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임효정 기자] 43년 만에 부활한 필리버스터가 종결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달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하자 이에 반발해 필리버스터, 즉 무제한 토론에 들어갔던 야당이 오늘(2일) 오후 필리버스터를 종료한다.

 

필리버스터 종료를 두고 야당은 당내 강경파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의총에서의 격론 끝에 필리버스터를 종결하기로 결의했다. 이로써 9일 동안 이어진 합법적인 의사 진행 방해 행위는 역사 속으로 잠들게 됐다. 물론 필리버스터는 언제든 다시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 43년 만에 부활한 필리버스터의 마지막 주자로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나섰다.

 

필리버스터의 맨 처음 주자로 나섰던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총 5시간 32분 동안 무제한 토론을 진행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1964년 4월 20일에 세운 국회 본회의 최장 발언 기록인 5시간 19분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김광진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동안 포털사이트 상위 검색어에는 ‘김광진 힘내라’가 인기 검색어로 오르기도 했다. 그만큼 야당의 필리버스터 진행에 대한 국민들의 응원의 함성 소리 또한 커져갔다.

 

이어진 필리버스터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10시간 18분, 정청래 의원이 11시간 39분의 기록을 세우며 기록을 경신해 나갔다. 의원들은 지치고 힘든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러방지법을 막아야 한다는 열망으로 무제한 토론을 이어나갔다.

 

여권에서는 이를 두고 ‘기록 경쟁’, ‘무료 선거 유세’ 등 필리버스터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단순히 기록을 경신하기 위해서였다면 1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내내 서서, 테러방지법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지는 못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필리버스터를 통해 의원들의 진정성과 함께 진정한 민주주의를 보았다고 말한다. 우리는 민주 공화국에 살면서도 민주주의란 무엇인지에 대해 깊게 생각하며 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야권에서 보여준 필리버스터를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란 무엇이고, 국회의원들이 왜 존재하는지, 그 존재의 이유에 대해 분명히 증명해 보였다.

 

앞으로도 ‘테러방지법’과 같은 법이 직권상정 된다면, 필리버스터와 같은 합법적인 의사 진행 방해 절차가 행해질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다는 증거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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