 바꾸는 성숙한 일등 국민들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어쩌랴,19대 국회는 막판까지 속된말로 ‘지지고 볶는’ 이권 줄서기와 야합 등의 행보로 실망을 계속 안겨줄 공산이 크다.

 

19대 국회를 지금껏 지켜봤던 국민들은 이번 4.13총선 자체에도 더이상 기대감마져 들지 않는다. 이는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신성한 주인의 권리가 바닥을 헤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로부터 정치가 바로서지 않는 자리에는 독풀이 자라나고 그 독풀이 온 나라에 독기를 퍼뜨렸다. 정치인들이 망가뜨린 황량한 땅에 우리 국민들은 지금 잘난 그들의 희생양으로 비틀거리며 서 있다. 2016년 2월, 대한민국을 지켜온 우리 국민들의 음울한 모습이다.

 

국회가 파행을 하고 당리당략에 빠져 밀당을 하는사이 중산층이 무너지는 소리를 그들은 외면했다. 가장 시급히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조차 거들떠 보지 않는 사이에 최악으로 내몰린 사회 취약계층은 삶을 지탱하기 어려워졌고 수백만 베이비부머들도 나락으로 떨어져 가고 있다.

 

파탄나는 가정이 급증하고 거리를 배회하는 젊은 세대들의 절규도 많아졌다. 힘없는 노인들은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버렷고 가장들이 사랑하는 자식들을 죽이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작금의 정치인들이 얼마나 잘못하고 있는지 우리는 알기에 이제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그 회초리의 매운맛을 보여줄 첫 시험대가 바로 4.13 총선이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이 보여 줄 잣대는 ‘정치신인’들에게 조금더 관심을 보여주어야 한다. 다행스럽게 유권자들은 이미 기성 정치인들을 대거 물갈이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민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그들이 알아야 한다.

 

국민들도 정신 바짝 차리고 이번 총선에서는 각 정당들이 내건 달콤한 사탕의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이번 총선은 병신년의 한해가 위기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시작점이 될지 아니면 위기를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진짜 새로운 한해가 될지를 판가름하는 시험대다.

 

따라서 그 판단은 바로 유권자의 몫이다. 이번 총선은 과거와는 많이 다를 것이다. 꼼수도 거짓도 통하지 않는 진짜 선수를 국민들은 가려 낼 것이다.

 

선수들이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국민들이 작정한 ‘물갈이 대세론’이 어떤 형태로 진짜 선수들을 가려내어 여의도 정치판을 흔들어 놓을지 기대가 된다. 20대 국회의원 총선은 이미 시작됐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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