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임효정 기자] 여당 의원들의 퇴장 속에 야당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인 필리버스터가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이 23일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국회법에 규정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시작했다.

 

▲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이어졌다.  

 

23일 오후 7시 7분 경 첫 토론자로 단상에 오른 더민주 김광진 의원은 24일 오전 0시 39분까지 총 5시간 32분 간 쉬지 않고 발언을 이어갔다.

 

이는 지난 1964년 4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세운 최장시간 발언 기록인 5시간 19분을 갱신한 것.

 

김 의원은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말했고 A4 용지 15장짜리 '국가 대테러활동 지침'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중간에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4시간 하셨는데 목이 괜찮겠느냐”며, “다른 의원에게 넘겨도 괜찮을 것 같은데"라고 물었지만, 김 의원은 "조금 더 하겠다"고 답변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김 의원이 시작하자 대다수가 본회의장을 떠났고 더민주 의원들은 김 의원에게 천천히 하라고 당부했다.

 

사회를 보던 정의화 의장은 눈을 감고 앉아 김 의원의 발언내용을 듣고 있다가 오후 8시 경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교대했다.

 

더민주에 비해 테러방지법에 전향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국민의당도 동참해 문병호 의원이 김 의원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아 두 번째 토론 주자로 나섰다.

 

테러방지법과 직권상정에 반대 입장을 밝힌 정의당도 박원석 의원이 더민주 은수미 의원에 이어 4번째 토론자로 이름을 올렸다.

 

새누리당은 이날 두 차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고 오후 8시 40분께 국회 본청 중앙홀에서 야당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이철우, 박민식, 권성동, 김용남, 하태경 의원이 찬반토론 발언을 신청했지만 이후 전원 취소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필리버스터가 끝나길 기다리는 것밖에는 대응책이 딱히 없다”며, “국회선진화법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서청원, 정병국, 김재경, 이상일 의원 등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오후 11시까지 본회의장 자리를 지켰고, 같은 시간 더민주 30여명,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 등이 김 의원의 발언을 청취했다.

 

더민주의 이날 무제한 토론은 이종걸 원내대표가 제안하고 김광진, 은수미 등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며 주도했다.

 

원 원내대표는 기자 간담회에서 "이 원내대표가 대테러센터를 국민안전처를 두는 것을 접고 이런 저런 조건으로 국정원에 두겠다고 제안했는데 제가 그건 이미 끝난 얘기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더민주는 입장 자료를 내 "국민안전처 대신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는 안에 수용의사를 밝힌 것이지 국정원에 두는 안에 수용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고 원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반박했다.

 

더민주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 간담회에서 "여당이 직권상정을 한다고 해도 반영해주기로 약속한 부분이 있는데 제출된 법안을 보니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조항은 ▲대테러센터장에 국정원장 임명금지 ▲여야 합의로 상설감독관 설치 ▲국정원 정보수집활동의 국회보고 3가지를 말한다.

 

더민주는 하루에 5명씩 조를 편성해 24시간 논스톱으로 토론을 이어가기로 결의했다.

 

국회법상 2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3월 11일까지 토론이 가능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선거법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을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오는 26일을 마지노선으로 결정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무제한 토론이 종료되면 곧바로 표결을 실시해야 한다.

 

여당이 원내 의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테러방지법이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선거구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함께 처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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