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성의 핫 키워드] 서울시 문화융성(隆盛) 논할 자격 없다
[박철성의 핫 키워드] 서울시 문화융성(隆盛) 논할 자격 없다
  • 박철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16.02.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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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신년사에서 "우리 스스로는 더욱 낮추고 시민은 더욱 귀하게 모시는 민귀군경(民貴君輕)의 각오로, 공리공론과 탁상행정을 배척하고 실질을 숭상해 실행에 옮기는 무실역행(務實力行)의 자세로, 오직 시민의 삶, 오직 민생을 살리는 길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중앙뉴스=박철성 칼럼니스트(다우경제연구소 소장)] 전통문화를 홀대(忽待)하는 서울시가 감히 문화융성(隆盛)을 논할 자격이 있을까?

 

서울시가 사단법인 서울시 무형문화재기능보존회(회장 김복곤, 이하 기능보존회) 지원비 1억5천만 원을 삭감했다. 그 폭이 무려 26%나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서울시 담당 공무원이 기능보존회 장인들과 관계자를 업신여기고 능멸(凌蔑)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의 자질논란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 서울시는 2016년도 예산삭감을 1월 11일, 이메일로 통보했다. 


서울시는 2016년도 기능보존회 지원비 삭감내용을 1월 11일에야 알려왔다. "삭감하니 알아서 사용하라"는 식의 일방적 이메일 통보였다.

 

기능보존회는 지금 한숨만 내쉬고 있다. 2016년도 예산에 맞춰 보존회를 운영 중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마이너스 운영을 감수해야 하는 지경이다.

 

그런데 통상 예산 삭감은 해당연도 시작 전에 결정되기 마련이다. 신년이 시작된 뒤에 지원비를 삭감하는 경우는 없다.

 

서울시 역사 문화재과에서 어지간히 급전(?)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다급한 사연이 있었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면세점에서 전통공예품을 판매하는 신규 사업을 추진 중이었다. 여기에 1억5천만 원이 필요했다. 그래서 보존회 지원비를 삭감했고 이를 신규 사업에 투입하려 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김복곤 회장과 관계자들이 서울시 역사 문화재정책팀을 방문했다. 지원비삭감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확인을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A 공무원은 김 회장에게 "벽창호"라며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회장은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고. 그는 "우리도 유럽의 마스터(master)들처럼 제대로 대우해주면 안되겠느냐?"고 울분을 토하면서 "담당 과장을 만나게 해 달라"고 말했다.

 

이때 해당 팀 B 과장이 들어왔다.

 

그는 "(여기가)어디라고 감히 담당 공무원에게 큰소리를 치느냐"면서 "장관도 과장과 다이렉트로(곧바로) 통할 수 없고 담당 직원이나 주임을 거치는데, 나를 직접 보자고 할 수 있느냐?"고 김 회장에게 호통을 쳤다.

 

허탈하게 자리를 뜨는데 A 공무원이 "면세점 입점이 쉽게 되는 일인 줄 아느냐"면서 "우리 서울시 돈 1억5천만 원이 지원돼야 가능하다"고 소리쳤다.

 

결국, 기능보존회에서 삭감한 예산 1억5천만 원의 용처가 드러났다. 이는 서울시가 면세점 신규 사업을 위한 ‘돌려막기’용도였던 것이다.

 

모욕의 사례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런 며칠 후 김 회장 일행이 다시 시청을 방문했다. 공무원들을 설득시켜 삭감된 지원비를 복원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A 공무원에게 수모만 당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1억5천만 원이나 삭감하겠다는 통지를 받아들이기가 너무도 힘들다. 더욱이 전년 연말도 아니고 항상 그런 일은 미리 의논하거나 언질을 주지 않았느냐? 이미 새롭게 2016년도 사업을 시작하고 있는데, 갑자기 일월 중순의 삭감 통보는 이해하기 어렵다"

 

A 공무원이 김 회장의 말을 받았다.

 

"지원비에 대한 업무는 예산과에서 한다. 작년에는 서울시 의원들이 올려줬다, 시의원들이 문화재를 소중하게 생각해서 그런 거 같다. 그래서 올해(2016년)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서 전승지원금 10%를 올렸잖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사업비를 작년과 같은 수준으로 가려면 어딘가 모르게 다른 쪽은 삭감돼야 한다. 무형문화재 보존회 지원비 올려주려면, 요즘처럼 추운 날에 시장 상인들이 물건 팔아서 세금 내는 거 더 걷어야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A 공무원은 말을 이어갔다.

 

"내가 봤을 땐 선생님들 안 어렵다. 이거 못 받아들이겠다면 무형문화재 하지 않으면 된다. 다른 사람이 하면 된다. 선생님들 서울시 무형문화재인 거 국가중요무형문화재 못지않게 자랑스러울 것이다. 우리도 서울시 공무원인 점 중앙 못지않게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 고 말했다.

 

"삼십 년 동안 시를 위해 일해도 우리 서울시 공무원들 월급, 얼마 받는 줄 아느냐? 그런데 선생님들 얼마 가져가지? 우리 직원들 매우 유능하다. 시 공무원이 선생님들 한번 만나러 나가면 얼마 받는지 아느냐? 우리는 출장비 고작 1만 원 받는다"고 말했다.

 

"차량이라도 이용할라치면 그마저도 없다. 그런데 선생님들 하루 나오면 얼마 받느냐? (그나저나)우리한테 받아간 돈 외에 자체적으로 운영한 돈이 있긴 하느냐? 우리 돈으로만 운영하잖느냐? 서울시 돈, 눈먼 돈 아니다"고 반박했다.

 

▲ A 공무원은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를 통한 인터뷰에서 견해를 밝혔다.     © 사진=사진 제보.


한편 A 공무원은 필자와의 카카오톡 문자 인터뷰에서 "전수시설 운영비가 작년보다 1억5천만 원 감소한 것은 한정된 예산의 조정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면서 "월별로 보유자와 전수조교 등에게 지급하는 전수교육비는 10% 상향 조정하였고 무형문화재 축제 예산 3억 원을 편성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15일, 기능보존회 장인들이 박원순 시장에게 보내는 호소문이 공개됐다.

 

"담당 공무원들부터가 장인들을 불신하고 숫자만 앞세우는 실적 위주의 잣대로 저희를 대하고 있습니다. 한 나라의 문화근간을 평생 지켜온 장인들은 지금 이런 굴욕적인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노임을 벌러 나오느냐는 시선을 담당 과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종목들에 투자되는 시민들의 혈세가 아깝지 않도록, 헛되지 않도록 우리 장인들이 마음이라도 좀 편하게 살게 해주십시오"

 

구구절절(句句節節), 한 맺혔고 가슴 시린 내용이었다. 그런데 정작 실상은 이보다 더했던 것이다.

 

호소문이 공개된 이튿날이었다. 16일, 서울시 역사 문화재과에서 허겁지겁 보도자료를 내놨다. 전 언론에 배포했다.

 

▲ 서울시 문화재기능보존회 장인들의 호소문이 공개된 뒤 서울시에서는 허겁지겁 보도자료를 내놓고 언론 플레이를 했다. 사진은 당시 보도자료 원문.     © 사진=보도자료 캡처.


기능보존회의 실상과 내막을 모르는 언론들은 서울시의 보도자료만을 믿었다.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기를 했다. 서울시가 대한민국의 언론을 꼭두각시로 만들었다.

 

보도자료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활성화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무형문화재 발굴 다양화·원형 보존·전승기반 강화, 기능 보유자 영상 기록화(다큐멘터리 제작) 등이 골자였다.

 

특히 전승 단절이 우려되는 80대 이상 보유자와 명예보유자 등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연차적으로 기록화 사업을 시행한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서울시에서 급조해 내놓은 방안이란 게 고작 영상기록으로 남기겠다는 것이다.

 

▲ 서울시 역사 문화재과 강희은 과장이 서울시 무형문화재 활성화 계획에 대해 밝혔다.     © 사진 = 방송화면 캡처


내용을 전해들은 시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전통문화 기록을 남긴다고 전수가 되는 것일까? 기록해두면 사라져도 상관없다는 것일까?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그런 방안을 허둥지둥 내놓은 것일까? 하기 싫으면 공무원들이 그만 둬야 하는 건 아닐까?" 시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 대목, 박원순 서울시장의 신년사가 떠오른다.

 

1월 4일, 오전 10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서울시 본청, 사업소, 자치구, 시의회 사무처, 지방공사·재단 등 직원 3800여 명이 모인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우리 스스로는 더욱 낮추고 시민은 더욱 귀하게 모시는 민귀군경(民貴君輕)의 각오로, 공리공론과 탁상행정을 배척하고 실질을 숭상해 실행에 옮기는 무실역행(務實力行)의 자세로, 오직 시민의 삶, 오직 민생을 살리는 길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에 와 닿는 참 좋은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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